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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alie Sep 04. 2024

욕먹을 준비하기

"NO라고 말하기는 첫 단계"  "아니오라고 말해도 나는 안전하다"

아기가 첫 번째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일반적으로 생후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라고 한다.

특히나 아기가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주려 한다거나

혹은 엄마가 아기를 놓고 외출을 하려거나 하면

아기는 고개를 세차게 가로로 저으며

"아니요"라는 의사표현을 분명하게 나타내는 것을 우리는 흔히 보아 왔다.




우리는 우리가 동의하고 좋아할 때는 "Yes" (아기의 끄덕끄덕),

그리고 동의하지 않고 원치 않을 때에는 "No" (아기의 절레절레)라고 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고, 그렇게 배우며 성장하고,

사춘기, 청년기를 거쳐서  "어른" 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그리고 단호하게 "아니요"를 말할 수 있는 것은,

"착한 사람 신드롬" 중증 환자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우리에게 무리한 부탁을 할 경우에


" 죄송하지만 그 부탁은 들어드리기 힘들겠습니다"


라고 단순 명료하게 대답하면 될 것을,  속으로는 무리한 부탁이라 큰 부담이 되고,

들어주기도 힘들고 또 해주고 싶지 않은 싫은 부탁을 받았을 때에도,


"아!... 그런 힘든 일이 있으셨군요..... 제가 한번 어떻게 해드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찬찬히 생각 좀 해볼게요. 확실히 장담은 아직 못합니다만...."


이 정도가 "착한 사람 신드롬"증을 앓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나름 명료한 "No"의 의사 표현이다.


그렇지만 그 "의사"를 받아들이는 상대에게는,

일말의 기대와 또 부탁을 들어 줄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주었던 첫 번째 대답 후 며칠 뒤에, "No"를 듣게 되면은,

처음에 간단하게 안된다고 했을 때보다

더 많은 실망과 오해 혹은 상대의 분노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옛 어른들 말씀처럼

"아홉 번 들어주고 한번 안 들어주는 부탁은 원망을,  

아홉 번 안 들어주고 한번 들어주는 부탁은 감사를"

 얻게 된다는 진리는 몇백 년이 지나도 같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  "Sole Charged Pharmacist" (단독약사)라고

약국에 한 명만 일해야 하는 약국에 근무한 적이 있었다.

 다른 나라와도 마찬가지로 뉴질랜드는 약사가 자리를  비우면 약국은 문을 닫아야 한다.

  특히나 몸이 아플 때 대신 일할 약사를 구하지 못한다면,

법적으로 약국은 문을 열 수는 없다.




특히나 약사 부족군이 심한 뉴질랜드에서는

약국 주인에게 병가 전화를 걸기란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었기에,

웬만한 감기몸살이나 식중독을 앓을 때에도,

"아파서 못 나간다"는 말을 차마 못 했었던 나였었기에,

약국 한편에서 진통제로 고통을 감내하며 근무를 하다가,

결국 코로나까지 걸리게 되어서, 병가를 불가피하게 내야 되었었고 ,

약국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제이크, 내가 이번에는 코로나 양성이라서

아픈 상태에서 환자를 보는 것은 힘들 거 같아요.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올 때까지 집에서 쉬어야겠어요"


라고 명확하게 말했으면 될 일을,  말하기를 전혀 할 줄 모르는 나는


"제이크, 내가 오늘 아침에 코로나가 양성이 걸렸어요.  

그렇지만 혹시 로컴 약사를 못 구한다면,

한 하루 이틀이면 괜찮아질 듯해서 제가 다시 일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미안해서 어쩌죠?"


당연히 약국 주인 제이크는 경비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게 로컴 약사를 이틀만 구했었고,

이틀 뒤에 나는 다행히 코로나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아직 상태가 완전히 호전되지도 않았었음에도,

내가 "말하기"로 약속한 대로 다시 약국으로 복귀하여, 진통제에 의존하면서 까지,

하루 10시간의 일을 견뎌내며 자신을 혹사시켰어야 했다.




당시는 누구나 코로나에 걸리면 7일 정도의 병가로 쉴 수 있었고,

나와 같이 근무했던 필리핀 약국 점원은

주위 같은 나라에서 온 간호사 친구들과 나눈 정보력을 가지고

10일 (주 5일 근무라 2주 병가)을 코로나 병가로 주급을 다 받으면서 쉬었었다.


그녀는 굉장히 실리적이고, 영리하며 ,

  남보다는 늘 자기 자신을 우선으로 한 똑똑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었는데,

  그 당시 나는, 너무 그녀가 매정하고 정이 없으며

엄청나게 계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미 둘이서도 감당하기에는 너무 바쁜 약국을

  나 혼자 거의 2주간 운영해야 했었기 때문이다.

그때에도 약국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병원 바로 옆에 붙어있는 약국에서

약사 혼자서 조제도 300개 이상을 하면서 일반의약품과 생필품 판매,

그리고 약사 조제 상담까지 하는 것은 , 환자 케어에 위험이 있고,

약사에게도 위험이 있기에 혼자서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면,

잠시 문을 닫거나, 로컴 약사라도 급히 구했거나,

 약사인 본인이라도  와서 도와주지는 않았을까?




 착한 사람 신드롬 환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욕먹기"라고 단언한다.

내가 거절해서 상대가 실망하면 어쩌지?,

상대가 나를 욕하면 어쩌지?,

상대가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등등

모든 것에 자신은 배제돼있고 온통 "상대"에게 집중돼있기 때문이다.





"욕먹을" 준비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아니요"라는

거절하는 의사를 정확히 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먼저 알아나가고,  

자신이 자신의 삶과  가치가 관계에 중심이 되어야지,

온통 상대의 감정, 반응만을 고려하는 것은 차선이 되어야 한다는 걸

이제와 서라도 깨닫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거절이 어렵다면,  

거절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연습하고 횟수를 늘려가며,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거절하는 방식을 공부하여야 한다.

"아니요"라고 말해도 나는 안전하며,  

그게 별로 큰일이 아니란 것도 깨달아야 한다.


지금 간단하고 명확하게 "아니요"라고 말하는 게,

처음에 대충 얼버무리고 나중에 다시 제대로 거절하는 것보다

상대가 받는 불쾌감 그리고 원망감이 낮다는 것도 인식하여야 한다.




누군가가 부탁을 할 때마다 기꺼이 들어준다고,

그 상대가 나에게 고마워하고 감사하는 것은 절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자신이 해줄 수 있고 없고

또 상대가 부탁을 할만한 것인지 아닌지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과

또 그 사실을 나 자신과 상대로 하여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되려 더 큰 거, 더 어려운 것을 부탁하며 결국 못 들어주게 되면

그로부터의 원망 그리고 그걸 못 들어주어서

욕을 먹을까 봐 또 자신은 더욱 걱정하며 괴로워지는

역순환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임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내가 "No"라고 하여서 상대방이 상처를 받고 나를 욕할까 봐 걱정하지 마라, 

차라리 내키지 않는 것을 무리해서 들어주어야 하는

나의 상처와 감정을 인식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무것이나 부탁할 수 있는 착한 사람이 되지 마라,

차라리 "Yes"를 듣기가 힘든 그래서 간혹 부탁을 들어주었을 때  

더욱 고마움을 받는  조금은 어렵고  까탈스러운 사람이 돼라"라고

나 자신에게 또 다른 너무 착한 이들에 게도 말해주고 싶다.






오늘 처음으로 나는 "아니요"라고 간단 명료하게 또 자신있게 말했다.

 상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던 나의 "아니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금도 계속 나를 압박하며 자신의 뜻이 관철되기를 비상식적인 선까지 하고 있다.  

그럴 법도 하다.

왜냐하면 그가 그동안 봐왔던 나는

누군가가 그렇게까지  부담을 주면 "다툼"과 "문제 일으키기"에

심한 알레르기가 있었기에  내가 곧 수그러 들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행히 나는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 차분해지고 또 이성적이 되었고,

사실과 상식에 근거하여서 나의 권리와 의견

그리고 논리적인 내 마지막 입장을 상대에게 전달하였다.

그러나 상대는 다시 여러 번 반복하여 말하면

자신의 뜻과 의견이 수렴될 거라고 믿는지,

 답변 못 받을 이메일을 계속 보내면서 혼자서 열을 올리고 있다.


역시 내가 원치 않는 것에

"아니요"라고 말하는 용기와 그리고 필요할 때 할 수 있는

"침묵"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훨씬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오늘이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어떻게 말하기를 개선함으로써

당면한 문제도 나의 감정에 스크래치 없이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계속해 나가려 한다.


"여기 이상 넘어오지 마"에서 계속


**이미지" Pixa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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