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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더욱 행복한 약국행|

- $$ 그리고 시간적 자유-

by 나탈리

거의 일 년 내내 여는 뉴질랜드의 대형 프랜차이즈의 대부분의 약국들은

약사가 최소 토요일 혹은 일요일 중에 하루는 일하기를 원하지만,

나는 운이 좋았던 것이었는지, 오클랜드 시내의 사무실과 대학가에

위치해 있었던 메디컬 센터 안에 있는 약국에서 일을 하였었기에,

모든 약사들이 누구나 꿈꾼다는 월요일에서 금요일 근무, 그리고 6시에 종료

게다가 주말과 모든 공휴일은 쉬는 스케줄을 거의 8년간 일을 해왔었다.






그런데 주중에 전혀 시간이 없다 보니 여러 가지 해외 생활의 불편함

과 폐해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집이나 물건들을 수리하는 경우 혹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때, 주말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할 만큼 불편하고 불필요한 추가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뉴질랜드도 서구권의 다른 나라들처럼 주말에 문을 아예 안 열거나

열더라도 토요일 오전에만 12시경까지 잠시 영업을 하는 곳이 많고,

또한 수리하는 사람들을 주말에 부르거나 영업소를 방문해도 평일보다

훨씬 더 비싼 요금을 받는 경우가 이곳에서는 당연시되어 있다.


예를 들면, 현재 일하는 약국 건너편에 새로 생긴 메디컬 센터는

주중에는 의사를 보는 비용이 20분에 $135이지만, 주말에는 $190이고,

20분을 넘어가면 $245이다.

물론 이 가격들은 뉴질랜드인이거나 영주권자의 비용이다.





당연히 주말에는 이런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또 근로자에게 주말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데,

이것을 결국 소비자가 다 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 "주말 요금" 혹은 "오프타임 요금"은 보통 평일에

내는 요금에 비하면 1.5배 심지어 2배 정도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나 뉴질랜드에서는 핸디맨 (집수리공)의 비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싸고

기본적으로 부르기만 해도 출장비로만 $150 ~$200 이상이 나간다.


시간은 본인의 집이나 일터에서 출발하는 시간부터

계산되기도 하기에 교통이 혼잡한 경우에 부르는 것은

또 다른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정확히 몇 시에 출발했는지, 수리도중에 필요 물품을

사러 갔다 오면서, 커피를 사 마시는지 차에서 통화를 하는지 확인도 못한 채

우린 그냥 다 내야 하는 주말에 수리가 시급한 소비자여서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나 비쌀까?


뉴질랜드는 인구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적고,

기술직이나 수리를 할 수 있는 숙련된 인력이 현저히 부족하기에,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게 만들고 또 따라서

비용은 높아지는 역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다른 곳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뉴질랜드의 생활비와

높은 시간당 요금이 합해져서 그들이 높은 인건비와

출장비를 청구해도,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내는 수밖에 없다.






또한 주말에 쇼핑이나 장을 보러 가게 되면은, 주차 지옥에

계산대에서 오래 줄을 서는 등, 아까운 시간 낭비와 비싼 휘발유 값....


27년을 "느릿느릿" 거북이 같은 뉴질랜드에 살면서도 아직도 모든 게

신속 정확해야 하는 "빨리빨리" 토끼 같은 한국인인,

나의 스트레스 지수 등등을 고려해 봐도

난 정말 토요일, 일요일에 일을 하는 게 진정으로 행복하다.


이런 이유들로 1년 여전에 새로운 큰 프랜차이즈 약국으로 자리를 옮길 때에,

나는 특별 조건으로 주중에 2일을 쉬는 것으로 계약을 했고,

그것은 나에게 자유로운 시간만을 준 것이 아니라

비용면에서도 많은 절감을 할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자부한다.






또 하나의 큰 장점은, 공휴일에 받는 추가 임금 (Public Holiday Pay)이다.


평소 임금의 1.5배를 받고, 만약 공휴일이 내가 원래 근무일일 경우에는,

추가로 대체 휴일 (Alternative Holiday)을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하루 일하고 거의 2.5배를 받는 공휴일이

1년에 내가 근무하지 않는 날을 빼도 한 8~9 일은 되기에,

9일을 일한다면 22.5 일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공휴일에도 환하게 웃으며 안 그래도 친절한 천성의

내가 더더욱 상냥한 약사가 되곤 한다.


2주일 전부터는 회사의 사장님이 전 직원들에게 보낸 공식적인 이메일에 의해,

주말에 일하는 전 약사들은 원래 임금보다 1.3배를 약속하여서,

거의 연봉이 10프로 이상 오르게 되었던 것은 주말에 일하기로

계약이 돼있는 나를 포함한 풀타임 약사들에게는 특별 보너스가 된 셈이다.







오늘도 나는 평소와 같이 6시에 일어나서, 중급 일본어 듣기를 공부하며,

런치 준비를 하는 토요일의 상쾌하고 행복한 아침을 맞이했다.



주말 동안은 나 홀로 일하는 조제실이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글도 쓰고 글쓰기 공부도 하는,

나는 행복한 주말 약사, 그리고

브런치 작가 20 일차 신입 나탈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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