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가 결국 승자 “
내가 하는 모든 것은 빠르다.
언제부터였을까?
아님 이렇게 급한 성격이 타고 난 나의 천성인 것일까?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엄마에게 자주 “덜렁 맞다”라고 야단을 맞았었던 것을 보면,
나의 ”모든 것을 빨리 하기 “는 아주 오래된 고질적인 생활 방식,
습관 그리고 조급한 성격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나는 늘 남보다 빨리 걷고, 다들 놀랄 만큼 빨리 또 효율적으로
여러 가지 요리와 청소를 짧은 자투리 시간에 해내며,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언어 그리고 새로 배우는 언어조차도 빨리 말하며,
또 해야 할 일도 남들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미리미리 해놓는 편이다.
모든 게 빠른 나는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의 성과와 결과를 내고,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해내는 것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나는 모든 것이 또 너무 빠르기에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의 실수들과 예기치 못했던 결과들도 가끔 생겨나곤 한다.
때론 생각하기 전에 말이 앞서서 나오기도 하는 실수도 일으키고,
장시간의 일, 공부 그리고 운동을 하는 도중 시간이 날 때마다,
빨리 집안일을 해내야 하기에, 자주 손을 베이거나 데이기도 하며,
일도 공부도 리서치중인 프로젝트도 다른 팀원들보다 늘 미리미리 해놓기에,
도중에 방향이나 주제가 바뀌게 되면 나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기도 한다.
결국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다시 전체 수정을 해야 하는 나는,
미리미리 해놓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부지런히 빨리 준비를 하였음에도,
결코 다른 이들보다 빨리 과제들과 일을 마칠 수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만일 맥도널드나 아주 바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나의 빠르고 부지런한 생활 태도가 십분 발휘하게 되어 더 많은 손님들이
줄을 오래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될 테고, 그래서 손님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며,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따뜻한 식사를 제공해 드릴 수 있는 큰 장점이 될 것이다.
승무원 시절에도 나는 그 누구보다도 빨리 그리고 부지런하게 움직였었고,
지치지 않는 체력과 또 늘 잃지 않았던 미소로 늘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였었기에,
흡족해하시고 고마워하셨던 승객들로부터 여러 번 감사와 칭찬의 편지를 받았었었다.
당시에는 승무원들이 승객으로부터 칭찬 혹은 감사 편지를 받게 될 경우에는
소정의 보너스가 지급이 되었었고, 나는 내가 모셨었던 승객분들 덕택에
받았던 보너스이어서 큰 액수가 아니었음에도 너무 뿌듯하였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더욱 보람차고 행복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그동안 해왔었던 많은 서비스 업무에서 인정받았었던
나의 "빠름"이 모든 일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나는 나의 빠름의 속도를 늦추며, 찬찬히 그리고 천천히 하기를
나 자신에게 습득시키며 모든 템포를 늦추기에 돌입하게 되었다.
나의 "빠름"은 현재 일하고 있는, 또 환자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약사로서의 역할에 있어서는
효율적인 "득"보다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건강 차트, 의사의 처방전의 안전성, 그리고 가능한 다른 현재 복용 중인 약들과의
부작용 그리고 필요한 환자 상담등을 신중하고, 침착하게 하나하나 작은 것도 빼먹지 않고
다 일일이 체크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뉴질랜드의 대표 신문사인 뉴질랜드 헤럴드지에는
이제 갓 4주밖에 안된 아기가, 의사의 처방보다 5배가
더 높은 스테로이드를 약사가 의사의 손글씨 처방을 잘못 읽고 조제하고,
또 아기한테 맞는 복용 양인지 아기의 나이와 몸무게로 재체크도 놓친 채 주어서,
그 약의 라벨이 붙어있는 용량의 지시대로 아기 엄마가 준후에,
아기의 호흡이 정지가 되는 긴박한 응급상황이 벌어졌었다고 한다.
다행히 엄마가 제때 CPR (심폐소생술)을 하고는, 아기가 응급실로
신속하게 옮겨져서 다행스럽게도 안정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충격적인 또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그리고 충분히 예방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던 조제 사고라고 생각한다.
혹시 맥도널드에서 손님이 빅맥 햄버거를 주문하였던 것을,
누군가의 실수로 치즈버거를 주었다면, 손님께 정중히 사과를 하고
다시 빅맥 햄버거를 제공하면 된다. 손님이 기분이 조금
나쁠 수는 있겠지만, 그 누구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실수는 아니기 때문에 빠르고 신속한 맥도널드
서비스는 아직도 도움이 되고 가치가 있는 면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약사나 의사의 실수로 준 잘못된 약을 환자가 복용하고,
그 실수조차도 곧바로 발견되지 않고, 추후에 다음번 약을 받으러 왔을 때나
(뉴질랜드에서는 보통 약의 종류에 따라서 매달
혹은 3개월에 한 번씩 약을 받으러 온다) 실수를 발견하게 된다면,
환자의 건강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생명에까지 위협을 할 수 있는
직업이 약사 그리고 다른 의료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다
그렇기에 약사나 의료계의 업무에서는 가장 큰 금물이 "빠름"이다.
약사는 의사의 처방전을 바탕으로 약을 정확하게 조제해야 하지만,
혹시 모를 의사의 실수도 알아내야 하기에, 환자의 나이, 기존 질병
그리고 건강 상태 등도 매번 체크를 하여야 한다.
그저 알약을 세어서 드리는 단순한 일만이 약사의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약을 환자분들께 드릴 때에는, 약의 정확한 복용법, 용량 그리고
언제 드셔야 되는지, 주의를 요하는 부작용,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조언등도
같이 드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평생 모든 것을 빨리 하며 살아왔던 나에게, 약사로서의 새로운 역할은
철저함, 정확함 그리고 침착함과 여러 번에 나눈 단계별 안전 체크가 필수였기에,
나의 서두르는 성격과 모든 것을 빨리하는 행동 방식을 바꾸는 훈련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나의 모든 행동의 템포를 늦추기에 돌입한 지 10년 차다.
모든 일을 너무도 빨리 해내고, 결과도 빨리 찾기를 계속한다면,
지금 나의 약사로서의 환자를 안전하게 돌보는 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고,
또 계속된 빨리 해내기로 인해 결국 나는 지치게 될 것이고,
또한 자신에게 실망하며 결국에는 되려, 모든 계획했던 일들이
훨씬 오래 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믿는다.
빠른 길과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서두르다 보면,
섣부른 판단과 실수가 있을 수 있고, 결국 돌아서 갈 수도 있기에,
모든 면에서 한 템포만 천천히 생각하고 말하고 살아가보려 한다.
***이미지: Pixa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