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를 끝까지 기억하려면"
며칠 전 약국으로 화가 잔뜩 난 뉴질랜드 (키위) 여성이 전화를 걸어 매니저랑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하였다며, 약국의 점원이 리테일데스크에서 온 전화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안녕하세요, 나탈리입니다.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내 이름을 지젤이고요, 나는 지금 화가 정말 많이 나있어요. 도대체 왜 내가 물건을 한번 샀는데, 내 카드로 또다시 $5이 따로 결제가 된 거죠?"
"아 혹시 저희가 그랬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일단 몇 월 며칠 몇 시에 우리 약국에서 물건을 구입하셨는지, 또 액수가 얼마가 각각 두 번이나 빠져나갔는지, 계좌를 보시고 알려주시면 저희 시스템에서도 확인해 드릴게요"
"내가 산 금액은 $24.99인데 그 후로 15분 정도 있다가 갑자기 $5이 이유도 없이 또 빠져나갔다구요"
그녀로부터 정보를 받고, 우리 리테일 시스템의 그날 그 시간의 기록을 다 확인해 봐도, 그녀가 낸 금액 이외에는 그녀의 카드기 청구된 기록이 전혀 없었기에,
혹시 다른 곳에서 무엇인가를 구입하시고 잊어버리신 게 아닐까라고 물었지만,그녀는 완강하게 부인하며 그녀의 중노가 서서히 극노로 변해갈 때쯤, 갑자기
그녀가 기어들어가는 떨리는 목소리고 말했다.
"아~~~ 아~~~, 아 미안해요, 내가 커피를 살 때 남은 동전을 다 써버리려고,
$5를 카드로 약국 앞 카페에서 냈던 게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같은 지역으로 찍혀서 그만...."
"아니에요 지젤, 그러실 수도 있죠, 저도 가끔 그러는걸요.
아무튼 걱정하시던 일이 해결됐으니, 좋은 하루 보내시고, 다음번에 또 약국에 오시면 뵙겠습니다."
그저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럴 수도 있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나름 해피앤딩으로 웃으며 넘겼던 일이었고, 나는 그녀의 이름조차 잊어버리고 다시 바쁜 일상으로 복귀하였었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난 토요일인 오늘 아침 8시에 문을 열자마자, 약국의 리테일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나는 환자의 조제를 하고 있어서, 다시 약국의 리테일 점원이 전화를 받아 들고서,
조제실 앞까지 와서 내가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려다가, 다른 환자들이 또 줄을 서자,
그녀는 곧 매니저와 상의 후 전화를 주겠다며 전화를 끊는 것을 보았다.
그 후로도 전화소리가 몇 번 들렸었지만, 나는 그 모든 전화가 지젤이라는 키위 여성일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었다.
왜냐하면 우리 직원이 불과 5~ 10분 전쯤에 곧 우리가 전화를 다시 준다고 했었기에,
그런데도 리테일 직원 제니는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다시 나의 조제실 앞에 서있었다.
급한 환자만 먼저 돌봐드린 후 전화를 받았는데, 다시 바로 며칠 전의 깜빡했다던 그녀, 지젤이란 여성이었다.
"아니 왜 그렇게 오래 걸리나요?
내가 얼마나 급하면 아침 8시부터 지금 전화만 8번째 걸고 있겠어요?"
나는 그녀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많이 놀랐다.
아침 내내 울리던 그 모든 전화가 다 그녀였었다니.....
"나 며칠 전 카드 때문에 전화했었던 지젤이에요, 나 알죠?
"네 지젤, 안녕하세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나는 어제 밤일들을 정확히 다 기억을 하고 100 프로 확신하고 있어요.
리테일 프런트 카운터에다가 물건을 올리고 계산하면서, 내 핸드폰을 그대로
올려놓고 나와버렸다고요. 약국이 밤 8시에 닫은 후에야 생각이 나서, 밤새 나는
불안해서 한숨도 못 잤는데, 왜 제니라는 그 직원은 내 전화가 거기 없다는 거죠?
난 확실히 놓고 온 거 맞고 기억도 명확하다고요!"
그녀의 총탄같이 빠른 말들 후에 나는 깊이 호흡을 가다듬은 후,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최대한 침착한 어조로 대답했다.
"지젤, 저는 어제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약국 문 열 때부터 닫을 때까지 근무를 했었어요.
그 어떤 직원들도 저희 약국에서 어떤 핸드폰이
발견되었다고 말하지 않았었고 보관된 물건함에도 아무것도 없네요.
그렇지만 다시 한번 찾아보도록 하죠.
지젤씨의 핸드폰 번호로 지금 바로 전화를 한번 걸어보시겠어요?
혹 소리가 날 수 있으니"
그러자 그녀가 앙칼진 목소리로 짜증을 내면서, 거의 소리를 지르듯이 내게 말했다.
"약국에 지금 라디오 음악 소리가 그렇게 큰데, 내 전화소리가 들릴 리가 없잖아요.
지금 당장!!! 라디오부터 먼저 끄라고요!!!"
나는 약국 뒤쪽에 놓여있는 오디오세트를 껐고,
그 후 그녀는 그녀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고, 나는 약국 여기저기를
핸드폰소리가 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한 손으론 전화를 들고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그녀의 전화기 너머로, 그녀의 남편인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지젤, 지금 당신 전화 게라지(창고)에서 소리가 나고 있어"
그녀는 민망한 듯 짧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별다른 설명 없이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리테일 직원들도 아침 내내 그녀의 전화를 8번이나 받으랴, 다른 손님들도 도와주랴,
또 나는 나대로 아침부터 밀려드는 스크립으로 약을 조제하고 또 환자 상담을 하면서,
정신없이 분주하게 오가는 동안, 그녀의 히스테리한 화까지 다 받아낸 우리 팀에게
토요일 바쁜 시간이 아직 시작되기도 전에 진이 다 빠져버리는 아침을 그녀가 우리에게 떠 안겨주었다.
그녀를 자주 보았던 약국 점원 제니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벌써 전에도 몇 번이나
차키를 카운터에 놓고 가거나, 물건을 계산해 놓고 돈만 내고 놓고, 물건을 놓고 나가는
것을 몇 번이나 불러서 알려 주었던 적이 많았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깜박깜박 잊어버리기가 한두 번이 아닌 50 대 중반의,매사에 극도로 예민한 그녀는 스트레스성 장애와 건망증 초기증상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게 되었다.
어느 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한다 했었고, 집에서도 꽤나 바쁜 것으로 보였던,
그녀는 아마도 일과 가사일등의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함 때문에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쇼핑을 하거나, 조제된 약을 받으러 와서, 약사와 상담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그녀는 늘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누군가와 일 혹은 개인적인 업무의 통화를 계속하던 것을 보았을 때, 그녀는 여러 가지 일이나 업무를 한 번에 다 하려 하다 보니, 휴식없는 과도한 두뇌의 사용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로 기억력에 문제가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수면에 관련된 영양제를 여러 번 문의하였던 것을 보면, 그녀는 수면에도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부족하거나 혹은 좋지 않은 질의 수면을 취한다면 우리의 기억력은 기능이 당연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의 신체가 점점 그 기능들이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동시에 기억력도 같이 저하되기에, 충분한 영양 섭취와, 머리의 휴식 그리고
그녀가 그 외에 다른 질병은 없는지 자세히 검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다음번에 약을 받으러 오면 조심스럽게 같이 상담을 해볼 예정이다.
심각한 경우이겠지만, 신경계통의 퇴행성 질환 혹은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증상들도 잦은 그리고 심한 기억력 감소이기 때문이다.
그녀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는 가끔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를 막고 좋은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운동과 휴식 그리고 식이요법 을 병행하면 기억력 감퇴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심각할 경우에는, 치료가 시급한 경우들을 대비해서
의사로부터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규칙적인 운동과, 오메가 3와 항산화제가 풍부한 건강한 식습관,
그리고 건강한 수면과 스트레스관리와 머리 쉬어주기 (좋은 음악, 책 혹은 명상등)를 통한, 간단한 생활방식을 건강하게 바꾸는 것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깜박 잊어버림 증상은 많이 개선될 수 있다고 하니, 몸뿐만이 아닌 우리의 마음과 기억력도 건강 관리가 중요함을 느끼게 되는 날이다.
고로, 지젤의 오늘 아침의 히스테리한 전화는 나에게 건강과 기억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었고, 또 관련 공부도 하게 해 준 고마운 해프닝이었다.
그녀가 건강한 생활방식과 머리를 휴식시킴으로 남은 인생을 걱정과 깜빡 잊음으로 인한스트레스가 아닌,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기를 바래본다.
"좋은 이를 끝까지 기억하기 위해서는, 건강관리 그리고 특히 기억력 관리 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