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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밸런타인데이엔 설렌다

해피 밸런타인데이

by 나탈리


오늘 아침에 약을 찾아가시는 한 뉴질랜드 여성분과,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로 보이시는 옆에 서계신 선하신 인상의 은발의 할머니께서 함께 제게 곱게 웃으시며 인사를 하셨습니다.


"Happy Valentines!!“(해피 밸런타인데이)


그제야 저는 ”아, 오늘이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구나 “라고 알게 되었지요.



제가 18살 때, 제 생애 첫 번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곳, 신라호텔 베이커리가 가장 바빴던 날이 바로 밸런타인데이이었었습니다.


예쁜 최고급의 초콜릿이 빨간색 혹은 핑크색 하트모양의 벨벳으로 된 초콜릿 상자에 담겨 있는 초콜릿 박스와 케이크를 아마 하루에 수백 개는 선물 포장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그날 남자 친구를 위해 하나를 샀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 것도 한 개를 샀을 것을… 이제 와서 많이 후회가 됩니다)






밸런타인데이가 특별한 날이라는 것을 배운 18살 이후로, 매년 2월 14일에 별다른 모임이나 행사도 하지 않고, 그저 평소처럼 일만 하는 요즘 까지도, 마음만은 여전히 조금은 들뜨고 설레는 되는 날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저의 밸런타인데이가 돼 버렸습니다.


아침에 제게 인사를 해주신 연세가 한 80살은 족히 넘게 보이시는 뉴질랜드 할머님께서도, 마치 소녀 같으신 예쁘신 눈망울로 제게 해피 밸런타인데이라고 하시며 많이 행복해 보이시더군요.


그 오랜 세월 일, 육아, 살림을 하시며 아이들을 돌보시다가, 푸르른 청년기, 치열한 중년기를 다 보내시고, 이젠 호호 할머니가 되신 그분께도 설레는 밸런타인데이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금의 젊은 분들은 아마 상상조차도 못하시겠죠. 물론 저도 그때 그랬었습니다

.





제 뉴질랜드인 친구가 말하기를, 자신의 아이들은 엄마는 원래 태어날 때부터 엄마로 태어난 줄 아는 듯이 행동한다며, 서운한 마음을 내비쳤던 적이 있습니다.


그녀의 아들 딸들이 밸런타인데이에는 엄마가 보낸 문자의 답장도 못할 만큼, 자신들의 발렌테이 데이의 데이트와 이벤트를 계획하느라 분주하다 하더군요. 착하고 순한 성격의 그녀는 오래전 크로아티아인 남편과 이혼 후 어린 남매를 홀로 키워온 키위 (뉴질랜드인) 싱글맘인 약사 친구입니다.




엄마는 원래 엄마가 아닌, 아주 예쁜 아기 소녀였다가, 귀여움을 받고 잘 자라나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힘든 학창 시절동안도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따라다니던 남자친구와 알콩 달콩한 연애도 하다가, 첫 취업을 하여 어른으로서 사회의 첫발을 딛고 살던 아름답고 꿈이 많은 젊은 여성이었다는 것을 그 남매가 알게 될 날은 아마도 그들이 지금 엄마의 나이가 되었을 때 일 수도 있겠지요.






저도 우리 엄마께서 파평윤 씨 부유했던 양반집의 귀한 외동딸이었다는 것도, 사춘기 때 친한 친구와 영원하자고 약속도 했었던 여린 감성 소녀였다는 사실도, 결혼을 하셨을 당시에도 고작 21살의 어린 여성이었다는 것을,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가, 이제 제가 엄마의 나이가 되니 알게 됩니다.


저는 나이라는 세상이 정해놓은 시간대로 그리고 자연의 순리대로 중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제 안은 푸르른 청년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고, 울 엄마도 그러셨을 것이라는 것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그래서 2025년 2월 14일 밸런타인 데이인 오늘 저는 세상의 모든 아들 딸들에게 힌트를 주고 싶습니다.


"얘들아, 엄마도 밸런타인데이는 설레신단다 “


오늘 남자 친구, 여자친구에게만 예쁜 초콜릿 주며 알콩달콩한 메시지와 사랑을 확인하지 말고, 감성 소녀를 안에 꼭꼭 감추어두시고, 평생 자녀와 가족만을 챙기시는 각자의 “울 엄마”께도 밸런타인데이는 특별한 날임을 느낄 수 있게 해드려 보시면 어떨까요.







아침에 할머니께서 알려주셔서 시작된 저의 밸런타인 데이는 엄마를 추억하는 감동 여행이 되었습니다.


2025년 발렌 타인 데이를 맞아, 저는 오늘 종일 엄마를 그리워하며, 또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오늘 꼭 기억해 주세요. 세상의 모든 엄마들도 밸런타인데이에는 설레신다는 것을. 그래서 저도 천국에 계신 엄마께 말씀드려 봅니다.


“엄마 해피 밸런타인데이!”


**이미지: Pexel,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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