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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alie Sep 22. 2024

|이번엔 내가 낼께!|

    "우리끼리만 통하는 법칙"

주말에는 대학생들이 우리 약국으로 주말 아르바이트 일을 하러 온다.


부모님이 중국인이시지만 이곳에서 태어난, 샐리는 얌전하고 예쁜  외모뿐만 아니라, 일도 그 누구보다 더욱

 열심히 하는, 그래서 내가 아주 예뻐하는 약대의 2학년 생이다.


약대생 외에도 다른 키위 (뉴질랜드) 대학생들도 몇 명  주말에 일을 하여서 주말에는 또래의 젊은 학생들이 같이 버블티를 시켜 먹거나, 런치로 피자를 시켜 먹기도 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었다.






샐리가 일요일인 오늘 아침에 나에게 버블티를 먹겠냐고 우버로 본인이 시켜준다고 하여서,  12시간의 장시간 일을 해야 하는 나는 늘 커피를 출근하는 길에

사 오기에, 내가 당연히 학생인 샐리에게 버블티를 시켜주겠다고 하였었는데,

작은 호의에 정말 많이 고마워하고 놀래는 샐리!....


알고 보니 그동안 다른 주말 학생들과 다른 주말 직원 (대부분 키위, 뉴질랜드인)들과의

 shared lunch (같이 나눠먹는 런치)와 버블티를 샐리가 혼자서 여러 번 돈을 전부 다 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샐리는 집안이 부유한지 온 가족이 고급 유럽차인 BMW를 타며,  주말에 아르바이트일을 하러 와서도 몇백 불어치의 쇼핑을 하거나,

동료가 아프다 하면은 자신이 약을 사서 주기도 하는 둥, 아주 착하고 남에게 잘 베푸는 어린 학생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동료학생들은 이제는 당연한 듯, 그 누구도 그녀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표현하거나,

한번 대접받은 다른 이들이 다시 그녀에게 다시 무언가를 대접하는 것을  거의 받아 본 적이 없다 보니, 말을 못 해도 속으로 많이 서운했었던 것 같다.





샐리는 약대에서도 여러 나라의 학생들과 스터디그룹에 속해서  같이 공부와 여러 프로젝트도 한다고 들었다.

팀이 총 9명의 약대생으로 되어있는데, 팀 미팅을 자주 그녀의 집에서 모두를 초대해서 하거나, 호텔을 빌려서 하느라 천 달러 정도의 비용도  혼자서 다 지불을 하였었다고 한다.


아직 학생인 그녀가 하기에는 너무 과한 그리고 필요하지 않은 친절과 돈 씀씀이이라고 어른으로서 좋은 말로 알려주고 또 힘들어하는 그녀를 달래주었다.



그런데, 그녀는 최근에 그 스터디 그룹의 다른 학생들이 그녀를 제외한  

자신들만의 비밀그룹을 따로 만들어서, 공부에 관련된 중요 정보를 자기들끼리 공유하며,

또 그녀의 이야기를 안 좋게 하며, 다음번엔 다른 비싼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샐리에게 뒤집어씌우자는 모의를 하고 있는 것을 그 일원 중에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 다른 학생의 귀띔으로 알게 되어서 실로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한국인들이 외국에 살고 있다면,

아마도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한 번쯤은 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오래전 처음에 뉴질랜드에 와서 첫 번째 직장을 가졌을 때, 한국에서 늘 하듯이

“이번엔 내가 낼께”라고 말하며,

 동료들에게 커피, 점심을 내준다던가 혹 퇴근 후에 다 같이 바에 가게 되면 술도 따로 내 것만

주문하기 민망해서 먼저 사주기도 하였었다.



그런데, 생각지 못했던 그들의 첫 번째 반응은,


“어??? 왜???..... 와! 그렇지만 뭐 땡큐! 횡재"


그것으로 끝이다.


 이곳의 바에서는 각자 자신의 음료나 술을 필요할 때마다 가서 따로 주문을

하고는  하는데, 그때 한 키위 여직원이 자신의 지갑을 테이블에 놓고 왔다며  가지러 가려는 것을,

한국식으로 "이번엔 내가 낼께!"라고 하니, 다시 위와 똑같은 반응을  보였던 그녀,  

두 번째 우리가 다시 같이 드링크를 사러 갔을 때에는,

 그녀는 자신의 지갑을 들고 있었고, 내 앞에 줄을 서있었지만, 일언반구도 없이,

 본인의 맥주만 사서 떳떳하게, "테이블에서 봐"하면서 자리로 돌아갔었다.


27년을 이곳에서 산 나는 그것이 이젠 당연한 것이라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때의 막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되는 나는 너무 어이도 없고, 이렇게 정도 없는 사람들이랑 어떻게 앞으로 살아나가나 한숨이 쉬어졌었다.


물론 모든 뉴질랜드인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오래된 두 명의 착하고 진실된 절친이 있고,

그들과 나는 내가 알려준 한국식 서로 "내가 낼께 이번엔"을 하는 편하고 서로 대접해 주는 사이이다.




오래전 티비 프로그램에서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아주 흥미로운 실험을 본 적이 있었다.



첫 번째, 여자 선생님은 정말 친절하고 아이들을 처음부터 수업 마지막까지

돌보며 다정함과 친철함을 잊지 않는 미소천사 선생님이었다.


두 번째, 남자 선생님은 애들에게는 전혀 관심도 안 보이고 귀찮아하며,

 아이들이 질문을 하여도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거의 수업의 90프로를 보내다가

 마지막 몇 분 동안만 갑자기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아이들에게 물어본 충격적인 결과는!!!


거의 90프로 이상의 아이들이

두 번째 선생님이 훨씬 친절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나와 나의 학생 샐리는 첫 번째 선생님 스타일의 "착한 사람 증후군"의

사람이어서, 아마도 주위 사람들이 우리가 친절하고 베푸는 것이 그들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타고난 천성으로 누구에게나 하는 것이니 딱히

감사하지도 않을뿐더러, 그저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여졌을 수 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은 줄 알았던 어떤 이가 돌연 친절을 베푼다면,

그것을 받은 사람들은 놀랄 것이며,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 사람이 해주는

그 "친절"은 우리네 거와는 다른 자신들에게 무언가 "특별"대우를 해주었다고

생각되어 더더욱 감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로 우리는 다른 이에게, 특히나 후한 베풂 문화에 익숙한

같은 한국인이 아닌 다른 외국인들에게 과한 친절과 베풂은,

 우리의 원래의 좋고 착한 의도와는 상반되게

쉽게 "호구" 잡히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오랜 해외생활동안 알게 되었고, 앞으로 외국에 나가게 되는 친한 친구에게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글을 써보기로 했다.




후하고 과한 친절과 베풂은 자기 자신에게 일 순위로 베풀면 어떨까.


나와 샐리 같은 이들은 다른 이들을 늘 먼저 생각하며 우선시하느라,

때론 우리 자신을 등한시하거나 홀대하기도 하기에,  우리가 마음적으로

또 물질적으로 최선을 다한 상대가 우리의 호의를 무시하듯 대할 때   

더욱 자존감에 상처가 되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을 우선시하며 친절하게 대하는 훈련이 시급하다.





차라리 두 번째 선생님처럼, 밀고 당기기 기술도 사람과의 관계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들은 늘 풍족하고 늘 존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감사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인간들은 공기와 물이 없으면 살 수 없지만,

그것에 감사하는 때는 조난을 당했을 때나, 산소호흡기를 달았을 응급 시가 아닐까?...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며, 천년만에 오시는 귀한 손님처럼 대해주세요.   

매일 아침 새로 맞는 "나"를  친절하고 정성껏 대접해 주며,

 어떻게 더 잘해줄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는 오늘 되세요"


**이미지: Pixa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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