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5시간 만에“
유난히도 추웠었던 그해 겨울, 1월 6일 오전 7시 30분경,
엄마는 혼자서 집에서 아기를 출산하신 후 잠시 혼절하셨다고 한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신 엄마는 탯줄도 채 자르지 못한
아기가 방바닥 자체가 경사지어 있는 방의 웃풍이 센
추운 아랫목으로 굴러가 있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래셔서 빨리 이불로 감싸 안으셨다.
그런데 아기는 바로 재채기를 하였고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신기하다 하시며 웃으셨다고 한다.
하지만 불과 태어난 지 5시간 여가 지난 그날 오후부터
아기는 숨을 쉬지 못하며 얼굴이 파래지자 ,
놀라신 엄마는 바늘로 아기 위 콧잔등을 찌른 후
입으로 피를 빨아들여서 겨우 호흡이 돌아오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도움을 주는 어른도 없이 혼자서
아기를 출산하게 되어 아기가 아마도 그 출산 과정에서
폐에 감염이 발생하여 염증이 생긴
급성 신생아 폐렴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신생아 급성 폐렴의 증상 중엔 호흡곤란도 있기에
청색증이 생기어서 아기의 얼굴이 파래지게 된 것이었던이 아니었을까..
아기를 출산하신 후 몇 시간도 안된 30대의 엄마는
방금 태어난 핏덩이 같은 아기를 안고 1시간 가까이 걸어서
동네 작은 의원으로 급히 데리고 가셨지만,
당시 40~50대의 의사 선생님은 전혀 가망이 없다 하시며
급히 큰 병원으로 옮기라고 하셨다.
그러나 당시 홍은동 산 꼭대기 무허가 판잣집에서
네 번째 아기를 출산한 엄마에게는
큰 병원에 아기를 데려갈 돈이 전혀 없으셨고,
눈물로 애원하시며 동네 의원의 의사 선생님께
제발 아기를 살려달라고 필사적으로 매달리셨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은 막 출산하여 몸과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아이를 안고 있는 30대의 엄마가 한눈에 보기에도
바로 경제 형편이 많이 안 좋음을 알아보시고는
깊은 한숨을 쉬신 후에 결심한 듯이 말씀하셨다고 한다.
아기가 혹 오늘 밤을 무사히 넘기면
일단 첫 번째 기적일 것이고 혹 그렇다면,
내일 병원에 열자마자 다시 오라고 말씀하셨다.
그날밤을 뜬눈으로 아기가 숨을 쉬는지 확인하면서 지새셨던 엄마는,
의원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아침 일찍 아기를 안고
그날로부터 10일이 넘도록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 왕복으로 1시간이 넘는 그 가파른 길을 서둘러 가셨다고 한다.
엄마의 희생과 사랑 그리고
착하신 의사 선생님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아기는 점차 상태가 호전되면서,
10일째 되는 날에는 아기가 다 나았다며
의사 선생님은 박수를 치시며 뛰시면서
이건 기적이나 다름없다고 말씀하시며
행복과 감격의 눈물을 흘리셨다고 한다.
그로부터 2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죽음의 고비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아기는
건강하게 성장하여 20대의 엄마가 되었고,
외국에서 살고 있다가 출산을 위해 한국에 왔고,
본인이 막 낳은 딸을 데리고 할머니가 되신 엄마와 함께
이제 할아버지가 되신 의사 선생님에게
아기를 진료하러 찾아가서 인사와 감사를 드렸다.
엄마와, 아기를 낳은 그때 그 기적의 아기
그리고 이젠 멋지게 나이 드신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은
잠시 모두 말을 못 이었었다.
그리고는 모두 소리 없이 기쁨과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이미지: Pixa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