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talie Oct 19. 2024

White Rabbit 시계토끼

    "나 지금 쫓기고 있나?"

|멈추지 않는 시계처럼|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앞만 보고 너무 허겁지겁 달려오느라, 어깨는 굽어지고 눈은 어두워져 가며 나이 들어가고 있는 게….

내게는 세상에서 내 목숨보다 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못 보고 홀로 달려온 그 수십 년 동안, 나도 그들도 전혀 다른 이방인으로 살아왔던 세월들이 야속하게도 또다시 앞으로 빠르게 뜀박질하고 있다.


새벽부터 밤까지 내가 아무것도 안 하거나, 움직이지 않는 시간은 불과 몇 시간 정도... 불안하여서일까, 나는  자는 중에도 웬만한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고, 몇 번을 뒤척거리며 숙면을 취하지 못하다 보니, 밤사이에 화장실도 여러 번 들락 거리고는 한다.

하루종일 꾸부정한 자세로 서있었던 12시간 장시간의 업무로 인한 어깨 뭉침과 목통증 때문에 몇 번을 자세를 고치다 보면, 지금 몇 시쯤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아이폰을 들어보니, 5시 50분, 10분 있다 일어나야 한다.




|시계토끼, 늦었다 늦었어!|



한숨도 못 잔 것처럼, 온몸이 두드려 맞은 듯이 아프고 목도 뻐근하고 머리도 깨질 듯이 아프지만, 지금 차라리 일어나야, 굳어진 몸을 단 10분이라도 스트레칭을 할 수 있다.

그 사이에 귀담아듣는다기보다는, 틀어놓으면 왠지 나의 아침이 시작되는 듯한, 일본어 중급 회화 유튜브를 틀어놓고는 폼롤러에 안 아픈 데가 없는 목, 어깨, 등 허리들을 눌러서 마사지를 하고, 스트레칭을 20분 정도 해주는 게 내가 나한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아침보상인데도, 허리를 다친 후로는 한동안 하지 못하다 보니 그 20분도 따로 시간을 내야 하네.....

역시 쉽게 배우는 안 좋은 습관과는 다르게, 좋은 습관은 많은 노력을 요하므로…



벌써 6시 20분이네 빨리 내려가서, 몸 약한 동생과 나의 12시간치 도시락을 준비해야지, 과일 3가지와 삶은 달걀 2개를 넣은 아침, 으깬 계란과 절인 양파, 아보카도와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는 점심, 그리고 한 가지의 야채반찬과 한 가지와 계란말이 그리고 멸치볶음등의 단백질류 저녁밥과 물 한 통. 하루치 식량을 준비하면, 입맛 없는 나에게는 하루치의 먹거리가 3~4 일치가  되어버리는 요즘이다.




|계획보다 늦어지네|


이제 6:50이네 빨리 가서 대충 세수하고 나가야, 맥도널드 커피라도 픽업할 수 있을 텐데, 잽싸게 화장하고 가려했지만 보이는 곳마다 아수라장인 집을 조금씩 치우다 보니, 결국 7:30분에서야 나와서 커피는 포기하고, 급히 약국 앞에 차를 임시 주차 후, 늘 들고 다니는 랩탑과 책, 화장품 파우치, 폰 홀더 그리고 큰 텀블러를 급히 약국 안에 넣어놓고는, 또 빨리 차를 근처 주택가에 주차하러 가는 시간은 7:45.


잽싸게 뛰어서 다시 돌아오니 약국 도착시간은 7:52, 빨리 약국문을 열 준비를 하자.






밤 8시, 약국문을 닫고 지금은 짐에서 짧게 걷고, 샤워하고 씻고 나오니 밤 8:50 이제 집으로 가서 다음날 동생과 나의 런치재료준비를 하고, 아침에 어질러 놓고 나온 집과 방을 또 좀 치워야지, 쓰레기도 내놓고, 저녁을 걸러서 배가 고파서, 국에 밥한술 먹고, 글이라도 써보거나 읽어보고 싶어서 식탁 겸 책상에 앉아볼까 하고 본 시계는  밤 10시 25분, 내일 또 6시에 일어나려면 나에게 있는 시간은 1시간여....



|행복한 한 시간|


드디어 10:30에 책상에 앉았다. 브런치 작가님들 글도 읽으며 울고 웃다가, 대충 써놓은 조악한 나의 필력에 한탄하면서, 대체 왜 내가 글을 쓴다고 한 거지....

그렇지만 나, 도나키호테에게 포기김치란 없지, 계속 배우며 나아가리라 다시 한번 토닥토닥…


나의 하루는 왜 이렇게 바쁘고 나름 꽤나 열심인 것도 같은데, 왜 나는 아직도 갈길이 먼 것만 같고, 공허하고, 나이가 먹어도 내 안의 소녀는 왜 아직도 사춘기인 것인지....


난 마치 이상한 나라의 시계토끼처럼, 늘 시간에 쫓기며, 바쁘게 뛰어다니면서, 무엇을 이루고자 함일까?

대체 나에게는 나와 나의 소중한 이들을 생각하고 그릴 여유라도 있는 것일까?

갑자기 삶이 너무 고되다 힘들다.....



|전투태세|


시계토끼 도나키호테씨 갑자기 알면서 왜 그려?  

그게 삶이 자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려 노력해 봐.

지금 보니 앞에 큰 풍차가 또 싸움을 걸어오네,

준비 됐지?  전투태세 완료!



지금 내가 싸워야 할 풍차는 갱년기!



**이미지: Pexel, Pixaba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