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 딱 한강에서 치킨 뜯는 날씨잖아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올 때면, 한강에 가서 이 봄바람을 맞으며 치킨을 먹고 싶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 살지 않아서 그럴 수 없다. 물론 시드니에도 멋진 강이나, 바람을 맞기에 충분한 바다가 넘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한강이고, 배달 치킨이다.
사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한강에서 치킨을 먹으며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다. 지금 내 옆에는 언제든지 나와 재밌게 놀아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랑스러운 베스트 프렌드 남편이 있지만, 남편이 채워주는 '사랑' 영역이 아닌, '우정' 영역을 채울 친구 말이다. 내 마음 한쪽 구석을 채워 줄 친구들이 여기에 없다는 게 이렇게도 아쉽고 아련할 줄이야.
합정역 근방에서 만나 커피 한잔하며 시시 콜콜한 이야기로 채웠던 순간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입에서 끝없이 흘러나오는 대서사시, 밤을 새워도 모자란 직장 뒷담화, 함께 있을 때 일어나는 뜻밖의 사건들이 내가 시드니로 오게 되면서 멈춰버렸다. 더 이상 채워지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친구들이랑 놀고 싶다. 장소를 이동하다가 예쁜 옷집을 발견하면 들어가서 구경해보기도 하고, 친구들이 데려가 주던 맛집이나 유명한 곳에서의 인증샷도 찍고 싶다. 친구들이 다녀온 여행지에서의 일들도 생동감 있게 들으며 반응하고 싶고, 친구들이 사는 세상에서의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궁금하다. 다 같이 모여서 생각나는 아무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2차로 간 카페에서 또 배불리 배를 채우고 싶다. 나를 그리워하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써보고 싶다.
봄바람이 불 때 내 마음 한 구석이 시리는 건 시드니에 친구가 없어서가 아니다. 한강이 없고, 배달 치킨이 없어서다. 진짜다.
글/그림 에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