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린남 Jul 12. 2022

글을 대단히 잘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내가 2년  동안 네 권의 책을 출간할 수 있었던 이유

책이 출간되면 한동안은 독자들이 남겨주신 리뷰를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감사하게도 시간과 정성을 들여 좋은 의견과 소감을 남겨주는 분들이 많다. 가끔은 날카롭게 꽂히는 리뷰들도 만난다. 소심한 인간인지라 순간 멈칫하게 되지만 나는 유튜버다. 이유모를 악플을 수 없이 받아 온 유튜버 생활로 단단히 다져진 강인한 마음을 가졌으므로 책을 향한 아쉬움까지는 기꺼이 수용하고 가볍게 이겨낸다. 내게 도움이 되는 말이라면 내 발전을 위해 새겨들으려 한다. 발전을 위해 그 편이 훨씬 낫다. 하지만 그림체나 캐릭터가 별로라고 하면 마음이 쓰리긴 하다(내 눈에는 귀엽기만 한데...). 모두를 이해시키고 모두의 사랑을 받는 것은 있을 수 없으니 이 마저도 산뜻하게 넘기려고 (노력)한다. 


얼마 전 나의 네 번째 에세이 <취향 탐구 생활>이 출간됐다. 이번 <취향 탐구 생활>의 독자 리뷰도 열심히 읽어보고 있다. <취향 탐구 생활>은 내가 가진 물건들 틈에서 취향을 발견해가는 이야기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 어느 작가의 멋진 취향을 엿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다. 책 안에는 김밥 만드는 이야기, 강에서 주운 돌멩이 이야기, 노래방 이야기, 좋아하는 영화감독과 영화 이야기를 혼자서 신나게 떠들고 있다.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잔뜩 신이 난 채로 글을 써서 살짝은 걱정되기도 했다. 나 혼자만 즐거운 책이 될까 봐 우려됐다고나 할까? 하지만 오히려 솔직한 내 이야기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아 놀랐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진짜 취향'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의견과 즐겁고 재밌게 읽었다는 의견이 많아서 기뻤다. 사실 이번 책을 쓰면서 나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이 가진 우주의 어떤 것들이 채워졌는지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큰 바람이 있었다. 리뷰를 봤을 땐 어느 정도 그 바람이 이루어진 것 같다!


내가 읽은 수많은 리뷰 중에는 내 시선이 오랫동안 멈춘 리뷰들도 있었다. 대략 이런 비슷한 내용이었다.


'글을 대단히 잘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필력이 뛰어난 작가는 아니지만...'

('글을 잘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진솔하고 솔직한 이야기가 좋았고, 마음이 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맹세코, '글을 대단히 잘 쓰는 작가는 아니'라는 말에 상처받거나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글을 쓰는 사람이 들으면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글을 대단히 잘 쓰는 작가가 아니고, 필력이 뛰어난 작가가 아니다. 표현력도 어휘력도 많이 부족한 작가다. 그걸 잘 알아서 항상 더 잘 쓰기 위해 노력하지만 노력만큼 글이 잘 써지는 것은 아니라서 글을 쓸 때마다 답답해하는 작가다(ㅠㅠ). 


글을 잘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다행히도 나는 책을 출간할 만큼의 충분한 '작가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작가력'은 이렇다. 주변에서 이야깃거리를 잘 찾아내는 것, 언제 어디서나 작은 감정과 마음의 변화를 알아채는 것, 찾아낸 글감을 글로 옮겨내서 한 편의 글로 만들어 내는 걸 좋아하는 것이 작가가 가져야 할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내가 말한 작가력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여기에 성실함도 가지고 있다. 내가 아니면 누가 글을 쓰지?(이런 작가력을 가진 모두가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언젠가 출판사 사람들과 미팅을 할 때 들은 이야기가 있다. 오랫동안 출판 업계에 계셨던 한 분은 글 잘 쓰는 것 만으로는 책을 출간할 수 없다고 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너무도 많다고, 결국에는 작가가 가진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 말에 위안과 용기를 얻었던 것은 아마 내가 글을 대단히 잘 쓰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날 다짐했다.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나의 콘텐츠를 내 안에 더 채워야겠다고. 물론 글을 더 잘 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니 글 쓰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안 않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본다. 어쩌면 내가 2년 만에 네 권의 에세이를 출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 아닐까. 글을 대단히 잘 쓰지는 않지만, 나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고, 계속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재밌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거나, 남다른 생각을 가지거나, 내가 겪지 못한 경험을 가진 분들을 만나면 그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모르면서 책을 내면 좋겠다고 말한다(내가 책을 내줄 것도 아니면서!). 그 개인적인 이야기가 진짜 책이 될 수 있다는 걸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라서.




매거진의 이전글 언제까지 따라갈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