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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린남 Feb 05. 2023

중고 거래에 발을 들이다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내 물건에 대한 소유욕인지 애정인지 모를 마음으로, 아무리 쓸모없는 물건이더라도 버리는 대신 집 어딘가에 방치한채로 잘 살아왔다. 특히나 중고 거래는 나와는 먼 이야기였다. 중고 거래를 생활처럼 하는 누군가를 보며 부지런하고 야무지다고 생각만 할 뿐이었다. 그러던 내가 중고 거래에 발을 들였다. 결혼생활로 불어난 물건과 쓰지 않는 물건들을 비우기 위해서였다.


물론 쓰지 않는 물건을 기부하거나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기도 했지만 비싼 물건이나 거의 쓰지 않은 물건은 중고로 판매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물건에 대한 욕심은 사라졌지만 물건을 중고로 팔아서 조금이라도 이득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은 남아 있어서였다. 본래 목적을 되새겨보면 쓰지 않는 물건을 당장 없애는 것이 더 중요하니 손해 보는 기분이 들더라도 비우는 것에 집중하면 됐지만, 자꾸 망설여졌다. 물건을 버리려고 하면 원래의 가격이 떠올랐다. 시간이 지나면 물건의 가격이 당연히 떨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미련이 스멀스멀 나를 감쌌다.


처음에는 중고로 물건을 판매하는 일이 내키지 않았다. 물건을 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나씩 물건을 팔다 보니 점점 거래 자체가 재미있어졌다. 큰 노력 없이 내 손에는 지폐가 쥐어졌고, 그 돈은 통장 잔고에 손대지 않고 간식을 사 먹을 정도로는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됐다. 남편과 나는 팔 만한 물건을 찾아 열심히 중고 마켓에 올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 버는 돈 이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할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매물로 올려둔 물건이 팔리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고, 낯선 사람을 만나는 일이 반복되자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버겁게 느껴졌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 만나서 갑자기 볼멘소리를 하며 값을 깎는 사람, 물건을 건네받으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한두 마디를 덧붙이며 내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사람 등을 만나다 보니 상처도 받았다. 분명 좋은 사람이 더 많았지만 나쁜 상황들은 마음속 깊게 생채기를 냈다. 그래서 자꾸만 후회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중고로 판매할 일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쓰지도 않을 물건을 너무 쉽게 샀던 지난날의 내가 밉기도 했다.


욕심쟁이인 나는 여전히 물건을 조금이라도 비싸게 팔고 싶다. 적어도 더 이상 팔 물건이 남지 않을 때까지는 이 욕심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는 정말 신중한 소비를 하자고 남편과 다짐했다. 잠깐 필요하다고 무작정 구입하는 대신 집에서 대체품을 찾아보고, 써보지 않은 물건을 사기 전에는 가능하다면 대여해서 미리 사용해보자고 이야기했다. 카메라처럼 비싸지만, 사용하기 까다로운 장비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또 후회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여러 사람과 흥정을 한 후에야 겨우 물건을 비워낼 테니까.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 물건들 역시 있다. 결국 기부하거나, 필요한 누군가에게 나눔하거나, 버리게 될 거다. 아까운 마음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어쩌면 남편과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해 비싼 교육비를 지불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대가로 가벼운 삶을 살게 됐다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 오히려 이득을 본 쪽은 우리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고 거래로 물건도 비울 수 있었고, 가계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약간의 돈을 벌기도 했다(물론 원래 썼던 돈의 일부가되돌아온 것뿐이지만). 원하는 목적을 달성했으니 중고 거래는 참

매력적인 물건 비우기 방법 중 하나임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나는 중고 거래가 습관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다. 일단 사보고 ‘안 쓰면 중고로 팔아버리겠다’는 식의 마음가짐이 나의 소비 습관에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소비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물건을 비워낼 필요가 없도록, 애초에 쓸모없는 물건을 집 안으로 들이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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