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 D-22
우리는 좁고 긴 형태의 테라스 하우스에 살고 있다. 1층에는 거실과 키친, 화장실 그리고 작은 창고가 있고 2층에는 방 두 개와 화장실이 있다. 작은 집이지만 우리 둘이 살기에는 충분한 곳이다. 단점이라면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고, 방음이 안된다는 거지만 우리가 사는 동네 대부분의 집들이 다 그런 형편이라 불만은 없다. 이 집에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집도 마찬가지로 춥고, 덥고, 방음이 안됐지만, 나는 이 집을 더 좋아한다. 이 집이 더 커서도, 햇살이 더 잘 들어와서도 아니다. 오히려 더 작아졌다. 하지만 이 집에는 아주 오래됐지만 멋진 벽난로가 있다. 비싼 난방비를 내고서도 전에 살던 집을 추위를 견디지 못할 정도였지만, 이곳에서는 벽난로 덕에 훈훈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다. 거기에 낭만은 덤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 작은 창고가 있다. 그곳에는 작년에 사 둔 작은 트리를 포함해서 여러 개의 상자들이 있다. 좁은 옷장에 들어가지 못한 옷들이나, 여행용 캐리어, 안 쓰는 전자기기 등 작은 창고는 언제나 꽉 차있다. 매번 정리를 하긴 했지만 매번 엉망이 되는 이상한 창고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이 들어있는 상자를 찾는다. “찾았다!” 남편이 맨 창고 구석 맨 아래에 있던 먼지 쌓인 상자 두 개를 발견했다. 하얗게 쌓인 먼지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맨손으로 털어버렸다. 그 때문에 남편과 나는 재채기를 했고, 남편은 들고 있던 상자를 떨어뜨렸다.
“으악”
다행히 박스는 뚜껑이 닫혀 있었다. 나는 슬금 남편의 눈치를 보며 상자를 들고 얼른 거실로 나왔다. 그래 봤자 한 걸음이면 도착하는 곳이지만. 남편은 상자를 열기 전에 손부터 닦고 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미 바지에 먼지를 다 닦은 뒤였지만, 나는 즉각 대답하고 화장실에서 깨끗이 손을 씻었다. 그때 남편이 또 한 번 소리를 질렀다. “으악!” 나는 놀라 화장실에서 뛰어나왔다. “무슨 일이야??"
박스를 바닥에 떨어뜨린 탓에 안에 있던 장식들이 망가져 버렸다. 상심하며 장식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는데 몇 개는 완전히 작살이 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꾸미지 못하게 생긴 것이다. 이 시간만을 기다렸는데. 작년에 오래 쓸 거라면서 비싸게 투자한 장식들이라 더 속상했다. 트리에 달아줄 조명을 보던 남편의 얼굴도 나처럼 울상이었다.
“왜 그래? 그것도 깨졌어?”
“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엉켜서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겠어..”
나는 순간 뜨끔했다. 올 초 크리스마스트리를 정리할 무렵, 크리스마스 조명을 상자에 넣고 있는 나를 보며 남편이 말했던 것이 기억나버렸기 때문이었다.
“조명 제대로 정리해서 안 넣으면 다음에 쓸 때 분명히 고생한다.”
“에이~ 걱정 마. 내가 다 풀어줄게. 이런 거 잘 풀어 나.”
남편도 그제서야 그 일이 생각났는지 나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이리 줘 내가 풀면 될 거 아니야!”
12월 3일
글/그림 에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