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 D-21
깨진 장식들의 수가 꽤 많아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새로 사야 했다. 크리스마스 장식 그거 안 한다고 세상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너무 유난 떠는 거 아닐까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일 년에 한 번 있는 크리스마스에게 나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리고 새로 구입한 큰 트리가 거실 중앙에서 헐벗고 있는 모습을 언제까지 두고 볼 수는 없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는커녕 피톤치트 가득한 어느 숲에 여름휴가를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대로는 안돼! 당장 장식을 다시 사자!
아쉽지만 깨진 장식은 쓰레기통으로 갔고, 멀쩡한 아이들을 한데 모아뒀다. 혹시나 비슷한 장식을 사게 될 수도 있으니 휴대폰에 남은 장식을 사진으로 담은 뒤, 쇼핑몰에 갔다. 이번에는 내 잘못이 크니까 저렴한 마트 장식으로 구입하기로 했다. 합리적이고 쿨한 내 태도에 박수를 쳤다.
크리스마스 섹션에는 캐럴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캐럴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은 어느새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앗. 한정된 장식들 중에서 골라야 한다니 정말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걱정과 다르게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이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트를 끌고 흥분한 나를 천천히 쫓던 남편은 신경 안 쓰는 듯 하지만 나의 분주한 손놀림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내 눈에 들어온 귀여운 인형 하나. 거기에 부드럽기까지 하다. 몇 번 인형을 쓰다듬다가 몸을 돌려 말없이 남편을 바라봤다. ‘이 귀여운 인형 좀 봐! 갖고 싶다!’는 얼굴을 하고서는 말이다. 하지만 남편은 엄청나게 단호한 표정을 하고서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안돼.”
나는 조용히 귀엽고 부드러운 인형을 원래 자리로 돌려두었다. 잘못하다간 기껏 카트에 담아 둔 장식까지 못 사게 될 수도 있으니까.
12월 4일
글/그림 에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