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불가영역
이날은 바쁜 토요일이었다. 급하게 밥을 욱여넣으며 식사준비로 분주했던 오전 일과를 마무리하고 헐레벌떡 센터로 달려갔다. 수업도 전에 녹초가 되어버린 나와 달리 센터는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했다. 복도 너머 상담실에서는 담당자가 낯선 아이와 보호자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안경을 쓴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와 생머리의 안경을 쓴 남자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복도로 뛰쳐나왔다. 뒤이어 나온 봉사자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의 지도 하에 안경을 쓴 남자아이 둘은 내가 있는 요가교실로 보내졌다.
일단 생각나는 대로 우주요가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들은 마치 내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못 본 척하며 계속해서 장난을 쳤다. 둘은 손짓발짓을 동원하며 사인을 주고받았는데 대충 해석하자면 우리끼리 놀자는 메시지였다. 뒤에서 지켜보던 봉사자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 거들었다.
"장난치지 마! OOO, 눈 보고 대답해."
생머리의 안경을 쓴 남자아이는 눈을 아래로 내리깐 채 묵묵부답이었다.
"저도 안 그럴게요."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가 대신 답했다.
주의를 주고 난 후 봉사자는 교실 밖으로 나갔다.
훈육의 효과는 1분을 넘기지 못했다. 그들은 서로 엉겨 붙은 채 교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앉아. 요가할 거야, 바르게 앉으세요."
몇 번을 말해도 둘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속닥거렸다.
"요가놀이해요, 요가놀이!"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가 대꾸했다.
"놀이요가 할 건데 자꾸 이렇게 장난치면 놀이요가 못해, 앉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미야옹~ 장난치는 거야 뿌잉뿌잉"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에겐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듯했다.
주체할 수 없었던 나는 결국 협박을 하는 데 이르렀다.
"재밌게 요가할래? 재미없게 요가할래?"
"재밌게 놀이요가 할래요."
대답만 잘할 뿐 여전히 서로를 향해 사인을 주고받는 아이들을 보며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말 들으면 안 된다고? 무슨 사인인지 모르겠어."
그러자 생머리의 안경을 쓴 남자아이가 마치 나를 향해 들으라는 듯이 숙덕였다.
"지금 나갔다 오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초등학생 전투모드로 응수했다.
"아니, 지금 나갔다 오는 거 안되는데? 둘이 마주 보지 말고, 선생님 보고 요가해요."
까만 피부의 안경을 쓴 남자아이를 겨우 수업에 참여시켰다. 그러자 다른 아이도 어쩔 수 없이 눈치 보며 따라 하기 시작했다.
"우주선 출발 전 밥 먹을 시간이에요. 뒤에 있는 햄버거를 앞으로 가져와서 앙"
"아아아-" "안돼 먹지 마!!!!"
생머리의 안경을 쓴 남자아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까만 피부의 아이를 계속해서 잡아먹으려고 쫓아다녔다. 타격감이 좋은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는 꺅꺅 소리를 지르며 그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치느라 바빴다.
결국 나는 아이들을 끌어다 앉히고는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아래는 나와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가 나눈 대화다.
"여기 가만히 앉아. 지금 뭐 하는 시간이에요?"
"요가..."
"요가하는 시간인데 왜 장난쳐요. 요가 안 하고? 요가 안 하고 싶어요?"
"아니요."
"왜 말 안 듣고 장난치는 거야? 요가 안 하고?"
"그냥 놀고 싶어서요. 요가놀이, 놀이, 놀이말이에요."
"오늘 요가 안 하고 놀이가 하고 싶어요 그냥?"
"요가놀이해서 거기, 재밌는 거, 실컷, 실컷 하는 거요! 노는 거!"
"그럼 오늘은 요가 안 하고 놀아요 우리, 이렇게 말하면 되잖아."
"맞아요, 이렇게 하면 어때요? 실컷 하고 선생님은 OO이랑 같이 놀고, 저는 형아랑 같이 놀래요."
결국 요가를 하고 싶지 않다는 확답을 받고, 조용히 놀기로 했다.
교실을 뛰어다니며 물건을 차고 다니다가 결국 쓰레기통을 뒤엎었고, 나는 몇 번이나 그들을 말렸다.
마지막엔 결국 다른 봉사자에 의해 둘은 분리되었다.
집에 가기 전 생각하는 의자에 앉아있는 생머리의 남자아이와 눈이 마주쳤고, 그에게 다가가 어쭙잖은 조언을 건넸다. 세상은 네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누가 누구한테 할 소린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