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걸음(1)

관심과 애정표현

by 복순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갓 깨어난 토요일, 센터에는 처음 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회색 트레이닝복을 상하의로 맞춰 입은 그녀는 어렸을 때 발레를 배운 적이 있다고 담당자가 귀띔으로 알려줬다.


"오늘 뭐 할 거예요?" 발레를 배웠다는 아이가 오늘 수업내용을 물어봤다.

"친구랑 같이하는 요가할 거예요! 일단 앉아볼까요?"

어려운 거 아니냐는 아이를 달래 가며 겨우 앉혔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내 말을 확인하며 혼을 쏙 빼놓았다.


오늘 준비한 파트너요가를 하기에 앞서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고개를 앞뒤로 왔다 갔다

이번엔 좌우로 왔다 갔다

멈추고 목 회전 고개를 내린 다음 크게 원을 그립니다.

"아이 시원해" 발레를 했다던 그녀가 추임새를 넣었다.


"선생님 이렇게요?" "어 잘하고 있어"

"아이 시원하다" "그렇지 아이 시원해"

"준비운동이에요?" "어 마지막 준비운동 쭉 끌어올려"

어디까지 맞장구를 쳐야 할지

처음 만난 아이를 대하는 건 언제나 낯설고 어렵다.


"오늘은 친구랑 같이하는 요가할 거예요. 둘이 마주 볼까요? 둘이서 같이하는 요가예요."

친구랑 서로 마주 보라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듯 아이들은 계속해서 나를 바라봤다. 하는 수 없이 담당자를 끌어다 앉히고 남자아이와 마주 앉게 했다. 나와 여자아이, 담당자와 남자아이가 겨우 짝이 되었다.


마주보고 앉아 오른손을 등 뒤로 감았다. 왼손은 앞으로 가져와 등 뒤에 있는 상대방의 오른손을 잡았다. 여자아이는 어렵지 않냐며 재차 확인했고, 남자아이는 아프다며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 손 잡고 비틀어요"

"꺄아아 아파"

반대쪽으로 연결하는 동안 남자아이는 계속 엄살을 피웠고 나와 담당자는 그들에게 너무 잘한다며 어떻게든 수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애를 썼다.


마주 보고 앉아서 다리를 펴고 서로 발바닥을 붙인 후 한 발씩 위로 올려보았다.

그다음엔 양발 모두, 손을 맞잡고 보트자세를 하는 내내 비명과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다섯 번째는 뭐예요 다섯 번째는?" 여자아이가 반복해서 물었다.

다리를 펴고 손을 잡은 채 서로의 방향으로 당기며 앞으로 숙이는 동작을 반복했다.

"으아아아앗 아파!!!" 남자아이의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


여섯 번째, 일곱 번째 동작을 지나 열 번째, 마지막 동작인 옆으로 서서 손을 잡은 나무자세에 다다랐다. 바깥쪽 다리를 안쪽 허벅지에 대고 바깥쪽 손을 머리 위로 뻗어 친구의 손을 잡으라고 했다. 비틀거리며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아이들, 여자아이가 양손을 머리 위로 모으더니 '발레'라고 말했다. 뭐든 좋다며 나무자세로 발레를 하라고 안내했다. 열한 번째는 뭐냐며 묻는 여자아이 뒤로 남자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요가를 그만두고 다른 놀이를 하고 싶다 했다. 알겠다 말하며 혼자서 놀라고 했지만, 이미 한차례 담당자로부터 꾸중을 들었던 그는 머뭇거리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선생님이 다른 거 하면 안 된대요."

"(속삭이는 목소리로) 혼나지 않게 조용히 놀면 돼요."

"안 돼요 들키면 어떡해요 들키면"

계속해서 들킬까 봐 걱정하는 아이가 귀여워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전전긍긍하는 아이를 보다가 같이 할 수 있는 요가를 하자고 했다. 결국 동물요가와 게임을 하기로 협의했다. 아까부터 수영장 놀이에 꽂혀있던 안경을 쓴 남자아이의 의견대로 바닷속 동물요가를 해보았다.

"바닷속에 사는 동물 어떤 게 있지?"

"어... 바나나!" 발레를 했다던 여자아이가 답했다.

당황했지만 그녀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다 생각하며 바나나 자세를 만들어 보았다.

"바나나 어떻게 하지? 자 머리 위로 손을 들어 올려서 옆으로 기울여요. 바나나다!"

"바나나 차차" 안경을 쓴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가 소리쳤다.

"바나나 차차" 나도 신이 나서 따라 했다.


바닷속에 사는 카피바라와 거북이, 코끼리와 고양이를 만나며 이들의 바다는 꽤나 신비롭다고 생각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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