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여름, 김신회

내가 여름이 좋은 이유

by 이전철



몇몇 뉴스레터로부터 두세 번이나 추천받아서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드디어 읽었다. 짧고, 가볍고, 재밌고, 이쁘고! 난 빌려 읽었지만 사서 들고 다니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의 작가는 나처럼, 4계절 중 여름을 제일 좋아한다. 나는 친구들이 왜 여름이 좋냐고 물으면, 여름이 제일 좋긴 한데,, 어떻게 왜 좋은지 답하기가 어려워서 그냥 ‘추운 게 싫어서’라고 말하곤 했다. (생각해보면 이게 이유가 될 수 없는 게, 그러면 봄가을이 좋을 수도 있는 거고, 여름은 오히려 실내는 오지게 춥다.) 그런데 이 책의 작가는 왜 여름이 좋아라는 질문에 170페이지의 에세이로 답을 했다! 그 이유 중엔 나랑 같은 이유도 있고, 다른 이유도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과 공감하고 싶은 마음에 쓰셨다는데, 취향저격, 나 같은 사람에겐 정말 너무 재밌는 책이었다. 진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각 챕터마다 좋아하는 것을 소개하는데, 초당옥수수부터 시작해서 맥주, 여름휴가 등등 여름 하면 생각나는 것들이다. 그 중 작가님의 필력에 정말 감탄하게 되는 챕터가 종종 있다. 글을 너무 재밌게 잘 쓰시고, 그 속에서 인생살이의 한 줄을 수려하게 뽑아내신다. 몇 개 적어보면,



-지금은 서로 연락도 안 하는 그때 그 ‘플링남’의 안부가 문득 궁금해진다. 자니? 잘 때 되면 알아서 자겠지.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보다 더 넓어진다. 그저 덜 휘청거리며 살면 다행이라고 위로하면서 지내다 불현듯 어떤 것에 마음이 가면, 그때부터 일상에 밀도가 생긴다. (참고로 이 문장의 대상은 초당옥수수다.)


-여름에는 모두가 맥주로 하나가 된다. 나와 지인 대부분은 맥주 마시려고 운동을 가거나 맥주 마시려고 운동 갈 계획을 취소한다.



다른 것보다 이 책이 준 영감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고, 글로 써내는 과정은 결국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설명하는 과정이라고 느꼈다.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걸 나도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그걸 더 확신하고, 정돈된 말로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



그래서 다시 생각한 내가 여름이 좋은 이유.


-수많은 아끼고 애정 하는 여름 노래를 듣기에 제일 신나는 계절이기에,


-파인애플, 복숭아, 무화과 등의 여름과일! 그중 제일 좋아하는 과일인 수박이 철이기에, (나는 사과, 딸기, 귤을 그닥 안 좋아한다.)


-내 베스트 여행지였던 하와이가 생각나기에,


-쨍한 파란색, 초록색 자연과, 쨍한 빨간색, 노란색, 형광색 아이템이 가득한 계절이기에,


-아이스크림이 제일 맛있는 계절이기에,


-밤에 공원에서 맥주 노상을 깔 수 있기에,


-물놀이를 할 수 있기에, 여름바다만 한 바다는 없기에,


-더운 여름 냉수 매트에 누워서 살랑바람을 느끼는 순간이 좋기에,


-낮이 가장 길기에,


-가벼운 옷차림에 발걸음도 왠지 가볍기에,


-아침에도 춥지 않아 웅크려지지 않기에,


-여름방학의 추억들이 생각나기에, 여름휴가를 갈 수 있기에,


-해바라기의 계절이기에,


-땀을 한 바가지 흘려 흠뻑 젖어도 당연한 계절이기에,


-열정과 뜨거움의 상징인 여름 같은 사람이 되고 싶기에,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균형이라는 삶의 기술, 이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