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는 어떻게 베풀어야 할까?

친구집 가훈을 구경해 본 이야기

by 사회화요정

친구의 아버지를 만나다


어떤 사연으로 대학교 친구 무리들과 친구네 집에 놀러 가게 되었는데 친구의 아버지께서 김치찌개를 끓여주시면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아무래도 나이차이가 있다 보니 군대, 직업 등 접점을 찾기 위한 몇몇 시도가 있다가 짧게 끝나고, 친구집 가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같이 있던 구성원 모두 가훈이 없다가 가훈을 알아오라는 초등학교 숙제를 받고 급하게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더 이야기가 잘 되었다.


올드하지만 생각해 볼 만한 문구


원문은 아래와 같다.


1. 끊임없이 노력하라

2. 정직하게 성취하라

3. 진심으로 보시하라


일단 문구 자체가 그럴듯한 것도 있지만 더 와닿았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야기한 지 30분 만에 60년의 인생을 압축해서 볼 수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고,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고, 문구가 만들어진 시점의 친구 아버지의 나이가 현재 필자의 나이와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부분도 있었다.


노력과 성취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명확한 내용들이기도 하고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가치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문구는 "보시"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기도 했고 나의 삶에서 해당 가치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일감으로 떠오르지 않아 단어가 더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 "보시"는 베풂을 (베풀 보, 베풀 시) 뜻하는 불교 용어이다. 가훈을 잘 짓고 싶은 마음에 스님을 찾아가서 자문을 구하셨다고도 한다.


베풂은 과거에 비해 무엇이 달라졌을까?


- 선의를 악용하려는 사람이 조직화되고 선행의 상처가 생겼다.

설문조사를 빌미로 말을 걸었다가 포교활동을 하는 사이비단체와 같은 개인부터 국가유공자 처우에 대한 사회적 문제까지 선행도 리스크 중 하나라는 인식이 커졌고 실제로 사례가 매우 다양하다. 들어도 도움은 안 되는 반면 인류애만 사라지기 때문에 생략하려고 한다.


- 사람들이 신경 쓸 부분이 많아졌다.

정보의 공유가 빨라진 덕분에 관리해야 할 영역도 많아지고 방법도 너무 구체적으로 알게 되고 있다. 예전만 하더라도 회사원의 건강관리나 커리어패스, 재테크와 같은 문제는 사실상 고려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또한 접촉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난 것도 베푸는 행동을 신경 쓰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 베풂도 경쟁이 생겼다.

필자를 포함하여 자취하는 주변 친구들의 사례를 보면 음식을 어떻게든 많이 싸주려는 부모님과 받기 부담스러워하는 자녀와의 실랑이가 꽤 흔한 것 같다. 물론 음식을 주는 마음은 매우 감사하나 보관기간이나 공간 등을 생각하면 그냥 사 먹는 것이 더 편리하기에 마음을 있는 그대로 감사하기가 어려워졌다. 인생조언류도 비슷한데, 조언해 주는 사람은 선의이겠으나 애매한 정도의 좋은 조언은 이미 브런치나 유튜브에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현대에는 어떻게 베풀어야 하는가?


- 정형화된 방법을 활용하고, 작은 베풂을 여러 번 하자

경조사에 참석하기, 좋은 서비스에는 좋은 리뷰를 남기기, 실제로 감사/죄송한 느낌보다 좀 더 표현에 신경 쓰기 등이 있을 것 같다. 포괄적으로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지지하는 마음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필자의 경우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다.


- 내 여유를 만들어 두자

바쁠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앞서 언급한 건강, 재테크, 커리어는 물론이고 심지어 요즘은 잘 노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게 많은데 여유는 어떻게 만드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어차피 관리할게 많았는데 하나 추가할 수도 있는 것 같다.


- 내 도움의 가치를 올리자

이제 종이학 1000마리를 접어서 선물로 주는 것과 같이 단순히 시간의 양으로 승부를 보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반찬을 직접 주는 것보다 로컬맛집을 추천해 주는걸, 그보다는 맛집과 특성이 함께 적힌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해 주는걸 더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다. 만약 유재석과 같이 어떤 분야에서 큰 성취가 있었다면 단순히 시간을 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은 감사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렇게까지 해서 베풀어야 하는가?


여기까지 자세히 말하자면 글이 너무 길어지기도 하고, 사실 필자도 자신 있게 말할 만큼 근거가 많지도 않다. 하지만 기독교, 불교 등 대부분의 메이저 종교에서 베풂을 권하고 있는 걸 보면 뭔가 가치가 있다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과하게 베풀 필요는 없겠으나, 있는 여유 내에서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방식으로 베푸는 것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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