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인도 감정 공부가 필요하다.
필자는 전공자가 아니며 사실 직접적으로 우울감으로 도움을 요청했던 친구 2명의 케이스와 자신이 우울감을 느낀 시절이 있어 그 당시마다 관련 지식들을 찾아봤던 것 정도이지만, 시간을 두고 관찰된 나름 긍정적인 케이스를 바탕으로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글에서 등장하는 대상은 1명이고 남자이다). 글을 적기 전에 "우울증 친구 대처법"을 구글에 검색해 봤는데 사실 이미 전문가님들이 쓴 좋은 내용들이 많았다. 다만 스스로 잘 지켰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1. 우울감을 유형화 시킨것과 2. 지속 가능한 범위에서 대응한 것이다.
- 내부요인 vs 외부요인
친구의 경우는 외부요인이 더 영향도가 큰 케이스였다. 친구는 IT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는 주니어인데, 자신이 생각하는 커리어패스와 부여받은 업무가 너무 다르고, 단기적 지표에 급급해서 기술부채를 늘려가는 회사의 분위기가 우울감의 주된 원인이었다. 기본적인 나의 조언은 회사는 바꾸기 어려우니 어느 정도 기대치를 내려놓으라는 방향이었는데 만약 컴플렉스나 트라우마와 같은 내부요인이 더 주된 원인이었다면 스스로를 더 돌아보고 관련된 행동을 응원해 주는 방향이 되었을 것 같다.
- 상담이 필요한가 vs 약이 필요한가
친구의 경우 커리어 영역의 바깥 세상에서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었다. 아쉬운 부분으로는 커리어적 불안감 때문에 연애관련 액티비티에 의욕을 상당히 잃은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약이 필요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상담센터를 가보거나 그냥 소소한 일상 대화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 정도로도 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만약 증상이 심각했거나 신경/호르몬적인 요인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면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정신과를 권장하고 약이 없는 순간에는 행동을 조심하라는 방향으로 의견을 주었을 것 같다.
- 다음 스텝을 구상할 수 있는가?
친구의 경우 몇몇 커리어적 시도들이 계획대로 잘 되지 않았고 그때마다 혼란을 겪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음 스텝을 지속적으로 떠올릴 수 있었다. 이 다음 스텝을 떠올릴 수 없는 상태로 한번 들어가게 되면 다시 나오는게 상당히 힘들어진다고 생각했고, 친구가 다음 스텝을 건설적으로 떠올릴 수 있을만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려고 했다. 친구는 외국어에 재능이 좀 좋은 편이라 이민도 고려대상에 진지하게 넣었을 때가 있었는데, 마침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사촌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같이 식사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했고, 필자 주변에 비슷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의 진로선택 케이스들을 알게 될 때마다 공유해 주었다. 만약 이 구상이 안되는 상태라면 수면, 식사, 운동 등 생활 기본부터 물어봤겠지만 다행히도 기본 생활은 필자보다 친구가 더 잘 챙기고 있다.
- 해결이나 특별대우를 해주려고 하지 않는다.
친구와의 대화가 그렇게 힘들었는가를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표면적으로 보이는 우울감이 그렇게 크지도 않았고 앞서 언급했듯 친구의 내실이 그렇게까지 부실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가끔 심하게 안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는 무척 화가 나있는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는 취미나 운동, 게임같은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만약 상태가 더 좋지 않고, 요구하는게 더 많았다고 하더라도 필자는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대화하고 무리한 요구는 적당한 사유와 함께 단호하게 곤란함을 표현했을 것 같다.
-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골라보자
친구는 MBTI가 F지만 필자는 T가 꽤 강한 편이다. 처음부터 F쪽 영역은 못해준다고 선을 그었는데 다행히 T적인 사고방식이 직장에서는 꽤 유용한것 같다며 상황에 따라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기억에 남는 주제로, 신규 빌런이 나타났을 때 마음속으로 기존 빌런 집단과의 월드컵을 진행하고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빌런을 용서해줘야한다는 "월드컵 이론"을 필자가 제안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상담실력은 필자가 전문 상담사보다 낮겠으나, IT커리어와 관련된 문제상황의 이해는 때에 따라 필자가 더 나을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거의 모든 케이스에서 상대방의 과실이 있기는 했으나 때로는 쌍방과실이 의심되는 케이스도 있었는데 그럴때는 의심되는 포인트를 최대한 좁혀서 이야기를 꺼내보고 반응이 좋지 않으면 다른 화제로 돌리려고 했었다.
표면적으로는 잘 살아있다. 퇴사도 하지 않았고 생활습관도 망가지지 않았다. 다만 오히려 퇴사를 안한 덕분에 우울감은 종종 남아있다. 하지만 우울감이 남아있다고 해서 그동안 해왔던 방법들이 무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다음 스텝을 생각할 수 있는 여력이 아직 남아있다.
- 자신의 정체성이 좀 더 단단해졌다. T적 사고방식을 융합하는 방법도 배웠고, 원하는 커리어패스 방향에서 본인 재능의 객관적인 수준같은 부분도 더 정교하게 알게 되었다.
- 기대치가 현실화되었다. 다만 뭔가 해보려는 동력도 예전에 비해 조금 줄어들은것 처럼 보이는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건지 이 부분은 성과라고만 보기엔 조금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필자가 잘한 내용 위주로 적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아마추어적인 부분도 있어 아주 간단하게만 적어보려고 한다.
- 지지를 보내주는것이 중요한데 남자끼리 지지하는 표현을 하는게 낯뜨겁다고 생각했던것 같다. 시간을 쓰는 것으로 보여주기는 했으나 언어적 표현만 놓고 보면 아직 미숙한게 많다.
- 게임을 같이 하던 시절도 있었다.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게임 관련 토픽이 나오면 갑자기 너무 게임에 몰입해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 필자가 코인에 잠깐 관심을 가진적도 있었는데 투자권유 가까이까지 갈 뻔 했다. 다행히 친구가 투자를 하지는 않았어서 곤란한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