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영어공부를 하면 어떻게 될까?

효과는 있다... 다만 원하는 방향은 아닐수도?

by 사회화요정

필자의 기본 스펙 소개


아무래도 이번 글을 객관적으로 보려면, 게임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의 영어실력을 먼저 말해야 할 것 같다. 필자는 한국의 주입식 교육을 받아왔지만 초등학생 시절 1년간 해외거주 경험이 있고, 그렇다고 영어를 지속적으로 쓰는 전공이나 환경은 아니었어서 취업준비 당시 토익은 800 후반 정도가 나왔었다.

토익점수로만 보자면 한국 상위 15%정도인 수준인데 앞으로 소개할 게임관련 영어와 관련된 논의가 어느정도 수준인지는 독자의 평가에 맡겨보려고 한다.


먼저 게임으로 영어공부를 했던 상황들을 나열해 보자면

- 해외거주 당시 유희왕 게임을 했는데 카드의 효과를 읽을 줄 몰랐다. 좋은 카드에 당할때마다 속는 기분이 들어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필자는 포켓몬을 좋아했는데 아쉽게도 3세대인 루비/사파이어 버전은 발매당시 한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영어버전으로 플레이할 수 밖에 없었다.

- 리그오브레전드는(이하 롤) 12년도에 한국서버가 오픈했는데, 그 당시 공략들은 대부분 미국서버의 스킬명, 아이템명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 성인이 된 이후에는 하스스톤을 즐겨했고 조금 열심히 한 시절에는 외국 유튜버들도 찾아보게 되었다.


게임에도 문화 차이가 있다는 것이 인상깊었는데 사례들과 함께 소개하려고 한다.


- 영어는 작명의 자유도가 높다


· 롤의 경우 아이템에 검, 창, 갑옷 과 같은 접미사에서 자유롭다. 광휘의 검은 영어로 sheen이지만 사실 직역하면 검을 붙일 필요가 없이 "광휘" 그 자체이다.

비슷하게 유령무희, 피바라기는 모두 칼의 형태이나 phantom dancer, blood thirster 로 칼/검/도 등의 명칭은 붙지 않으며 활의 모양인 최후의 속삭임(last whisper), 갑옷의 모양인 대자연의 힘(force of nature) 도 그렇다.

· 애초에 단어를 붙이는것도 꽤 창의적인데 마법공학 총검(gunblade), 구인수의 격노검(rageblade), 나보리 명멸검(flickerblade) 와 같이 뭔가 저 두개를 붙이는 것이 어울리나? 싶은 것들도 과감하게 붙인다.

롤 외에도 워크래프트에서 아서스의 무기인 서리한(frostmourne)이나 하스스톤 성기사의 무기인 용사의 진은검(truesilver champion)도 유사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개인적으로 설화속에서 동양권은 인물을 좀 더 중시하는 반면 서양권은 도구(아티팩트)에도 꽤 값어치를 준다고 생각한다. 그 예로 아서왕보다 엑스칼리버가 유명하고, 예수의 죽음을 확인하게 위해 찌른 사람은 유명하지 않지만 그 창은 롱기누스라는 이름으로 꽤 유명하다. 반지의제왕에서도 반지를 누가 갖고 있냐보다 반지 자체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

동양도 장비의 창인 장팔사모, 관우의 칼인 언월도와 같이 무기에 이름을 붙여주는 경우는 있지만 보통 무기보다는 인물이 더 조명받고 (여포는 유명하지만, 여포의 무기가 방천화극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이 쓰던 활의 이름은 찾아보기도 힘들다.



- 유머를 좋아한다

물론 필자가 이스터에그가 많다고 여겨지는 블리자드 게임을 좋아했어서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숨겨진 이야기가 많다는 포켓몬스터와 비교하면 포켓몬스터는 사뭇 진지한 느낌이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 스타크래프트에서 유닛을 반복적으로 클릭하면 다른 대사가 나온다거나 드랍십의 대사인 In the pipe, five by five(내릴때는 5명씩 가세요)는 깨알 언어유희가 담겨있다.

· 하스스톤의 "일기노스"라는 카드와 관련된 업적명은 "Feeling ill...gynoth" 이다. 한국어로는 "나는 일기...노스를 쓴다" 로 초월번역하여 기재하였다.

· 포켓몬의 경우는 사실 파라스의 본체는 벌레가 아니라 버섯이었다거나 진화의돌이 사실은 방사능일 수도 있다는 느낌의 다소 진지한 면이 있다.


미국은 대선 토론에서도 유머가 허용되는걸 보면 어느정도 문화와도 관련이 있지 않나 싶다.



비슷한 결로 표현을 다양하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 하스스톤 카드들 중 "거인"이라는 표현을 가진 카드로 이끼투성이 거인, 굶주린 거인, 달의 거인, 바다 거인 등이 있는데 영어로는 Mossy Horror, Hungry Ettin, Colossus of the Moon, Sea Giant 이다.

· 롤 아이템 중에서도 신발종류도 표현이 다양한데 Boots of swiftness (신속의 장화), Berserker's greaves(광전사의 군화), Plated Steelcaps(판금 장화), Symbiotic Soles(공생형 밑창), Mercury's Treads(헤르메스의 발걸음) 과 같다.

· 얼음 계열 기술명중에 동양권 게임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서리(Frost), 빙하(Glacial) 라는 단어가 종종 나온다. 화염계열 표현도 Flame 외에도 Pyro, Incinerate 와 같이 다양하고 아마 영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롤을 했다면 ignite(점화)라는 단어는 꽤 친숙할 것이다.



- 표현이 세분화된 분야가 다르다.

영어와 한국어는 문화의 차이 때문에 1:1로 직역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그 원인 중에는 단어의 세분화가 이루어진 정도에도 차이가 있었다.


동양에서는 한 음절에 뜻을 압축할 수 있는 한자(표의문자)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추상적이지만 맥락에 따라 꽤 멋지게 쓰이는 단어들이 많다고 느꼈다.

· 기,도,한,얼,정 과 같은 멋지지만 추상적인 단어는 딱 맞아떨어지는 영어단어가 잘 없다. 포켓몬 기술인 "기충전"은 Focus Energy 로 쓰이고 롤 쉔의 패시브인 "기의 일격"은 Ki strike로 표현된다. 아리의 패시브인 "정기 흡수"는 Vastayan Grace로 직역하면 "수인족의 우아함" 정도로 의미가 다소 다르다.

· 한자만으로 이루어진 경우 너무 의미가 압축되어있다고 느껴서인지 신짜오의 궁극기인 "현월수호"는 Cresent Sweep 으로, 포켓몬의 기술 중 "병상첨병"은 Hex로 번역되어 내재된 의미가 줄어들었다.


반면 서양에서는 애매한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아무래도 낯선 단어의 조합을 좀 더 쉽게 허용하다보니 roguelike, roguelite와 같이 고유명사에 접미사를 가져다 붙이기도 하고, DPS나 respawn과 같이 그냥 자연스럽기만 한다면 풀어쓴 의미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 때로는 같은 목적이라도 더 상세하게 나누기도 하는데 장거리 순간이동인 Teleport와 단거리 순간이동인 Blink(Flash)를 구분한다거나 무기의 명칭도 사용되는 상황에 따라 상세하게 구분한다. 예를 들어 한글로는 shiv 라는 단어를 짧게 표현할 단어가 없는데 (단검으로는 dagger가 가있다) dagger는 그냥 대놓고 무기이지만 shiv는 몰래 찌르는 용도의 날붙이와 같은 느낌이다.

게임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추상적인 표현의 대표격인 사랑 조차도 신/연인/친구에 따라 아가페/에로스/필리아 로 구분하는것 부터 이런 경향성을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영어공부 효과에 대한 총평은?


참고로 아이에게 게임 영어공부를 진지하게 시키려고 한다면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위에 언급한 사례와 같이 자발적으로 필요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며 실제로 입시 영어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영어를 배워서 느낄 수 있는 효용이 넓어지는 경험을 해보는것과 책으로는 알기 힘든 문화나 세세한 표현의 차이를 느껴보는건 나름대로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요즘은 한글로는 비슷한 뜻이지만 다른 표현을 가진 영어 표현의 비교에 대해 chatgpt가 상당히 대답을 잘해주기 때문에 효율이 더 좋아졌다.



여담

어린시절 디지몬이라는 만화도 즐겨봤었는데, 사천왕이라고 불리는 메탈시드라몬의 필살기가 용의콧물이고 (근데 꽤 강력했다...) 주연급 메탈가루몬의 필살기가 썰렁포로 번역되었던걸 생각하면 정말 당황스럽다. 포켓몬에서는 유저들의 강력한 비판을 받아 바지락조개 → 해수스파우팅 으로 바뀐 기술이 있는데 해수스파우팅도 한자와 영어의 조합으로 다소 어색함은 있지만(영어로는 water spout) 그래도 바지락조개에 비하면 매우 낫다. 게이머들의 수준이 좋아지고, 게임을 좋아하는 실력자들이 번역시장에 뛰어들며 퀄리티가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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