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왜 바둑 TV를 켜두고 잠들었을까

어른이 게임을 즐기는 방법

by 사회화요정

어른이 되었다는 걸 인정해야만 하는 나이


기분만 놓고 보면 청소년기에 게임을 즐길 때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 이제는 밤새서 게임을 하려고 하면 피곤하고, 새로운 게임을 해보려니 조작을 익히고 룰을 공부하는 게 부담스럽다. 그러다 보니 필자도 여가시간 중에 게임을 보는 시간이 꽤 있고 그러다가 피곤한 날은 잠깐 잠들기도 하는데 예전에 바둑 TV를 보다 잠들던 아버지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다.



A를 보는 것 vs A를 하는 것


10년 전만 하더라도 게임을 보는 행위가 왜 재밌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했어야 했지만 요즘은 게임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워낙 확장이 많이 되어서 공감을 많이 얻으면서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먹방, 여행 심지어 연애까지도 남이 하는 걸 보는 채널,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었는데 게임도 크게 다르지 않다.

1. 준비나 기다리는 시간을 생략하고 하이라이트 부분만 볼 수 있으며 (+배속으로)

2. 지더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고

3. 내 실력으로는 할 수 없는 플레이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


게임 분야에서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자면 (스타리그, 롤챔스와 같은) 대회를 보는 것과 개인방송을 보는 것이 느낌이 조금 다르다. 대회의 경우 축구, 야구와 같은 일반적인 스포츠 대회와 감성이 비슷한 반면 개인방송류는 해당 채널에서의 역사와 개성이 있어 어느 정도 정이 들면 친구집에 놀러 와서 게임을 구경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중요한 일이 많은데 꼭 게임 관련 활동을 해야겠는가?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게임만이 줄 수 있는 중요한 효용이 있기는 해서 잠깐 중단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삶에서 떼어내기는 어렵다.


- 잡생각을 없앨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

B를 생각하지 마!라고 얘기하면 오히려 B가 생각난다. 종종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힐 때가 있는데 이성적으로는 감정에서 탈출도 어려우며, 감정을 느낀다고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이럴 때에는 B가 아닌 다른 요소에 몰입하면 B를 잊을 수 있는데 그 다른 요소로 게임을 활용하기가 좋다. 소소한 예시로 지옥철에서 사람이 많아 출퇴근시간에 짜증을 느낄 수 있지만 게임을 보면서 출퇴근하면 체감하는 짜증 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 인지적 휴식

물론 훌륭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도전적인 일도 해야 하고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내가 익숙한 일들을 하면서 안정감도 느끼고 어릴 적 재밌게 놀았었던 추억 속에 잠겨있고 싶은 순간도 있다.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생산적이라고 포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잘 생각해 보면 다른 소비적인 행동들(드라마 보기, 웹소설 보기, 강아지와 놀기, 술, 담배 등)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바쁜 와중에서도 시간을 할애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해는 하지만 게임하는 모습을 마주했을 때 답답하다면?


속이 좁거나 이상한 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누구나 회사에서 딴짓을 하기도 하지만 상사가 직접 보고 있을 때까지도 대놓고 딴짓을 하고 있으면 폐급으로 취급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생각한다. 이해하는 것과 직접 내 눈으로 보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는 부분에 대해 집중해서 소통을 해봤으면 좋겠다.

또한 게임의 기본 속성인 "단기적이고 명확한 보상"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지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서로 간의 보상을 생각하고, 행동마다 가치판단을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피곤한 일일 수 있다. 이런 성향이라면 게임의 세계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오히려 억지로 공감해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Gamification이라는 전략이 요즘 마케팅에서도 진지하게 고민되는 영역인 만큼 저런 피곤함이 어딘가에는 가치가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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