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판단할 때 흔하게 일어나는 착각 이야기
개인적인 평점은 3.5/5.0 정도이다.
좋은 점으로는 삶과 밀접한 연관이 되어있으면서도 잘 생각해 보기 힘든 오판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설득력 있고 근거를 디테일하게 제시하였다. 하지만 모든 근거가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들이었기에 스토리라인들을 열심히 상상하지 않으면 쉽게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고 몰입이 잘 되지는 않았다. 또한 목차가 과도하게 간결하여 내용을 보기 전에는 무슨 내용을 말하고 싶은지 잘 감이 오지 않아 발췌독을 하고 싶은 독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빌런들을 많이 봐왔다면 어느 정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었다.
먼저 결론 부분에 불만이었던 과도하게 간결한 목차를 필자의 표현으로 적어보려고 한다. 책에서는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기억에 남는 분류는 3개였다.
1. 사람을 평가할 때 고정관념이 생기면 그 고정관념을 벗어나기는 매우 어렵다
2. 사람의 표현이 그 사람의 속마음을 항상 대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속마음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3. 사람의 의사결정은 많은 요소들이 결합되어 진행되므로 의외로 결합의 고리를 끊는 사소한 변화가 극단적인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부분으로는 내가 타인에 대해서 잘못 판단했던 순간들을 분류할 수 있는 꽤 괜찮은 기준을 얻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계속 진실확인 프로세스를 거치며 사람을 판단하는 건 상당히 피곤하며 차라리 그냥 몇 번 잘못 판단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도 이런 성향 때문에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말이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기왕 오판을 유형화하는 글을 읽은 김에 해당 분류에 포함되지 않는 유형을 생각해 보니 2가지가 더 떠올랐다.
지인 중에 다단계에 빠진 사람과 대화를 했던 적이 있었다. 정말 진부한 건강식품 계열의 다단계였는데 몸의 유익균의 활동을 도와 면역력을 높여 만병에 좋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인은 나를 속여서 팔려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이 음료수가 만병통치약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이게 약국에 유통될 경우 건강식품 산업에 큰 혼란이 올까 봐 다단계 형식으로 파는 거라고... 설명했다. 다단계 건강식품 케이스는 너무나 명확해서 오판에 대한 공감대는 잘 전달되지 않겠지만, 스스로마저 속이는 케이스가 꽤 빈번하다는 걸 전달하고 싶다. (하지만 저걸 사는 사람도 있긴 했다)
내가 급하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지고, 내가 비관적이면 큰 이유가 없이도 상대방을 더 비관적으로 보게 된다. 거만해지면 경솔해지고 기운이 없으면 쉬운 방향의 결정을 내린다. 역사 속의 경솔한 오판은 독소전쟁 당시 히틀러와 스탈린의 삽질을 찾아봐도 재미있을 것 같고, 일상 속의 예시로 다단계 이야기를 조금 더 공유해 보려고 한다.
다단계의 수법 중 하나로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상품 권유를 하는 방법이 있다. 처음에는 논리적 허점을 짚어가며 잘 대응했지만 그럴 때마다 해당 분야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소개해 주겠다며 사람을 바꾸며 비슷하게 허술한 설명을 반복했는데 이게 3명째 정도가 되니 집중력도 조금 떨어지고, 이걸 노리고 의미 없이 계속 나를 붙잡아 두려고 하는 기분이 들었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4명을 상대하다간 실수가 나올 것 같아서 나중에 설명문서를 보내주면 꼼꼼하게 읽어보겠다고 하고 조금 과격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진짜로 말실수가 나오고 분위기가 이상해졌으면 쉽게 빠져나오기 위해 그냥 물건 한번 사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는 다들 가면을 쓰고 다닌다고 한다. 필자는 아직 실무적인 업무를 주로 하기에 상대방의 가면을 파악하든 안 하든 해야 할 일이 크게 변하는 경우가 많이 없어서 책에 대해 다소 박한 평가를 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인사권을 가진 팀장이나 면접관이라면 조금 더 많은 자신의 과거 판단 케이스를 분류에 대입해 보며 재밌게 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TMI로 이 책은 사장님의 추천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