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평 원룸을 떠날 결심

공간에 대한 생각의 변화

by 사회화요정

신입사원때 이사왔던 7평 원룸에서 4년을 살다가 12평정도의 투룸 오피스텔에 계약금을 넣었다.

공간에서 이득을 얻은 대신, 주거비용과 동선 면에서 다소 손해를 보는 결과인데 4년간 나의 가치관이 어떻게 변해서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공유해보려고 한다.


공간에 대한 가치를 전혀 모르던 4년전의 나


학생때는 더 작은 6평 원룸에서 거주했었고, 독립에 대한 설렘이 더 커서일까 크기가 작아서 불편하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집 선택의 최우선순위는 나의 생활동선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내가 관리할 물건들을 최소화 하고 싶었기에 옵션여부, 잠을 중요시했기에 소음이 많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정도였다.


3가지 모두 꽤 중요한 고려 요소인 것은 맞지만, 공간 자체에 대한 내용보다는 내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훨씬 치우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4년간 무엇이 변했을까?


1. 관리할 대상이 많아졌다.

- 건강

작년 초 운동을 위해 테니스 동호회를 들어가게 되었다. 테니스 라켓, 가방, 신발, 캔볼 등 여러가지 장비가 필요했고, 장비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신경이쓰였다.

오래 앉아있는 생활을 지속하며 스트레칭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지만, 지금 집에서는 스트레칭을 할 만한 공간도 잘 나오지 않았고, 매트나 폼롤러 같은 도구 역시도 집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최대한 가구를 늘리지 않으려고 했으나, 회사에서 건강 테마로 임직원 선물을 준 적이 있다. 자전거, 러닝머신, 홍삼세트, 마사지기 등의 옵션이 있었으나 내 상황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 결론적으로 공기청정기를 골라버렸는데 덕분에 공간을 차지하는게 하나 더 늘어나게 되었다.


- 옷

회사에 다니다 보니 경조사에 참여할 일들도 많아지고, 회사내에서의 복장은 캐주얼해졌다고 하지만 외부미팅이나 발표를 해야하는 경우 등 학생때 갖고 있던 옷으로는 더 이상 생활을 커버할 수 없게 되었다. 원래는 옷을 거의 사지 않는 편이었는데, 입사 전 후로 갖고 있는 옷이 약 1.5배가 되어버린 듯 하다.


옷에 대한 관리도 문제였다. 학생때는 옷을 관리한다는 개념 자체를 잘 몰랐었다. 목도리를 세탁기에 돌렸다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버린 이후 울샴푸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고, 장마철에 빨래를 할 경우 단순히 늦게 마르는 것 뿐만이 아닌 꿉꿉한 냄새가 나며 이를 위해 제습기 또는 건조기와 같이 습기를 관리해주는 도구가 상당히 유용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요즘은 스타일러도 꽤나 만족도가 높다는 후기를 들었다. 하지만, 원룸에서는(아마 투룸으로 가서도...) 상상할 수 없는 옵션이기도 하다.


- 사람

학생때는 열악한 관경에서도 재밌게 놀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고부터는 친한 친구들을 초대해도 너무 정리가 되어있지 않으면 왠지 모를 민망함이 늘었다.

일단 다들 경제력이 생기다 보니 돈을 내고 가는 식당(외부공간)과 비교해서 이득이 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공간이 작다보니 기본적으로 깔끔한 느낌을 주기가 어렵다. 또한 손님맞이용 식탁을 따로 두기가 어렵다 보니 4명 이상이 모일 경우 음식 세팅이 어려워지는 단점도 있다.

집데이트를 하는 경우에도 집에서 할 수 있는 컨텐츠의 제약이 많아지는것도 문제다


요약하자면 나 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시간의 가치가 상당히 올라갔으며, 공간을 사람들의 시간을 투자할만큼 가치를 높이는데 있어 원룸은 너무 제약이 많았다.



2. 집에서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할 시간이 많아졌다.


학생때 하는 생산적인 일은 공부가 거의 대부분이었고, 학교에서 나에게 제공해주던 공부할 공간은 너무나 충분했었다. 집은 쉬는곳, 게임하는곳이었으며 집에서 다른걸 할 필요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집에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시간은 많이 줄었지만 더 넓은 범위의 정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생기기도 했기게 되었다. 그리고 목표가 분명했던 과거와 달리 인생의 방향성, 글 읽기/쓰기, 건강관리와 같은 목표는 모호하지만 꾸준히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생각들이 더 많아졌다. 이러한 요소들은 생각하는 환경을 개선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더 좋은 효과를 줄 수 있을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느꼈던 불편함 외에도, 공간이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는데 있어 머뭇거리게 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회사의 선배가 겨울에 컨벡터(스탠딩히터)를 구매해봤더니 효과가 아주 만족스러웠다는 후기를 공유해 주었다. 안전문제도 별로 없고, 난방 효율을 올려준다는 면에서 꽤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컨벡터를 놓을 공간이 없었기에 구매는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골프를 배우는것도 잠깐 고민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역시나 골프의 장비를 집에 두어야 한다는 제약이 떠오르며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독서모임 참여 제안을 받았을 때에는 실물 책을 읽는것도 계속 책이 쌓인다는 사실이 신경쓰이기도 했다. (물론 이건 도서관에 가기 귀찮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기도 하다)


소모적인 시간을 보내는 공간과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는 공간을 분리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원룸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침대가 항상 바로 옆에 있고 놀 거리들이 항상 눈 앞에 보이다 보니 유혹을 이기기가 힘들었다. 의지가 강하지 않은 나로써는 눈 앞에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3. 다른 소소한 요소들


- 4년사이에 사원에서 선임으로 진급을 했다. 월급도 조금은 올랐고, 수고한?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 학생때 자취하기 전 통학할때는 지하철이 항상 붐볐다. 하지만 여기저기를 많이 다녀보며 경험을 쌓아가다 보니 쾌적하기만 하다면 이동시간이 꼭 낭비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집에 누워서 쇼츠를 보는게 도보 이동시간보다 더 낭비일 수도 있다.

- 현재는 노트북을 쓰고 있으나 모니터를 함께 사용하고 싶어졌다.



결론

조금 저렴한 동네로 간 덕분에 평수는 약 2배 넓어졌음에도, 월세 환산 주거비는 약 15만원, 출근때 들지 않던 교통비가 추가되는걸 고려하면 월 20만원정도 주거비용이 늘어났다.

* 보증금 1000만원이 연 6% 수익이 난다고 가정하면 월 5만원 수준이다.

* 옮기는 곳의 전용률(전용면적 / 계약면적)이 좋아서 관리비는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것 같다.


앞서 서술한 요소들이 개인적으로는 월 20만원보다는 가치가 높다고 생각했다. 아직 이사하려면 시간이 좀 남긴 했지만 향후 이 생각에 확신이 들거나 반대로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면 실증적인 사례도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


주거환경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과거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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