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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바 Jul 29. 2022

되는 날이네.

골프에서 배우는 학습 관리

   

   어젯밤 11시에 예약한 여주 CC 드림 코스로 이동하면서 동반자들끼리 인사를 한다. 직장 동료인 김 센터장과 신 본부장은 워크숍으로 근처에서 묵으며 어제 한 게임하고, 오늘 또 한 게임하러 왔고, 다른 한 분은 겨울 가기 전에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는 조 사장으로 골프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조 사장과 나의 티 샷은 페어웨이 중앙으로 잘 갔다.


   김 센터장이 연습 스윙을 하면서 벙커까지 거리를 물어본다.


   “180 미터면 넘어갑니다. 너무 오른쪽으로 치면 OB가 날 수 있습니다.”


   김 센터장의 공이 오른쪽 벙커를 훌쩍 넘어가는데 약간 오른쪽으로 밀리며 도로로 튄다.


   “김 사장님, 잘 맞았는데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 센터장의 공이 보이지 않는다.


   세컨드 샷을 하고 앞으로 걸어가는 내 눈에 저 멀리 하얀 물체가 보인다. 도로 위에 있는 하얀 물체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김 센터장의 타이틀리스트 볼이다.


   김 센터장은 사라졌던 불이 다시 나타나서 그런지 기분이 살아난다. 샷도 좋다. 그린 앞쪽에 떨어뜨린 공이 굴러가며 3미터를 남긴다. 아쉽게 버디를 못했지만 긴 파 4홀에서 가볍게 파를 기록하며 우리들에게 파를 선물한다.


   “두 번째 홀은 짧은 파 4입니다. 왼쪽 도그 레그 홀입니다. 왼쪽 나무를 넘기면 얼마 남지 않습니다.”


   첫 홀과 같은 순서로 티 샷을 준비한다. 나와 조 사장은 무리 없이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볼을 보낸다.


   김 센터장은 나무를 넘기려는 샷을 준비한다. 방향만 잘 맞추면 버디 찬스를 쉽게 만들 수 있는 거리가 남는다는 캐디의 말이 좀 더 왼쪽을 보게 만든다.


   “김 사장님, 볼 여기 OB 말뚝 옆에 있습니다. 거리는 80미터 정도 남았습니다.”


   김 센터장은 백에서 52도 웨지를 빼 들고 볼 있는 곳으로 간다. 아슬아슬하게 OB를 피한 김 센터장은 가볍게 어프로치 샷을 한다. 역시 그린 앞쪽에 떨어뜨리는데 이번에는 1번 홀보다 더 가깝게 붙인다.


   “나이스 버디!”


   “언니가 볼 찾아 준 덕분이야. 자 이건 팁이야.”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늘 사장님 볼은 운이 좋은 것 같아요.”


   버디를 기록한 김 센터장은 신이 나는지 3번 홀에서도 드라이버를 참 잘 친다.  이번에는 제대로 친 장타다. 250 미터 정도 갔을까? 얼어있는 페어웨이를 굴러가서 홀까지 120미터 정도를 남긴다. 다시 버디 찬스가 될 것 같다.


   “김 사장님, 110미터 남았습니다. 오른쪽 앞 핀이라 벙커 조심하셔야 합니다.”


   김 센터장은 신중하게 샷을 하는데 제대로 컨택트가 되지 않아서 볼이 많이 뜨지 못하고 그린 주변으로 굴러간다. 벙커로 들어간다. 아깝다.


  김 센터장이 벙커에 들어서는데 모래가 얼어서 단단하다. 그리고 벙커 턱이 높아서 싶게 탈출하기도 어렵고 홀에 붙이기도 만만치 않다.


   벙커 샷을 한 공이 제대로 맞지 않고 벙커 턱에 걸린다. 속도가 줄며 홀 쪽으로 굴러간다.


   ‘뭐 이런 재수가 또 있지?’


   김 센터장의 공이 홀 컵으로 들어가려다 멈춘다.


   “나이스 파!’


   온 그린 시킨 다른 동반자들은 모두 투 퍼트로 파를 해서 이번 홀은 올 파를 기록한다.    


   “김 센터장님, 오늘 되는 날인데요.”


   김 센터장은 ‘오늘은 되는 날’이라고 생각하며 샷을 해서 그런지 샷에 자신감이 묻어있다. 장애물이 있어도 과감히 도전하고 또 잘 극복한다. 상승효과가 일어난다.


   18홀을 마치니 김 센터장의 스코어는 75타로 기록되어 있다.


   “캐디 언니, 이거 스마트 스코어로 보내주세요. 지금까지 내가 기록한 스코어 가운데 베스트야. 오늘 동반자들도 좋았고 캐디 언니도 좋았고, 날씨도 좋아서 이런 스코어가 나온 것 같아.”


   “축하드립니다. 베스트 스코어!”


   긍정의 힘은 멀리 있지 않다. 잘 될 것이라고 말을 하면 그것이 나의 마음과 몸을 움직인다. 주변 상황에도 영향을 끼친다.  


   구조조정을 위하여 대상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일은 인사 담당자가 피하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다. 사람을 내보내는 일은 아주 어려운 일이고 마음에 오는 스트레스도 크기 때문에 정말 피하고 싶다.


   그렇지만 이 일도 매우 중요한 인사 담당자의 일이기 때문에 피할 수는 없다. 잘못 처리하면 대상 직원과 회사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사회적인 문제도 야기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그리고 원만하게 처리하여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을 한다.


   ‘오늘 만날 대상 직원을 마음속에 그려본다. 정 이사에게 회사를 떠나야 될 것이라고 말해야 된다. 회사에서 정한 패키지와 아웃플레이스먼트 그리고 기타 처우에 대하여 설명해 주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나도 구조조정을 당해 보았다는 경험을 함께 공유하자. 그리고 정 이사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해 도와주자. 다 잘 될 것이다. 정 이사는 내가 설명하는 내용을 받아들일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정 이사님, 시간 되면 얘기면 나눌 수 있을까요?”


   정 이사 와의 미팅은 잘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의 바탕에서 시작된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만나니 나의 얼굴 표정부터 편해진다.


   상대방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이 없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한다. 회사의 입장만을 말하면 상대방이 듣지 않는다. 자신의 편이 아니면 적으로 돌리기 때문에 나도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얘기해 줌으로 그 간격을 줄여본다.


   “정 이사님, 이런 말을 전하게 되어서 저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여야 하는 인사 담당자의 모습입니다. 이것이 회사에서 정한 패키지입니다. 그리고 원하시면 6개월 동안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주말 동안 생각해 보시고 월요일에 답 주세요.”


   “알겠습니다. 어차피 떠나야 한다면 더 길게 끌어야 소용없을 것 같고요. 이 전무님께서도 좋은 헤드헌터 있으면 추천 좀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희가 쓰고 있는 헤드헌터에 연락해 두겠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생각한 대로 결과가 나온다. 이전에 성공적으로 잘 되었던 기억은 확신으로 쌓여있고, 오늘 아침의 잘 될 것이라는 생각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제는 부정적인 생각은 마음에서 지운다. 어떤 상황에 부딪혀도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도로를 맞아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나무를 맞고는 페어웨이로 들어오는 샷을 기대한다. 잘 못 맞았다고 생각한 벙커 샷이 벙커 턱에 맞고 홀 컵에 붙는 생각을 한다.


   오늘이 그날이다.

   오늘은 되는 날이다.

   그리고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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