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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바 Jul 31. 2022

사모님이 사장님이세요?

골프에서 배우는 능력 관리


   “별거 아니에요. 조그만 기계 부품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여 사장님은 빙긋이 웃으며 아내의 질문에 답을 준다. 여성이 기계 부품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이 예사로이 보이지 않는다.


   알프스 대영 CC에는 이전에 청우 CC일 적에 한번 와 본 적이 있는데, 거리가 짧은 반면 그린이 어렵고 페어웨이가 좁았던 것 같다는 기억이 남아있다.


   여 사장님과 함께 온 강 사장님이 가볍게 두 번 빈 스윙하고 티 샷을 하는데 볼이 가운데 페어웨이로 잘 간다.


   “아주 잘 갔어요. 당신 티 샷 하는 모습이 아주 멋졌어요.”


   강 사장님은 그 칭찬에 익숙한지 당당하게 자리에 들어온다.


   나도 가운데로 보내는데 무리가 없었고 아내도 드라이버 샷을 제대로 보냈다.


   여 사장님이 빈 스윙으로 몸을 푸는데 스윙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강 사장님이 여 사장님에게 한마디 한다.


   “여보, 잘 쳐요. 볼 끝까지 보고, 어깨를 더 돌려서 쳐요.”


   조금 주문이 많은 것 같은데 여 사장님은 ‘네’하고 가볍게 받아들이고 티 샷을 한다. 티 샷을 한 공이 떠서 가지 못하고 가다가 뚝 떨어진다. 거리가 나지 않는다.


   오비가 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세컨드 샷을 하기 위해 카트로 이동하는데, 아내를 보면서 여 사장님이 아내의 샷을 칭찬한다.


   “거리가 참 많이 나네요. 어떻게 그렇게 장타를 칠 수 있어요?”


   아내는 여 사장님의 칭찬에 약간은 쑥스러운지 고개를 흔들며 여 사장님의 폼을 칭찬한다.


   “사모님도 폼이 좋으세요. 제대로 맞지 않아서 그렇지 제가 보기에는 보통 싱글 치실 것 같은데요.”


   “싱글도 가끔 쳤지요. 그런데 그게 작년 후반기부터 드라이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해요.”


   여 사장님이 우드를 치는데 잘 친다. 어프로치로 붙여서 파로 마무리한다.


   강 사장님은 진짜 볼을 잘 친다. 첫 홀부터 버디 찬스를 만든다. 투 온을 가볍게 하고 버디를 노린다.


   “여보, 하나 넣어요.”


   여 사장님의 응원 때문인지 강 사장님은 첫 홀부터 버디를 기록한다. 


   “나이스 버디!”


   여 사장님은 자신이 버디를 한 것처럼 기뻐하며 환호를 한다. 


   “저는 이 사람보다 공을 잘 치는 사람을 보지 못했어요. 참 잘 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대놓고 남편 자랑을 하는 분을 보지도 못했다. 그 자랑이 나빠 보이지 않는 것은 남편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느끼게 해서인가 보다.    


   “캐디 언니, 여기 언니 팁! 첫 홀부터 남편이 버디 해서 너무 기쁘네요. 언니가 라이를 잘 봐줬어요.”


   여 사장님이 자기 지갑을 열어서 만 원짜리 한 장을 캐디에게 전해 주는데 갑자기 아내가 나에게 한 말이 기억난다. 


   ‘여보 남편이 멋있어 보일 때는 아내를 잘 챙겨줄 때예요. 예를 들면 지난번에 같이 라운딩 했던 부부 기억나요?"


   "아~ 골드 CC에서 만났던 부부?"


   "네, 그때 여자분이 버디 했는데 남편이 캐디에게 팁을 대신 주는데 좋아 보이더라고요. '밖에서는 아내를 연애할 때처럼 애인으로 생각하고 대접해 주어야 한다'라고 했어요.”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하라고?”


   “아니 뭐 그렇다는 얘기지요.”


   “알았어요. 나도 당신이 버디 하면 그렇게 해 줄게. 하하!”


   여 사장님은 남편의 샷을 계속 칭찬하며 버디 값까지 내준다. 아마 몸에 밴 습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직원들을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장님의 모습이다. 


   여 사장님의 칭찬은 멈추지 않는다. 18홀 동안 강 사장님의 샷을 보며 굿 샷과 아내의 샷에 대하여 좋은 샷이라고 칭찬한다.


   “여 사장님, 회사에서도 직원들에게 이렇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나요?”


   “글쎄요. 제가 칭찬을 많이 하나요? 호호호. 전 잘 모르겠어요. 회사가 작기 때문에 저는 우리 직원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 구성원들이 잘하면 당연히 칭찬을 하지 않나요?” 


   “칭찬은 돈이 들지 않고 가족 구성원을 기분 좋게 만들고 더 나은 성과를 만들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으로 나와 있는 이야기를 여 사장님은 이미 경험으로 터득하고 있다. 칭찬이 몸에 배어 있어 항상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것이다.


    항상 다른 사람을 칭찬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거기에 가식이 묻어 있으면 듣는 사람이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사실에 근거한 칭찬을 하여야 한다.


   “여보, 당신 오늘 샷이 조금 이상해요. 연습장에서는 잘 치더니 아주 이상합니다.”


   강 사장님이 여 사장님의 샷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18홀 동안 계속 코칭을 한다. 그런데 강 사장님의 코칭에는 거의 칭찬이 없다. 물론 여 사장님의 샷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겠지만 ‘굿 샷’을 외치지 않는다.


   “여보 드라이버 샷을 할 때, 어깨를 더 돌려야지 그리고 머리 들지 말고. 오른손 모양이 접시를 올리는 것처럼 하세요. 그리고 스윙 템포가 너무 빨라요. 하나, 둘, 하고 셋에 치고 팔은 옆구리에 붙여서 백스윙하세요. 공하고 거리가 너무 멀어요. 그러니까 자꾸 공이 오른쪽으로 가잖아요. 왼손 탑이 너무 낮아요. 조금 더 높여요. 볼을 끝까지 보고 쳐야지……”


   강 사장님의 주문이 계속되지만 여 사장님의 샷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여 사장님은 강 사장님의 주문에 불평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키는 대로 계속 따라서 하려고 애쓴다. 참 드문 경우다. 이렇게 많은 주문을 하면 신경질부터 내는 것이 보통인데 이분은 다르다. 불평 없이 받아들인다.


   “제가 골프 배운 지 한 5년 정도 됩니다. 저는 제 남편에게서 골프를 배웠습니다. 그래서 저의 골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잘 못하는 것을 고칠 수 있도록 조언해 주는 것을 저는 기쁘게 생각합니다.”


   칭찬해주기를 몸에 배어 있으니, 다른 사람이 주는 개선을 위한 피드백도 기쁘게 받아들이는가 보다. 


   여 사장님이 20년 동안 기계부품사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해 오고 있는 비결을 알 수 있는 순간이다. 


   칭찬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닌 진정한 나의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며, 서로의 공감대를 만드는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칭찬해야 할 시간이다.

오늘은 누구를 칭찬할까?

이제 몸에 밴 칭찬으로 나만의 경쟁력을 가져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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