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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바 Aug 11. 2022

초보 사위 잘 부탁드립니다.

골프에서 배우는 능력 관리


   봄비가 밤새 내리다 새벽부터 그친다. 걱정했는데 비가 그쳐 다행이다 너무 상쾌하다. 미세먼지도 다 씻겨 내렸는지 시원한 풀 향기가 잠을 깨운다.  


   지난주에 킹스데일 CC에서 가진 우리 사위 손 프로와의 라운딩을 떠 올려 본다.


   100개를 깨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위다. 전반을 지켜보니 전에 비하여 드라이버 샷이 많이 좋아졌다. 심한 슬라이스에서 거의 스트레이트 구질로 바뀌었다.


   전에 함께 한 동반자의 조언에 따라 이전에 쓰던 드라이버를 강한 샤프트로 바꾼 것이 주효한 것 같다.


   아직 아이언 샷이 거리가 나지 않고 일정하지 않아 온 그린을 못 시키는 것은 연습과 경험이 부족함을 보여준다.


   기본기와 폼은 좋아서 홀 근처까지는 어렵지 않게 가지만 홀까지 50 미터 안쪽으로 가서는 냉탕 온탕을 반복한다.


   “손 프로, 어프로치 백스윙이 너무 커. 30 미터 이하 어프로치는 채가 허리 이상 올라가면 안 돼.”


   “네. 알겠습니다.”


   전반에 9홀을 49개를 치면서 100개를 깨려는 욕심이 생기는지 어프로치 샷에 집중한다. 얘기 들은 대로 허리까지 올려서 몸통 스윙하는 것을 계속 연습한다.


   “볼~~”


   손 프로는 후반 첫 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왼쪽으로 내 보내며 트리플을 기록한다.


   ‘오늘도 100개를 못 깨는 것인가?’


   후반 두 번째 홀에서의 세컨드 샷을 잘 쳐서 홀까지 30 미터 정도를 남긴다.


   허리까지만 올려서 치는 어프로치 샷으로 홀 컵을 조금 못 미쳐서 공을 세운다.


   “나이스 어프로치!”


   2 미터 오르막 퍼팅이다. 처음으로 파를 만들어 낸다.


   “파 축하해.”


   “감사합니다. 아버님”


   손 프로는 새로 배운 어프로치를 경험해 보며 점점 자신감을 갖는다. 3,4,5번 홀에서 어프로치 샷을 그린에 올리고 연속 보기를 기록한다.


   “이대로 가면 100개 깨겠는데!”


   그런데 골프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운동이 아니다. 될 듯 하지만 잘 안 된다.


   6번과 7번 홀에서 볼을 벙커에 빠뜨리고 탈출하지 못해서 연속 트리플을 기록한다. 벙커 샷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어쩔 줄 모른다. 처음 해보는 벙커 샷이니 쉬울 리 없다.


   “손 프로, 이제 두 홀 남았다. 벙커만 피하면 100개 깰 수 있겠다.”


   마지막 두 홀을 더블과 보기를 기록하며 48타를 만들어 낸다. 100개를 깼다는 희열이 손 프로의 눈에 가득 남아있다.

   



   좋은 인재는 기본기가 튼튼하다. 골프에서 기본기가 튼튼하면 타수가 금방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보는 것처럼,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외국계 회사에서 인재가 되기 위한 기본기는 무엇일까?


   최근에 그룹 인사 담당자가 ‘아시아 지역 인재가 글로벌 인재로 발탁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인터뷰에 참가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첫 번째로 언어능력을 꼽았다.


   한국의 인재들이 글로벌 인재가 되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언어능력이 부족하다.


   몇몇 인재가 글로벌 팀으로 가서 성공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고 싶다면 더 노력하여야 한다.




   그 두 번째를 타 문화의 흡수 능력을 들었다.


   글로벌 인재라면 어느 나라에 근무하든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을 이해하고 그 속으로 녹아들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 와서 근무한 글로벌 인재들 가운데 유독 김치를 좋아하고 쌈장에 밥을 비벼 먹기를 즐겼던 우리 회사의 외국인 사장님이 기억난다.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을 충분히 이해하였기에 가는 곳마다 성과를 올리고 사업부 총괄 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외향적 행동을 하고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환경에 따라 적응할 수 있는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


   큰 미팅이나 세미나 가면 한쪽 구석에서 아는 사람과의 대화만 갖지 말고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도 적극적으로 가져가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회의 중에는 자신의 의견을 꼭 발표하는 것도 유념하여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의미 있는 의사 표현으로 나를 다시 보게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열린 마음을 들었다.


   모든 사람의 생각은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여야 한다. 자신의 학습 배경과 문화, 그리고 윤리 규범에 따라 생각은 다를 수 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생각의 폭은 크게 열릴 것이다.


   모든 골퍼가 똑같은 스윙 폼을 갖고 있지 않다. 다름은 배움의 시작이 된다. 나에게 맞는다고 생각되는 스윙 폼을 취사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움에 대한 눈을 항상 열어두는 것도 열린 마음이다.


   빠르게 바뀌고 있는 정보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새로움에 대하여 항상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야 한다. 변화의 시대에는 열린 마음이 꼭 필요하다.




   기본기가 잘 갖추어진 인재가 능력을 발휘하게 하려면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


   손 프로의 기본기가 충실한 것 같아도 벙커 샷이나 트러블 상황에 빠지면 타수를 잃고 만다.


   경험을 해 봐야 극복할 수 있고,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샷도 연습하게 된다.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시킬 수 있다.


   이번에 그룹의 사명과 비전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글로벌 인재 교육 참석자들을 참여시켜 각 나라별 의견 취합 과정을 이끌도록 한 것도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만든 시도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시도 가운데 하나로 해외로의 단기 파견과 장기 파견을 겸하여 실시한다. 해외에서의 근무 경험이 좋은 성장 배경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기본기가 충실하다면 다양한 경험을 두려워하지 말자.


   벙커에 빠질 수도 있다. 프로 선수들이 경기하는 것을 보면 벙커 샷을 아주 편하게 친다. 홀에 집어넣는 것도 종종 본다.


   경험해 보지 않으면 두렵다.


   아무리 기본기가 충실하더라도 경험해보지 않으면 어렵다고 느낀다.


   100타를 깰 기본기는 충분히 갖추었는가?


   아직 부족한 경험은 무엇인가?


   이제는 기본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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