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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바 Oct 17. 2022

사랑, 하루에 하나씩

9. 그 소리도 사랑스럽다.


   도저히 못 참겠다.


   참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워크숍 뒤풀이에서 술을 실컷 마시고 방에 들어오자마자 인사불성으로 잠에 곯아떨어진다.


   그냥 잠만 자지...... 웬수가 따로 없다.


   자다가 일어나 베개를 들고 방을 나와서 누울 곳을 찾아보지만 만만치 않다.


   "드르렁 푸아. 드르르릉...... 푸우~~"

   "크으윽 크으, 크으윽 크으, 크으크 ~~ "


   한쪽에서 화음을 넣으니 공명현상이 생기며 코 고는 소리가 온방을 가득 차고 넘쳐난다.


   거실 소파에 누워보지만 이미 거실까지 점령한 소음을 이겨낼 수가 없다.


  벌건 눈으로 옆을 보니 화장실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고 있다.


   '그래, 저기다. 화장실에 가서 누워보자.'


   다시 베개를 들고 화장실로 가본다. 다행히 바닥은 말라있고 누울 수는 있겠지만 자리가 너무 좁다.


   '그래도 시끄러운 것보다는 불편한 자리가 낫지'


   화장실 바닥에 누워서 조금 있다가 다시 거실 소파로 나왔다.


   그날 오랜만에 뜬눈으로 날을 새 보았다.


   '수들......'


~~~~~~~~~~~~~~~~~~~~~~~~~~


   캠핑장의 모닥불이 다 꺼지고 이제는 매너 타임이다. 늦게까지 이어지던 대화가 사라지고 모두 잠자리에 들었지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사이트에서는 이제 다시 새로운 대화가 시작된다.


   다시 시작되는 대화다.


   옆 사이트에서 아래 사이트로 세밀하게 안부를 묻는다.


   "드르렁, 드르렁드르렁 푸우~~"

   

   질문과 동시에 힘찬 답변이 온다. 온 동네가 떠나 갈 것 같다.


   "드렁~, 드렁~ 드르렁~~"


   오늘도 편히 자긴 글렀다. 눈을 감았다 떴다, 왼쪽으로 누웠다 오른쪽으로 누웠다, 그러다 잠시 대화가  소강상태에 들어가는 순간에 잠이 들었는가 보다.


   옆에서 작게 들려오는 소리에 귀가 열리고 소리를 찾는다.


   "고롱~  고롱~ 푸우~~"


   아내의 코 고는 소리다.


   '참내! 어쩌면 코 고는 소리도 이리 다르지?'

   

   그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 하루가 무척 고단해서 그런가 하는 안쓰러움이 밀려온다.


   "고롱~, 고롱~ 푸우~~"


   그 소리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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