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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바 Jul 25. 2022

사랑, 하루에 하나씩

3. '세라젬'을 사랑해요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귀가 얇아진다.


   20년 전에 아내가 허리가 아파서 방바닥을 기어 다닌 적이 있었다. 첫째를 낳고 나서부터 조금만 무리하면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여보, 나 너무 아파. 나 좀 어떻게 해 줘요.~~~ 으으으"


   아내가 너무 아파서 눈물을 흘려도 도와줄 수가 없다. 병원에 가 보아도 진통제 외에는 특별히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휴~~~ 어쩌냐......"


   딸이 아프다는 소리에 장모님께서 오셨다.


   "이서방, 내가 슈퍼 아줌마가 세라젬을 체험해보고 효과 봤대. 이 근처에도 보니까 체험방이 있더라고. 거기 한번 가 보지 그래."


   내 귀가 열린다. 뭐든 효과 있다면 찬밥 더운밥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


   "여보, 우리 체험방 한번 가 보자."


   옆에서 잡아 주며, 3일 동안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체험방을 가서 1시간씩 누워 있었다.


   "여보, 이거 효과 있는 것 같아요."


   "그래? 조금 나아진 것 같아?


   효과 있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는 바로 기계 한대를 집에 들여놓았다. 가격이 상당히 비쌌지만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다. 


   '제발 제대로 걷기만 해라.'


   아내는 매일매일 세라젬을 체험하면서 그 때문인지 그 지긋지긋한 허리 통증에서 해방되었다. 


   "여보. 이제 허리 괜찮아요."


   허리를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그 통증을 알지 못한다. 사람이 꼼짝할 수 없다는 것과 그냥 있어도 밀려오는 통증은 견디기 힘든 일에 틀림이 없다.


   육체적인 고통은 정신적인 피폐로 이어지고 모든 일에 있어서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환자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는 세라젬이 크게 효과가 없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날 이후 아내는 세라젬을 사랑하게 되었다. 물론 세라젬을 사준 남편도 당연히 사랑하지만...... 


   "난 이거 없었으면 어찌했을지 몰라!"


   기계도 오래 쓰다 보니 조금씩 낡아지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홈쇼핑에서 세라젬을 렌털로 판매하고 있다. 좋은 경험을 한 기계이다 보니 자꾸 관심이 간다.


   "여보 신제품이라 훨씬 세련되고 공간도 작게 차지하는데? 우리도 이번에 새로 바꿔 볼까?"


   자꾸 눈길을 끌기에 중고가 있는지 알아보니 포장도 뜯지 않은 제품을 30% 할인해서 판다고 한다.  


   "여보, 세라젬 사러 가자."


   만나보니 새 제품이다. 비싼 돈 쓰면서 돈 벌어가는 기분이다.

 

   아내는 허리 통증에서 해방된 후에도 조금만 몸이 안 좋으면 새로 사 온 세라젬 위로 올라가 허리를 관리한다. 걷기도 열심히 하고 수영도 하면서 근육이 조금씩 붙으면서 이제는 허리 아프다는 소리는 거의 하지 않는다.


   나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 


   가까이 있는 사람이 아프지 않고 건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내의 허리가 아프지 않도록 지켜보고 지원해 주고 마음속으로 아프지 말기를 기도해 주는 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여보 이제 건강해져서 함께 걸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당신은 세라젬을 사랑하지만, '

   '나는 당신을 더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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