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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바 Jul 23. 2022

사랑, 하루에 하나씩

2. 밥 잘 챙겨 먹어요.


   아내가 바르샤바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딸을 보러 간지도 벌써 3주가 지나고 있다.


   "안녕~ 여보, 오늘은 어때?"


   영상을 통해 보이는 아내의 모습에 반가움이 앞선다.


   "어제 잠을 설쳤어. 잠을 제대로 못 잤더니 얼굴이 띵띵 부었네."


   아내 말처럼 얼굴이 부어 보인다.


   "무슨 일 있었어?"


   "아~ 집에서 가져온 약을 다 먹었더니 잠을 제대로 못 자네."


    처음 계획한 일정을 연장하다 보니 가져온 약들을 다 먹었다는 거다.


    "어쩌냐, 거기에서 구입할 수 있는지 알아보지 그래?"


    "그러려고. 여기 아는 분이 구입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오늘 약 사러 같이 가기로 했어."


    "그래? 잘 됐네." 


    아내는 바르샤바가 지내기에 좋다고 한다. 나도 와보면 한국에 돌아가기 싫을 거라나 뭐라나......


    "그런데, 당신은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는 거지?


    " 그래. 밥은 잘해 먹고 다녀. 걱정하지 마셔."


    할 말 없으면 밥 먹었냐고 물어보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지만 거기에서 아내의 사랑을 본다. 같이 있을 때는 아내가 준비해준 밥을 먹었는데 내 손으로 밥을 지어먹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밥 챙겨 주는 사람의 빈자리를 느낀다.


    "오늘은 김치찌개에 순두부 계란찜 해 먹었어. 유튜브에서 '김대석 셰프'의 레시피대로 따라 했더니 진짜 맛있더라. 당신도 함께 먹어 봤으면 좋았을 텐데......"


    "다음 달에 와서 만들어 주면 되지 뭐."


    아내는 다음 달에 바르샤바에서 나를 만날 생각에 이것저것 주문이 많다. 그러면서도 다시 한마디를 하며 영상 통화를 끝낸다.


    "하여간 라면 같은 것 먹지 말고, 밥 맛있게 해서 먹고 다녀요."


    알았다고요.

    당신이 준 사랑 꼭 챙겨 먹고 다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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