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분
굴을 좋아하는 나는 숙명적으로 지독히 아프게
되어있다.
애주가가 늘 숙취에 시달리고, 사탕이 충치를 유발하듯이 어떤 달콤한 것에는 늘 중독적인 고통이 동반된다.
이러한 인생의 철학을 굴이 알려준다.
면역력이 나쁘다기엔 감기도 잘 안 걸리는 내가 유독 취약한 것이 노로바이러스이다.
18살, 지독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5일 내내 굶주림과 탈수에 시달렸던 나는 인생 최저 몸무게를 찍고 다시는 굴을 먹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리고 나란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했고 자잘한 장염과 노로바이러스를 지나 오늘에 도달한다.
아프면 일단 정신이 없다. 얼마나 아픈지에 대한 강도를 잴 만한 정신도 잴 수 있는 정도의 아픔도 아니다.
누워도 앉아도 서도 몸을 비틀어도 아프기 때문에 몸이 들썩거리는데 이젠 들썩거릴 힘도 없다.
숨이 거칠게 튀어나오고 고통을 줄이는데 전혀 도움이 안 나는 신음이 샌다.
다 토해내어 이제 노란 위액만 쏟는데도 울렁거리는 속과 쥐어짜내는 듯한 배는 계속해서 뭔가를 뱉어내라고 온 몸에 호통을 친다.
늘 나를 지배하는 건 내 머리와 의지였는데, 이렇게 몸이 존재감을 크게 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새로 산 쿠키를 잔뜩 집어먹어 급체를 했다고 오해한 나는 미련하게 네 시간 동안이나 온 집안 바닥을 구르고 다섯 번이나 구토를 한 뒤에야 병원에 갈 생각을 했다. 처음 구토를 하던 때도 "이제 토했으니 수영 가야겠다!"라고 생각했으니 요단강을 수영해서 건널 뻔했다.
겨우 엄마의 부축을 받아 발걸음을 떼어 야간 병원에 가는 그 몽롱한 상황에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고작 음식 잘 못 먹은 고통이 이렇게 심한데, 다른 생명에 지장이 가는 병들은 어떤 걸까?
이 고통이 우습게 느껴지는 걸까라고 생각하면서도 도저히 그 이상 생각이 안 들어서 사고를 멈췄다.
나는 가끔 내가 정말 힘든 걸까? 이게 정말 아픈 걸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모두에게 역치가 다르기에 이 대답을 선뜻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응급실에서 일하는 병원 관계자도 그저 타인의 고통을 바라 볼뿐 겪은 적이 없었으니까.
수액 한 방에 비교도 안 되게 좋아진 나는 현대 의학에 무한한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아무렇지 않게 다음날 출근을 했다.
이나저나, 이제 내 인생에 굴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