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뭐 먹고 싶어?

나의 일상에서 가장 평범한 일들

by 소근

20200903

엄마가 어느 날 저녁에 맥주 한 캔을 먹다가 말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 이야기가 나온 때였다.
엄마는 여섯인지 일곱인지 남매의 막내라 늘 귀여움 받으며 자랐다한다. 아버지는 일찍이 돌아가시고 엄마는 새벽같이 시장에 나가셔서 잠들기 전에나마 얼굴을 보고 조금 자란 후에는 엄마 집을 떠나 큰언니 오빠와 다른 집에 살았다고 했다.
엄마는 집에 돌아올 때마다 집 앞에 엄마 신발이 있는지 없는지만 보러 달려왔다 한다.
두어 달에 한 번 오는 엄마가 혹시 왔을 까 봐 육십여 일 동안 늘 집에 달려와 엄마의 고무신을 찾고 육십여 번을 실망하던 나의 엄마.

외할머니는 내 동생이 태어난 직후 나와 오빠를 돌보러 먼 대구에서 올라오셨다.
외할머니는 나에게 엄마 같은 사람이다. 아침마다 밥 안 먹을 거면 떡이라도 먹고 가라며 프라이팬에 구운 찹쌀떡을 신발 신는 내 입에 넣어주시는.

외할머니는 그래도 늘 우리 엄마 편이었다.
엄마가 그러더라 다들 손주 손주 하는 할머니도 많지만 우리 엄마는 늘 내편이고, 내 아이의 철없는 꼬마들이 자기 막내딸 괴롭히는 거 못 본다고.
자기는 늘 엄마에게 막내딸이었다 했다.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늘 누군가의 엄마로 산다 했다. 그냥 자연스럽게 누굴 만나도 나보다는 자식 이야기, 자식 걱정, 자식 자랑으로 어느 순간 세상에 내가 내 아이로 대체되는 날이 온다 했다.
엄마는 그게 나쁜 건 아니라고 말했다, 왜냐면 엄마는 나한테 쉰다섯 여자가 아니라 엄마였으니까.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당신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커서 아이를 낳고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도, 자기는 날 만나면 늘 나에 대해 말해주겠다고. 나에 대해 궁금해하고, 내 걱정을 하고, 뭐 먹고 싶은지 물어봐주겠다더라.

그날이 오지도 않았음에도 눈물이 핑 돌았다.
응 꼭 그렇게 해줘.라고 말하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도 꼭 그래야지, 친구들을 만나고 친척들을 만나도 너는 잘 살고 있냐고, 요즘 하고 싶은 일은 뭐냐고 물어주는 사람이 돼야지.

엄마, 내일 뭐 먹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