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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작 Oct 25. 2023

조손의 느바

어느새 5년차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쉽게 하는 실수가 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두려워하는 것, 그래서 하던 것만 하는 것. 트렌드가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는 세상에 그것도 방송을 한다는 작가가 그러면 쓰나 싶지만 괜실히 새로운 걸 시도했다 망하는 것 보다는 검증돼 있는 걸 개선 보완하는게 낫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이걸 누군가는 매너리즘이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게으르다라고도 하고 그래서 올드하다는 평가도 내리곤 한다.  그래서 내가 올드한 작가인지 아니면 그래도 아직까지는 새로운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작가인지를 고민할 때 쯤  나는 <조손의 느바>를 만났다.  라디오에서 제작하지만 라디오 채널이 아닌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송출되고 언어 사용도 조금은 자유로운 그래서 요즘 감각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것도 미국프로농구, NBA를 다루는 컨텐츠, 당연히 나보다 한참 어린 그래서 최신 트렌드에 익숙하고 그러면서도 경력이 꽤나 있는 피디의 제안이었다. 


NBA 이야기를 방송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채널의 특성상 NBA에 대한 관심이 적기도 했고 농구의 인기가 점점 사그라들기도 했고 또 마이클 조던 이후 NBA의 인기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보니 방송에서 메인으로 미국농구 이야기를 하는게 큰 관심을 끌지 못하면서 NBA 소식은 뒷전으로 밀릴 수가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MZ사이에 NBA가 느바(알파벳을 한글식으로 읽기)라 불리며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그 흐름 을 민감하게 읽어 낸 피디가 느바 컨텐츠를 내게 제안해 <조손의 느바>가 탄생했다. 그런데 조선도 아니고 왜 조손이냐고? 단순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농구전문가 두사람이 성이 조손이다. 물론 조손이라 부르며 조선을 생각하게 하는 꼼수가 있긴 했지만 어떤 의미이든 이 네이밍은 느바 팬들에게 제대로 먹혔고 자연스럽게 조현일-손대범, 이 한국농구전문가 TOP2는 조손이라는 대명사를 얻게 됐다. 여기에 박재민이라는 스포츠해설도 하는 십잡스(10 jobs)로 불리는 다재다능한 배우가 함께 하고 시간이 조금 흘러 슬램덕후라는 농구 유튜브채널을 운영하는 농구를 사랑하는 개그맨 정범균이 합류하며 지금의 <조손의 느바>가 완성됐다. 


나에겐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유튜브는 해보고도 싶었고 배우고도 싶었던 건 맞지만 유튜브의 언어와 제작 시스템 그리고 방송의 흐름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것도 새 프로그램을 런칭한다는 건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일이었다. 하지만 프리랜서가 윤리적인 기준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오는 일 마다하는 것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나였다. 그리고 방송프로그램이 나혼자 하는게 아닌 함께 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는 나였다. 또  피디, 작가, 출연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서로를 믿고 꾸준하게 가면 그 프로그램은 뭐가 돼도 된다는 걸 벌써 20년 넘게 경험한 나였다. 그래서 맨땅에 헤딩을 하는 기분으로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됐는데 시작해보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었다.  영어로 된 이름이 익숙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메이저리그에 취약한 내가 미국프로농구 팀과 선수들까지 알아야한다는 건, 나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지만 중년의 방송작가에겐 참으로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조손 두분에게 의지하고 나의 방송감에 기대어 원고를 썼다. 원고의 틀은 여러자료들을 취합해서 만든 후 중요한 정보는 조손에게 확인하며 그야말로 한땀한땀 원고를 완성했고 그래서 다른 원고들보다 적어도 두세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조손의 느바를 해야하는 날이면 며칠 전부터 그 부담감에 늘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팀 이름이 익숙해지고 또 한시즌을 보내고 나니 스타 선수들의 이름을 좀더 알게 되고 또 한시즌이 지나니 선수들의 이름과 얼굴이 제법 매치가 되고, 또 한시즌을 보내고 나니 경기를 즐기게 되고 또 어떤 기사가 NBA팬들에게 중요한지를 파악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벌써 나와 조손의 느바는 NBA 다섯시즌째를 맞이했다.


내가 이렇게 5년차 <조손의 느바> 작가가 되는 사이 프로그램은 느바팬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컨텐츠로 자리잡았고 주1회가 부족하다며 늘려달라는 요청도 많이 받게 됐다. 여담이지만 몇해전 차를 구매하러 간 곳에서 나와 연결된 영업사원이 내 번호를 저장하고 본 카톡의 프로필을 보고 조심스럽게 조손의 느바를 물은 적이 있었을 정도로 이 컨텐츠는 제법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NBA의 동영상을 저작권 문제로 쓰지도 못하고 유료로 구매한 사진들만을 쓰는 제약 속에 다른 컨텐츠들에 비해서 시각요소가 무척이나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진과 제작진이 최대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정보와 재미를 모두 잡으려 애쓰고 있는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매일 매일 느바 뉴스를 서치하며 주1회 방송을 한주 내내 준비하고 있고 피디는 본인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한 후 근무시간 외에 쓸 수 있는 시간을 활용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고, 우리 출연진 조손박정은 본업에 바쁨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만큼은 최대한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 이쯤되니 욕심이 난다.  영원한 것 없다지만 이 정도 노력과 열정이면 영원까지 아니어도 좀 길게 갈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욕심 말이다. 하고 싶은게 아직도 많다. 공개방송도 다시 하고 싶고, 함께 NBA 관전도 하고 싶고, 컨텐츠 중 하나였던 '걸어서 느바 속으로'도 마무리하고 싶고, 무엇보다 이들과 함께 오래하고 싶다. 그래서 꼭 10주년 조손의 느바 방송을 구독자들과 성대하게 하고 싶은 희망이 욕심이 아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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