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의 감흥이 클수록 더 ...
한국시리즈가 또한번 막을 내렸다. LG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29년의 한은 보란듯이 풀어냈다. 관중석에는 어릴 때부터 LG팬이었지만 태어나서 한번도 우승을 보지 못했던 사람도 있었고, 20대에 우승을 보고 50대가 돼서야 우승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는 사람도 있었고, 29년 후 아빠의 모습으로 아이와 우승의 감격을 누린 사람도 있었다. 29년동안 숙성된(?) 술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MVP에게 주어진다던 8천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도 봉인해제하고 그 위용을 드러냈다. 이런 이유로 딱 다섯경기만에 끝난 한국시리즈가 그 이후의 이야기들로 지금껏 관심을 받고 있다.
그래서일까. 유난히 허전하다. 매일 매일 야구 소식을 첫 단신으로 넣을 필요도 없어졌고 집에 가서 야구 스코어를 궁금해할 필요도 없어졌고, 월요일 야구이야기를 위해 매일 매일 야구 뉴스를 챙겨보는 것도 예전만 못하고, 야구가 없으니 일과 중 하나가 쑥 빠진 듯한 느낌이랄까.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생각나는 건 왜인지 어쨌튼 야구의 한시즌이 끝나니 이렇게 한해가 저무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허전함에 허전함이 더해가고 있다. 딱히 응원하는 팀이 없는 내가 이럴진데 한시즌 목청높여 응원하고 야구 결과에 일희일비했던 야구팬들은 어떨까. 아무리 FA 대박 계약 소식이 큰 이슈가 되고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눈길을 모아도 내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는 것보다는 못할 것이다. 비록 그 팀이 최하위라도, 또 지는 경기일지라도 말이다.
나는 사직구장엘 가고 싶었다. 사직에서 가을야구를 보며 목청껏 소리질러 보리라 생각하며 롯데의 선전을 응원했지만 롯데는 가을야구에 가질 못했다. 중고생 시절을 부산에서 보냈던 나로서는 롯데의 우승이 부산팬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롯데팬들의 갈증도 이해가 간다. 한화는 어떤가. 스포츠리포터를 막 시작했을 무렵 한화의 우승 취재를 위해 피디는 대전과 서울을 오갔고 나는 주변 취재를 하며 관련 컨텐츠를 만들었던 기억을 되짚어보자니 그해가 1999년이다. 그러니까 롯데 1992년 이후 31년, 한화도 1999년 이후 24년째 우승이 없다. 이 한은 또 언제 풀릴까. 우승청부사로 불리는 김태형 감독과 그 사단이 보여줄 롯데의 승부수, 한화가 보여줄 문동주-노시환을 중심으로 한 '영건'의 힘에 기대를 해보려고 한다. 야구가 없는 허전함은 이렇게 야구에 대한 기대로 채우는게 맞지 싶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야구 몰라요 이 이야기들을 다시 들을 수 있는 내년 봄을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