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장은 매주 금요일
'이주의 기사'를 선정하십니다
(참고로 '님'자를 떼고 부르는 게
업계 관행이라
여기서도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이주의 기사를 작성한 부서원에게는
자그마한 조각케이크를
사비로 선물해 주십니다
부장이 처음이시라서
부서원들과 함께 잘해보자는 의미로
직접 도입하신 저희 부서만의 제도입니다
지난 금요일
갑자기 부장으로부터
딸기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분명 원래 부상인 조각케이크는 아닌데
이주의 기사 상품으로 주신 거라는 걸 알기에
후속 카톡을 기다렸습니다
"과일 챙겨 먹고
내과 꼭 다시 가봐."
얼마 전 부장과 밥을 먹으며
고지혈증 결과를 받아든
건강검진 후기를 말씀드렸어요
사실상 고민 상담에 가까웠죠
부장께서도
과거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실 때
식습관을 잘못 들여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주의 한 5~6배 수치로 나온 적이 있으셨다며
관리 꿀팁을 알려주셨죠
원래는 조각케이크를 줘야 하지만
자취하는 막내가
콜레스테롤 관리까지 해야 하는 게
마음이 쓰이셨는지
과일 선물을 주신 거였어요
곁에 좋은 어른이 계셔서
참으로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느끼며
'문제의 기사'에 대해 얘기해보려 해요
CES가 다가오자
대기업
혹은
대기업이 지원하는 스타트업 기사는 많이 나오는데
정말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기사는 안 나오더라고요
온라인으로 찾아보면 되는 내용이라
크게 품이 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쓰겠다고 했어요
CES 2026 홈페이지에 가면
'혁신상' 리스트는 물론
혁신상 중에 최고를 뽑는
'최고 혁신상' 리스트가 나옵니다
그 리스트는 분명
31개였습니다
(제가 기사를 쓰는 날 기준으로
31개가 발표된 거였어요)
하지만 연합뉴스 기사를 중심으로
각종 기사에 나오는 최고 혁신상 개수는
30개였습니다
분명
연합뉴스가 쓴 시점
혹은
보도자료가 배포된 시점 이후에
1개가 더 발표된 거였어요
문제는
전 최고 혁신상 수상 기업 중
한국기업이 몇 개인지를 찾아야 했어요
홈페이지에는
제품명과 회사명만 나와있어서
하나하나 대조해서 찾아야했죠
연합뉴스에 언급된 문장은
'30개 중 15개 최고 혁신상 수상 기업이 한국기업'
이라는 문장이었고
이걸 모든 언론사가 받아쓴 듯했어요
나머지 1개 기업이 어디느냐에 따라
퍼센테이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 1개를 찾으려면
31개 기업을 전부 다 일일이 대조해야 했어요
30개 기업이 어디이고
어디가 한국 기업인지
상세하게 언급한 기사는 없었거든요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의 기사는
'통신사' 카테고리로 묶여요
타 언론사가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그들의 기사를 사용할 권리를 얻었기 때문에
일부 문장이든 기사 전체든
갖다 써도 됩니다
전 자존심 때문에
전체 기사를 갖다 쓰진 않고
필요에 따라
위와 같이 하나하나 세기 어려울 때
'30개 중 15개 최고 혁신상 수상 기업이 한국기업'
정도의 문장을 갖다 쓰곤 했어요
고민됐죠
지금 시점으로는 1개 더 발표됐지만
그냥 통신사 버전을 따라쓸까...
한 5분 고민하다가
세기로 결정하고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회사명을 검색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간 후
최고 혁신상을 받은 제품이 있으면
해당 회사 국적을 파악하는 과정을
31번 거치니
30분~1시간 걸리더라고요
그런데 순간 뜨헉 했습니다
분명 다 세었는데
다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31개 중에 한국기업이 수상한 최고 혁신상이
14개였어요
분명 30개 중 15개가 한국 기업이었으니
15개 아니면 16개가 나와야 맞는데
이게 뭐지 싶어서
동기방에 SOS를 보냈어요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는 동기 ㅋㅋㅋ
일단 힘을 얻고
친한 기자 선배들과
매일 수다떠는 방에도
SOS를 보냅니다
카톡 상으로는 매우 다급해 보이는데
그렇다고 손 놓고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닙니다
일단 한국 기업은 확실하게 세었기 때문에
이외 국가의 기업 중 수상한 기업 중심으로
한국 기업이 아닌지 다시 확인하기 시작했어요
손 놓고 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요
일단 부장께 먼저 상황 보고를 드렸습니다
보고 드렸고
절 믿어주시고
상황도 정리됐지만
너무 찜찜해서
계속 더 찾아봤습니다
그 정도로 많은 언론사가 받아썼다는 건
분명 보도자료였을테고
CES 최고 혁신상 관련 보도자료가
잘못 나올 가능성은 희박했어요
일단 마감시간이 오후 4시이기 때문에
얼른 기사를 쓰면서
짬짬이 계속 찾아봤어요
친한 선배도
"여기 아니냐"라며
계속 같이 찾아주셨는데
안타깝게도 아니었어요
덕분에 그곳이
한국 기업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어서
일단 진실에 가까워지고는 있었죠
매우 다행히도
기사를 다 쓰고 마지막으로 검색해 본 기업이
딱 걸렸어요
기쁜 마음에
과격한 표현이 나와버렸네요
한국 기업이었던 곳이
한 곳 숨어있었어요
저거 찾느라고
약속한 시간보다
제출을 30분 늦게 하게 돼서
죄송한 마음에 납작 엎드리고 싶다는 얘기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여러 사람들의
정신적·실질적 도움을 받아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한국기업 수 및 비율'
'그 중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비율'
을 무사히 산출해 낼 수 있었습니다
기본 중의 기본인
'팩트'를
정확히 짚을 수 있었어요
괜히 직접 센다고 나섰다가
틀릴 뻔했다고 생각하니
좀 아찔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분명 별 거 아닌 기사인데
너무 품을 많이 들이고
너무 오래 써서
반성하고 있었습니다
부장께서는
그 노력이 좋았다며
딸기를 보내주셨어요
당연히 더 빨라질 필요는 있죠
그리고 더 깊어질 필요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사의 기본은
'팩트체크'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부장의 말씀이셨습니다
부장께서
이런 피드백을 주시지 않았더라면
'결국 연합뉴스가 맞았는데
다음부터는 그냥 믿고 가야겠다'
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앞으로는
조금 어렵더라도
더 확실한 길을 가며
빠르게 가는 노하우를
터득하려 합니다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느냐고 하겠지만
어쩔 수 없어요
잡아야 돼요
그게 바로 성장하는 길 아닐까요
오늘 운동 끝나고
바로 앞 마트에 슬쩍 들렀다가
엊그제 딸기 배송지 입력 안 한 게 생각나서
호다닥 입력했어요
그리고 딸기를 구매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딸기가 배송될 날을 기다리며
집에 들어갔답니다
딸기 맛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