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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도심 속 휴식처인 재즈카페

더그(DUG), 신주쿠의 재즈 카페/바

by 김주영

도쿄도 흐린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 태양의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어서 좋지만, 공기 중에 습기가 아직 남아 있다. 며칠 전 떠나온 한국의 날씨와 비슷하다. 서서히 가을로 옮겨 갈 것이다. 이제는 도쿄의 복잡한 기차, 지하철 시스템에 익숙해져 갔고, 오늘은 드디어 한국에서 구입한 도쿄 지하철 패스 바우처를 역사무실에서 패스 티켓으로 교환하는 경험도 했다. 모든 게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신주쿠 지역으로 가기 전에 긴자 지역을 먼저 방문하였다. 도로의 일부 구간은 자동차 운행이 제한되었는지, 현지인, 관광객들이 도로 한복판을 걸어 다녔다.

자동차가 없는 도로에 나가서 계속 걷다가 "야마하 긴자점"으로 들어갔다. 야마하 사일런트 기타를 이용하여 주로 밤시간대에 기타 연습을 오랫동안 해 오고 있다. 기타의 바디에 있는 울림통이 없고 이어폰을 끼고 자기 연주음을 들을 수 있어서 남에게 폐를 주지 않아 연습용 기타로는 제격이다.

야마하 긴자점 빌딩

빌딩 지하 1층에 있는 기타 매장을 시작으로 위층들로 올라가 보았다. 피아노, 각종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매장들이 있으며 카페층과 음악 서적용 층도 있다. 기타와 피아노 매장에서는 자유롭게 시연해 볼 수 있는 악기들도 놓여 있었다. 클래식기타 부스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있는데, 아가씨 점원이 시연을 해보시라며 말을 건넨다. 그리고 윈도 안에서 전시용 기타를 꺼내 조율까지 해 준다. 망설이다가 시연해 보기로 하고, 즉흥적으로, 발라드 풍이 나는 클래식기타 곡인 Verde Alma(베르데 알마. 아르헨티나의 클래식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Maximo Diego Pujo의 곡)로 결정했다. 잠깐 운지연습으로 1분 정도 아르페지오 패턴으로 기타를 쳐 본 후에 새 기타에 익숙해지자, 곡을 시작했다. 4분 정도 흘러서 연주를 마친 후에 주위를 돌아보니까 점원들과 손님들이 듣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좀 부끄럽고 놀라서 기타를 점원에게 다시 돌려주고는 얼른 자리를 떴다. 이왕 그렇게 일이 벌어진 마당에 점원에게 내 핸드폰을 주며 촬영을 부탁할 걸 하는 엉뚱한 후회도 생겼다. 야마하 긴자점에서 다시 버스킹 할 기회가 있을까? (아래 영상은 유튜브에서 가져온 원곡 작곡가의 연주 영상임)

https://youtu.be/qpEwhakrDo4? si=aaUth9 WXMcCAwV-b

신주쿠 지역에 도착하니 날이 벌써 어두워졌다. DUG(더그)라는 간판을 발견하고는 지하로 내려갔다.

계단 아래에서 점원이 혼자 왔냐고 물어보고, 카운터 자리로 안내했다. 나는 그녀에게 맥주와 베이글 치즈를 주문했다.

DUG(더그)는 재즈를 들으며 커피 등의 음료나 위스키, 맥주, 칵테일 같은 주류를 마시며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재즈 카페/바이다. 혼자 와도 전혀 불편하지 않으며, 실제로 손님들 절반은 혼자서 방문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흡연을 하지 않고, 더구나 남의 담배연기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고 싶다. 모르는 손님이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담배 피우는 관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중년의 남성들은 주로 고급 시가나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위스키를 마시거나 책을 읽으며 재즈를 듣고 있었다. 젊은 남성과 여성들은 연초나 전자담배를 피우며 얘기를 나누거나, 혼자서 재즈를 듣거나, 핸드폰을 보거나, 책을 읽고 있었다. 이 모든 광경이 실내 금연이 된 한국에서는 이제 볼 수 없는 풍경들이다. 고급 스피커를 통해 지하 홀에 울려 퍼지는 재즈곡들은 마니아들만 알 수 있는 곡들이 아니고 유명한 뮤지션들의 곡들이었다. 주로 어느 재즈 뮤지션의 특정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스트리밍 되는 형태였다. 잘 알려져 있는 음악들이 사실상 듣기도 편하고 휴식하기에도 적합한 편이다. 내가 DUG(더그)에 앉아 있었던 시간에는 미국의 유명한 트럼펫 연주자인 Wynton Marsalis(윈턴 마살리스)의 앨범인 Hot House Flowers에 수록된 재즈곡들이 스트리밍 되고 있었다. 아래에 그중 Stardust와 Melancholia를 공유한다.

https://youtu.be/rsq51 CiDgSg? si=8 leKT0-Ns2 AuR7 rz

https://youtu.be/C4 xyojwS5 TE? si=db2414 y81 tBDCEaF

무라카미 하루키도 더그(DUG)를 자주 방문하였고 애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왔었던 더그(DUG)는 건물이 허물어지며 옛날에 사라졌다. 지금의 더그(DUG)는 어쩌면 New DUG라고 할 수 있다. 장소적으로 오리지널 더그(DUG)도 지금의 재즈 카페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튼, 지금의 더그(DUG)도 혼자 방문해서 재즈를 들으며 생각에 잠기고 책을 읽거나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작가들에게도 좋은 장소이다. 도쿄를 방문하면 매번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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