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t Inn(핏 인), 신주쿠의 역사 어린 재즈클럽
도쿄의 날씨는 아직 흐린 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도쿄에 도착한 이후로 이틀 정도 잠을 잔 것 같은데, 몸은 여전히 피곤하다. 재즈 전문가도 아닌 내가 도쿄 재즈를 현지에서 느껴서 글을 써보고 싶은 의지가 그럼에도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한다. 여행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는 것도 필요하지만, 오랫동안 일을 한 사람이어서 돈 버는 일 이외에 다른 주제로 여행 중에 정신과 몸을 움직여 보는 것도 휴식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늘은 신주쿠 지역에 있는 Pit Inn(핏 인)이라는 재즈클럽을 방문했다. 일본에 오기 전에 여행일정을 짜면서 이 클럽은 유명한 곳인 줄 알면서도 일정상 생략을 하였다. 하지만 어젯밤에 방문한 재즈카페/바인 DUG(더그)에 놓인 Pit Inn(핏 인)의 공연 홍보 리플릿을 본 이후에 일정을 쪼개서 그곳에 가보기로 결정했다.
Pit Inn(핏 인)은 일본 재즈의 황금기가 시작된 1960년대인 1965년에 세워진 역사적인 도쿄 재즈클럽이다. 원래는 가까운 곳에 오리지널 클럽이 있었는데, 1992년에 건물이 오래되어 없어지자 그해에 지금의 장소로 옮겨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여기는 오후 공연과 저녁 공연이 있었는데, 나는 오후 2시 공연을 보고자 지하에 있는 재즈클럽으로 내려가서 줄을 서서 오후 1시 30분에 입장했다. 공연료 1,300엔에 세금을 포함하여 계산하면 총 1,430엔이며, 여기에 음료 한 개가 포함되어 있다. 나는 맥주와 컵을 들고 스테이지와 가까운 곳에 앉았다.
오늘 공연은 "토시유키 세키네" 밴드의 공연이었다. 피아노, 베이스, 드럼, 트럼펫, 색소폰이 어우러진 수준 높은 공연이었다. 중반부터는 여자 보컬이 합류하였다. 밴드의 리더인 "토시유키 세키네"는 재즈피아니스트이며 1955년생으로 올해 나이 칠십 세이다. 도쿄 재즈의 황금기에 재즈를 시작하여 반세기 동안 재즈음악을 하고 있는 관록이 느껴지는 뮤지션이다. 드럼과 베이스 연주자도 그와 동년배로 보였다. 트럼펫과 색소폰 연주자가 상대적으로 젊은 40,50대로 보인다. 보컬은 30대의 여성이었다. 관객들이 자리를 거의 다 차지하고 있었는데, 60대 이상의 분들이 많았다. 나의 눈에는 그냥 재즈클럽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오신 분들이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이 재즈클럽의 관객들이었거나, 오늘 공연의 연주자의 팬들인 것으로 보였다. 나의 바로 앞자리 노인분은 팔십이 넘어 보이는데, 아직도 진지한 자세로 공연을 감상하고 있었다.
공연 중에 베이스 연주자의 솔로 구간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베이스 연주소리는 합주 중에는 잘 듣기가 어려운데, 제대로 들으려면 음악을 오래 해 보거나 아니면 음악을 많이 들어서 귀가 훈련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음악의 근간이 되는 소리가 베이스 음들이다. 실제로 연주자들도 베이스 연주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연주를 한다. 내가 눈물이 흐른 이유는 그의 연주가 훌륭한 까닭인 것도 있겠지만, 1990년대 후반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부에노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들과 영화 장면들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쿠바 음악을 위해 일생을 살아온 쿠바 노인 뮤지션들의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당시에도 나는 그들의 인생과 음악을 느끼면서 눈물을 흘렸었다.
Pit Inn(핏 인)을 나와서 도보로 십분 정도 거리에 있는 DUG(더그)로 향했다. 거기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오늘의 재즈 여행을 정리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