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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재즈의 골든 시절부터 현재까지를 살아오다

Sometime Piano Hall (썸타임 피아노 홀_재즈클럽)

by 김주영

일본에서 재즈의 황금기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였다. 미국의 재즈를 모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서 일본의 정서, 악기, 문화를 혼합시켜서 일본의 재즈로 발전시킨 시절이 바로 이 시기이며, 1970년대에 일본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국제적으로 일본 재즈가 알려지게 되었다. 도쿄의 중심가 곳곳에 재즈 라이브 클럽들과 재즈 카페/바(LP판으로 재즈를 들으며 커피, 차, 술 등을 마시는 곳)가 생겨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 시절에 거기에서 재즈를 들었고, 그의 소설들에서도 도쿄의 재즈가 묘사되고 있다. "국경의 남쪽"과 같은 작품이 하나의 예다. 전 세계적으로 재즈팬들은 줄어들고 있지만, 그중 일본인들이 재즈팬을 그나마 제일 많이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재즈는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이제 잘 안 듣는데, 그나마 일본은 아직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그들만의 재즈를 만들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런 맥락에서 도쿄는 21세기로 넘어와서 크진 않지만 여전히 번성하는 재즈 커뮤니티의 공간적 기반이 되었다.

오늘 방문하게 된 Sometime Piano Hall (썸타임 피아노 홀)은 도쿄 서부지역의 키치조지에 위치한 재즈 라이브 클럽으로, 일본 재즈의 골든 에이지였던 1975년에 생겨서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곳이다. 오십 년이라는 반세기의 시간 동안에 수많은 재즈 뮤지션과 재즈팬들이 스쳐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으로 들어가 보았다.

지하에 위치한 홀은 나무장식들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공연 스테이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홀의 중앙에 검정 그랜드 피아노가 상징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으며, 그 주위로 오늘 공연을 위해 세팅된 듯한 드럼, 전자 오르간이 보였다. 관객들은 중앙을 주위로 360도 모든 방향으로 자리를 잡고 커피, 식사 등을 하며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구조였다. 오후에 한 시간씩 두 개의 공연세션과 저녁에 한 시간씩 두 개의 공연세션이 있는데, 나는 오후 2시 30분에 시작하는 공연에 맞췄다. 중년의 여자분의 안내를 받아서 자리에 앉았고, 점심식사와 커피를 주문했다. 오후시간 비묭은 공연비 2천 엔을 내면 커피 등 음료가 포함되어 있고, 식사비는 별도로 내어야 한다. 식사비가 천 엔이었으니까, 총 3천 엔을 나갈 때 카운터에서 계산했다. 저녁 공연시간대는 가격이 다른 것 같았다.

오늘 오후 두 번째 세션 공연은 "이와오 오치"(Iwao Ochi)라는 재즈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 프로듀서의 연주였다. 드럼, 전자 오르간과 협업이긴 하지만, 재즈 기타가 메인을 이루는 공연이어서 일부러 이 세션을 선택하였다. "이와오 오치"는 1971년생으로 13살 때 록 기타리스트로 음악을 시작했지만, 점차 흑인 음악에 관심을 가졌다. 1992년에 음악 공부를 위해 미국 시카고로 떠났는데, 그 해에 시카고 재즈 홀에서 유명 재즈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고 감명을 받고 뉴욕으로 옮겨서 재즈 기타 연주를 공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와서 도쿄 재즈계를 이끌어 가는 유명 뮤지션들 중 한 명으로 살고 있다.

참고로, 재즈 기타리스트로 유명했던 미국 뮤지션은 "웨스 몽고메리"(Wes Montgomery, 1923~1968)가 있다. 오늘 공연에서 사용된 기타도 몽고메리가 연주한 것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https://youtu.be/VBGZgyl72_g?si=HFUlRlWIqZX7P8N1

관객들은 50~70대가 다수였는데, Sometime Piano Hall(썸타임 피아노 홀)의 반세기의 시간 동안 단골에 가까운 분들 같은 느낌이었다. 차분하게 앉아서 연주자의 소리 하나하나를 감상하는 모습이었다. 공연이 끝나자 기타 연주자와 인사를 한참 나누는 관객들이 많다. 오랫동안 그의 음악을 들었거나, 어쩌면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일 것이다. 홀의 매니저도 단골들을 대하듯이 대화를 나눈다. 오늘 방문한 재즈 클럽은 오십 년의 역사가 자리 잡은 곳으로 아무리 돈이 많은 사업가라도 이런 공간을 하루아침에 만들 수는 없다. 전통과 역사는 돈으로 살 수가 없는 것이다. 많은 생각을 남기게 해 주는 홀을 나와서 키치조지 역으로 향했다.

21세기에 들어서 국제적으로 제일 성공한 일본 재즈 뮤지션은 히로미 우에하라(Hiromi Uehara)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녀는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며 그래미어워드도 수상하였고, 2021년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 연주도 하였다. 그녀의 곡을 공유하며 오늘의 재즈 여행은 마무리하고자 한다.

https://youtu.be/CY5 dTBhRxOA? si=pgkZIaCCIp3 ZBb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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