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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재즈 여행

들어가며

by 김주영

나이가 들면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인내심도 더 깊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던 것 같다. 고정관념이었을까? 젊은 시절에 들어와서 이제는 끝이 저기 보이는 회사생활에서도 하루하루 보내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다. 내가 먼저 잘해 주지도 못하는 가족들에게도 쉽게 섭섭해지곤 한다. 일상생활에서 조그만 자극을 주는 말에도 쉽게 예민해지고 흥분을 한다.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여 미리 준비하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일들이 쉽게 해결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할 필요가 없는 걱정들에 사로잡힌 마음으로 준비가 시작된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며 예민해진다. 오십 대 중반의 체력은 쉽게 피곤해져서, 몸에 쌓인 피로의 독을 풀기 위해서 휴식을 취하는 횟수가 증가한다.

다행히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낄 무렵에 여행의 기회가 찾아왔다. 곧 소멸될 예정인 항공사 마일리지로 일본 도쿄까지 혼자서 왕복이 가능했다. 약 삼십 년 전인 대학생 시절에 일본 배낭여행을 하며 도쿄는 일박을 하고 스쳐 갔으니, 이번 도쿄 여행은 거의 반세기 만에 일주일 동안 길게 해 보는 여행이 될 것이다. 혼자서 하는 여행이다 보니, 유명한 관광지나 맛집을 테마로 잡기보다는 음악을 선택해 보았다. 약 이 년 전 스페인, 포르투갈을 여행하며 현지 음악인 플라멩코, 파두를 주요 테마로 한 글을 적어 보았던 경험이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https://brunch.co.kr/@1428b4d975cd475/38

음악 라이브 클럽을 검색하다 보니, 도쿄에는 아직 재즈공연을 하는 곳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재즈를 공연하는 곳이 이제는 거의 남지 않았다. 1991년에 생긴 몽크(Monk, 미국의 유명한 재즈 피아니스트의 이름을 따온 게 아닐까 생각됨)라는 재즈클럽이 있었지만, 코로나 시절에 문을 닫게 되어 삼십 년의 재즈역사를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역 재즈 뮤지션들에게는 소중한 공연 기회를 제공했던 곳일 뿐만 아니라 나 같은 청중들에게도 저렴하게 재즈를 즐길 수 있었던 곳이었다. 재즈는 일반대중에게 어려운 음악이라는 선입견과 함께, 다른 대중음악이 발달해 버린 탓에 재즈는 쇠퇴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일본도 마찬가지일 텐데, 도쿄는 재즈 공연장들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일본의 폭넓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하여 깨닫기 해 주었다. 클래식기타를 몇 년 동안 공부해 오고 있는 나에게는, 스케일, 코드에 바탕을 두고 즉흥성을 특징으로 연주하는 재즈는 익숙한 음악 장르가 아니다. 한때 재즈에 관심을 가지고 전문서적을 읽으며 다양한 재즈 음악을 들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전문가라고 할 수 없다. 클래식 음악을 바탕으로 재즈를 이해하려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도쿄라는 대도시에서 연주되는 그들만의 재즈를 듣고 싶다. 멀리 내다보고 걱정들에 휩싸이는 나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바로 앞에 놓여 있는 것만 보려고 할 것이다. 어쩌면 나를 찾는 여행이 될지도 모르겠다.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의 "테이크 파이브"(Take Five)를 들으며 이번 도쿄 재즈 여행을 시작하고자 한다. 이 곡이 나오기 전에는 4분의 5박자 음악이 가능한까 의구심을 품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론상으로만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테이크 파이브"(Take Five)인 것 같다. 이 음악은 세상에 나오며 유명한 재즈곡이 되었다. 경쾌한 멜로디는 무언가를 시작하고자 할 때에 어울리는 음악인 것 같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자! 이제 여행을 시작해 보자!

https://youtu.be/tT9 Eh8 wNMkw? si=GGaWrcfEF_vdD2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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