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 도쿄(Blue Note Tokyo)
당신은 15만 원 정도를 지불하고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재즈공연을 볼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거나, 돈의 여유가 없지만 다른 지출을 아껴서라도 비싼 재즈공연을 볼 정도로 재즈에 관심이 있는가? 그 도시와 인근 위성도시의 인구를 합친 인구 중에서 10퍼센트만 긍정적으로 답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다면, 세계적 명성의 재즈 공연 전용 클럽을 유치할 수 있거나 아니면 자체적인 브랜드의 고급 재즈클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10퍼센트라는 숫자는 근거가 빈약한 추측이지만, 오늘 방문하게 된 "블루노트 도쿄"(Blue Note Tokyo)에 대하여 내가 스스로 던진 질문이다.
도쿄에는 최고급 재즈클럽이 세 개 정도가 있는데, 블루노트 도쿄(Blue Note Tokyo), 코튼 클럽(Cotton Club), 빌보드(Billboard)가 그런 곳이다. 출연료가 아주 비싼 일본 현지 뮤지션 및 해외 뮤지션들로 구성된 공연이 주 6회 운영된다. 이 중에서 블루노트와 코튼클럽은 2023년에 나온 일본 애니메이션 "블루 자이언트"(Blue Giant)에도 나오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센다이 출신의 18세 청년이 색소폰과 재즈에 대한 정열만을 가지고 도쿄로 상경하여 성공한다는 다소 꿈같은 이야기인데, 마지막 장면이 블루노트에서 공연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내에서는 클럽 이름들이 약간 변형되었는데, 실제로 그 두 재즈클럽을 묘사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나도 이번 도쿄 여행을 위하여 유튜브에서 영화를 구매하여 두 번 정도 보고 왔다. 화려한 재즈음악들이 애니메이션 전체를 흐른다.
블루노트(Blue Note)는 미국 뉴욕에 본점이 있으며 도쿄를 비롯하여 해외에 별도의 지점을 두고 있다. 블루노트 도쿄(Blue Note Tokyo)의 지속적인 성공으로 한국 서울에도 2003년에 강남 교보타워에 블루노트 서울(Blue Note Seoul)이 세워졌다. 하지만, 운영한 지 약 두 달 만에 휴업을 결정하고 이후 운영이 중단되었다. 블루노트의 성공과 실패는 일본과 한국의 대중문화의 우열을 논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재즈클럽을 유치했으나, 지속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문화, 공연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당시 운영 실패에 대한 평가를 아래에 옮겨 보았다.
‘블루노트의 실패’는 한편으로 한국 재즈시장에 대한 면밀한 사전 계산과 재즈 전문 공연장으로서의 기획력 부재(不在)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선철 대표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3∼4년을 버틸 수 있는 자본을 갖고 시작하든가, 아예 입장료를 확 낮추어 한국 실정에 맞게 시작했어야 했다”면서 “음악(재즈) 사업보다는 이른바 ‘럭셔리 마케팅’에 치중했다가 실패한 경우”라고 말했다. 재즈기획사 ‘앰프’의 인재진 대표 역시 “뉴욕이나 도쿄 방식으로는 서울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이를테면 평일엔 한국 공연, 주말엔 외국 공연 식으로 경영을 로컬라이즈(Localize)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암튼, 나도 이번 도쿄 재즈 여행을 위하여 블루노트 도쿄의 공연을 온라인으로 예매를 하고 11,000엔을 미리 결재하였다. 도쿄의 오모테산도 지역에 있는 블루노트 도쿄의 지하2층 공연장에 입장한 후에는 맥주와 식사를 주문하여 약 4천 엔을 추가로 썼다. 식사는 아주 작은 양의 프랑스 요리였다. 참고로, 드링크는 분위기상 시켜야 하는데, 식사는 꼭 주문할 필요는 없다.
계속 돈을 많이 쓴 얘기만 하는 것 같은데, 공연은 훌륭한 수준이었다. 공연 촬영을 금지하는 원칙은 좀 아쉽긴 했다. 오늘 공연은 "오소네 마코토"가 이끄는 피아노, 베이스, 드럼 트리오 "TRiNFiNiTY"의 연주였고, 관객은 만석이었다. 피아니스트인 오소네는 1971년생으로 두 살 때 오르간을 시작했고 일곱 살 때는 즉흥연주도 가능한 음악신동이었고, 어릴 때는 피아니스트인 아버지와 같이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연주도 하였다. 클래식 피아노를 공부하였고 버클리 음대를 나와서 미국에서 활동하다가 귀국한 후에 일본 재즈계를 선도하고 있다.
2022년에 블루노트 도쿄(Blue Note Tokyo)에서 공연한 영상을 아래에 공유한다.
https://youtu.be/j8 yaSyZd448? si=hnQR1 dbY90 o3 o1 k3
그의 피아노 솔로 연주 영상도 공유해 본다.
https://youtu.be/nTRvj2 iwiOA? si=S5 NdwEeWo1 vmyPS0
참고로, 재즈 피아니스트로는 잘 알다시피 "빌 에반스"(Bill Evans)가 유명하다. 오소네 마코토처럼 클래식 공부를 먼저 시작하였으며, 마일스 데이비스의 밴드에서 활동하다가 이후에 자신의 재즈 트리오 밴드를 시작하였다.
https://youtu.be/wrWQndgX1QU?si=UdMtkB2fzaT6zaCt
블루노트 도쿄를 나와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왠지 고독하고 허전했다. 내가 지금까지 가본 다른 도쿄 재즈클럽 운영자들과 뮤지션들도 블루노트를 꿈꾸며 살고 있을까? 그곳의 뮤지션들이 블루노트 공연자들보다 수준이 낮다고 볼 수 있을까?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따져서 합산점을 낸다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 것이다. 어느 정도 수준과 자질이 되는 사람들은 인생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 기회는 타고난 배경으로 얻을 수도 있고, 후천적인 노력으로 생길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얼굴 표정과 마음을 숨기고 강한 자에게 굽힐 줄도 알아야 되고, 필요하면 타인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과장된 주장일 수도 있지만, 내가 본 다른 재즈클럽의 뮤지션들은 그런 기회를 잡고 싶지만 아직 그러질 못 했거나, 아니면 타고난 기질상 그러질 못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도쿄 지하철에 있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이따금 멍하게 쳐다보다 고개를 돌렸다. 자정이 넘어가니, 도쿄의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호텔방 창문에 빗방울이 부딪히며 씁쓸한 밤의 소나타를 연주한다. 이런 분위기에는 "쳇 베이커"(Chet zBaker)의 Almost Blue가 어울린다. 비와 재즈 소리와 함께 나는 글을 적어 내려간다.
https://youtu.be/z4 PKzz81 m5 c? si=dJxsX5 WOj0-zMd0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