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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사람을 이어주는 도쿄 라이브 클럽

지로키치(JIROKICHI)_음악 라이브 클럽

by 김주영

오늘은 "지로키치(JIROKICHI)"라는 음악 공연 클럽을 탐방하려고 도쿄의 고엔지 지역으로 가 보았다. 내가 묵는 호텔에서는 지하철로 환승을 두 번 해야 하는 여정이었다. 마지막 환승역인 나카노 역에서 그냥 내려 버리고 역 출구로 걸어 나왔다. 지하철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날들이 길어지니까, 오랜만에 지하철 두 정거장 정도는 걷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풍경들을 보며 걷는 여유로움을 느껴 본다.

도쿄의 도심에서는 노상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금지하는 표시가 어디에나 붙어 있고, 사람들은 이 규칙을 잘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흡연이 가능한 카페나 술집으로 들어가서 피우거나, 찾기 쉽지는 않지만 공공흡연 지정장소로 간다. 도심을 벗어나면, 한국처럼 적당한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보인다. 사람 사는 곳이 똑같다. 고엔지 역으로 걸어가는 경로상에 노모리공원이 있었는데. 공원 옆 대로변에 흡연부스가 우연히 보인다.

공원을 관통해서 지나가니, 공원이 끝나는 자리에 메이지대학교 건물도 보였다.

도쿄 지상철 노선을 따라서 걷다 보니, 오래된 일본 가옥도 보인다.

사십 분 정도 느리게 걷다 보니, 어느덧 고엔지 역에 도착하였다. 저녁 음악 공연을 보기 전에 식사도 할 겸 쉬기 위해서 역 근처에 있는 "서브 스토어 도쿄"(SUB Store Tokyo)라는 카페에 방문하였다. 오후 다섯 시에 오픈인데 15분 정도 늦게 열어서 밖에 서서 기다렸다. 다리가 아프지만, 뭐 괜찮다. 사람은 로봇이 아니다. 이런 늦음도 사람 사는 곳의 향기며 모습이다. 이 카페는 내가 도쿄 재즈에 대한 사전 조사하면서 재즈와 관련된 장소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음악은 재즈와는 관련이 떨어지는 전자음악 같은 것이고, 손님들 또한 재즈와는 무관한 듯 보였다. 인도네시아 남자가 사장이고 일본인 부인과 같이 경영한다. 재즈와 이제는 무관해진 곳이라도 상관없다. 이곳도 나름 개성이 있는 카페였다. 커피, 인도네시아 음식과 차를 시키고 푹 쉬다가 이곳을 나왔다.

오늘 예약한 지로키치(JIROKICHI) 음악 라이브 클럽으로 이동하였다.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저녁 7시 30분 공연인데, 1시간 전부터 오픈을 해서 미리 가서 연주자들과 가까운 앞자리에 앉아서 공연 전까지 시간을 보냈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면 공연비가 500엔이 할인이 되었다. 그래서 공연비 4천 엔과 맥주 7백 엔으로 총 5,200엔을 카운터에 계산하였다. 저녁 7시가 넘어서, 손님들이 몰려들더니, 공연 직전에는 만석이 되었다.

지로키치(JIROKICHI)는 1975년에 세워져서 현재까지 영업하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도쿄 음악 라이브 클럽들 중에서 한 곳이다. 공연은 재즈에만 국한되지 않고 블루스, 록, 퓨전 등 다양하다. 외국 뮤지션들도 이따금씩 공연을 하는 곳이며, 도쿄 뮤지션들이 관중과 함께 음악으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장소로 좀 편안한 느낌이었다. 클럽 사장도 1970년대에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대중음악 라이브 클럽들을 돌아다녔는데, 음악으로 사람들이 연결되는 모습이 좋았고, 도쿄에서 그런 클럽을 재현해 보기 위해서 지로키치(JIROKICHI)를 세웠다.

오늘 공연은 하모니카가 메인이 되는 블루스 음악이었다. 하모니카는 재즈, 블루스, 록, 포크 음악에서 연주되는 악기이다. 한국에서 김광석도 하모니카를 연주에 자주 사용하였다.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로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뮤지션은 "투츠 틸러만스"(Toots Thielemans)라는 벨기에 연주자이다.

https://youtu.be/yKnG_9 q4 crA? si=BwV_O_eykqwLt7 ak

스팅(Sting)의 Shape of My Heart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하모니카 소리도 멋지다.

https://youtu.be/5-ofMfDkY6 g? si=qGXpM5 G5 i5 c7 iSi7

블루스(Blues)라는 음악에서 파생된 것이 재즈, 록, 알앤비, 소울 음악들이다. 미국 흑인 음악에 뿌리를 둔 것이다. 블루스 음악에서도 노래와 함께 하모니카를 사용하는데, "소니 보이 윌리엄슨"(Sonny Boy Williamson)이 유명한 뮤지션이었다.

https://youtu.be/jRErosSETq8? si=HdHbu9 SWdQoDBHdy

지로키치(JIROKICHI)의 오늘 공연은 일본의 블루스 하모니카 연주자인 "코테츠"(Kotez)의 블루스 음악이었다. 코테츠는 1971년생으로 도쿄 재즈 음악계를 이끌어 가는 뮤지션들 중 한 명이며 오늘 연주 프로젝트를 위해 다른 두 명의 블루스 하모니카 연주자들을 초청하였고 드러머, 베이스 기타리스트, 블루스 기타리스트로 밴드를 구성하였다. 한 시간 반 동안 하모니카들의 소리를 들으며 블루스의 황홀경을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다. 나에게 압권으로 느껴졌던 곡은 Muddy Waters의 "후치 쿠치 맨" (Hoochie Coochie Man)이었다.

"코테츠"(Kotez)는 고음역대의 하모니카 연주가 더 매력이 있었다.

남은 연주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감상을 하고 클럽을 나왔다. 블루스의 여운을 느끼기 위하여 다시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를 일부러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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