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너티(Jazz Nutty)_재즈 카페
무라카미 하루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도쿄를 방문할 경우에 와세다대학교 안에 위치한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을 많이 찾는다. 와세다대학교 출신인 그가 기부한 책들과 물건들이 잘 전시되어 있다. 일본어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만큼 하루키에 대해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곳인 것 같았다. 어중간한 수준의 일본어를 구사하는 나는 피곤한 몸으로 글자들을 찬찬히 읽어 나가기가 힘들었다. 적당히 보고 난 후에 지하의 카페로 내려가서 캐러멜 도넛과 오렌지주스를 먹으며 휴식을 취하였다.
재즈를 좋아했던 하루키의 영향인지 몰라도, 지하 카페에도 재즈가 계속 흐른다. 지하층이지만 창문으로 밖이 보이는 구조인데, 창밖에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지금 빗소리와 함께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의 Blue in Green이 카페에 울려 퍼진다.
https://youtu.be/PnyvEMzabRo? si=wwdajNo59 Y9 QzVmC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들을 많이 읽어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의 소설인 "상실의 시대", "국경의 남쪽"과 같은 소설을 읽어 보고 들었던 생각이 있었다. 낭만과 열정이 있었으며 또한 비판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알았고 사회를 개혁시키려는 노력이라도 있었던 일본의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것 같았다. 1970년 말 이후로 일본의 눈부신 경제와 함께 부동산, 금융 등 풍요로운 사회에 적응되어 자본에 순응하는 일본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너무나 담담하게 소설 속에 그려내는 듯했다. 마치, 하루키 자신도 그랬던 것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을 붙인 것 아닐까 추측을 해 보았다. 그가 그리워했다고 느꼈던 1960년대부터 1970년대는 일본에서 재즈의 황금시대였고 그의 소설들에서도 간접적으로 묘사된다. "국경의 남쪽"이라는 소설은 유명한 재즈 가수인 "프랑크 시나트라"(Frank Sinatra)가 부른 재즈곡과 제목이 일치한다. 재즈는 악기들의 앙상블이 주된 매력이어서 가수의 역할은 보조적인 것에 불과했다. 재즈의 이런 고정관념을 바꾼 것이 프랑크 시나트라였다. 재즈에서 가수가 주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https://youtu.be/9 HFdJlFPFsw? si=gEELhl_84 RiYV4 DQ
와세다대학교 캠퍼스를 벗어나서 약 십 분 정도 천천히 걸으면 어느덧 "재즈 너티"(Jazz Nutty)라는 재즈 음악 카페에 도착한다. 이곳은 26년 동안 꽃집을 운영한 아오키 부부가 자신들의 재즈 카페를 갖기 위해 2009년에 만든 카페이다. 일반 카페에 온 것처럼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면 안 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가게 입구에 그런 요청사항도 적혀 있었다. 재즈 애호가들이 커피나 맥주 등을 마시며 조용히 음악을 듣다가 가는 곳이다. 조그만 공간에 고급 스피커 두 개가 입구에서 가게 안쪽으로 설치되어 있는데, 음향이 훌륭한 편이다. 벽에는 마일스 데이비스, 몽크, 존 콜트레인과 같은 재즈 연주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재즈서적들도 한편에 놓여 있었다. 자릿세로 200엔, 음료로 500엔으로 총 700엔을 내면 두 시간 동안 재즈를 원하는 데로 듣다가 갈 수 있다. 과거에는 실내 흡연이 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실내흡연은 금지되었고, 문 입구에 놓여 있는 재떨이와 라이터를 들고 밖으로 나가서 가게 앞에 놓여 있는 사장님의 자전거 앞에서 피우면 된다.
스트리밍 되는 재즈곡들은 난해하여 듣기가 어려운 것들이 아닌 듣기가 좋은 곡들이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미국 색소폰 연주자인 "소니 롤린스"(Sonny Rollins)의 The House I Live In 아라는 곡이 카페를 울려 퍼졌다.
https://youtu.be/HdP1 DCakT9 o? si=nRmfRBI2-IUvJYik
재즈 너티(Jazz Nutty)의 간판에는 이국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몽크(Thelonious Monk)의 모습이 조그마하게 그려져 있는 것을 보니까 가게 주인이 몽크의 재즈를 좋아하지 않을까 추측이 되었다.
몽크는 재즈계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이며 뉴욕에 있는 "블루노트"(Blue Note) 재즈클럽에서 발탁되어 이후 스타가 되었다. 이 분은 연주 중에 피아노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등 괴짜스러운 면도 있지만, 재즈에 있어서 그의 영향을 더이상 설명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서 위에 사진처럼 중절모를 쓰고 연주하는 영상만 공유해 본다.
https://youtu.be/KshrtLXBdl8? si=pIlvAjo0 LVuSRtaK
한국에도 재즈 너티(Jazz Nutty)와 같은 소규모 재즈카페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주인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밖을 나왔다.
오늘도 발로 뛰며 도코의 와세다 지역에 있는 재즈 명소를 다녀왔다. 이런 소규모 재즈카페는 어쩌면 한국에도 가능하지 않을까?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호텔로 돌아가는 중에 식당을 들러서 오코노미야끼와 맥주로 저녁을 해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