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이 재즈가 아닐까
도쿄에서 낮이 되고 밤이 되는 시간들이 흐른다. 이 도시의 사람들은 바쁘게 걸으며 나를 지나쳐 간다. 거대 국제도시의 한 이방인으로서 나는 그들과 그 문화들을 관찰해 본다. 일주일이 거의 되어 가는 시점에서 그동안 한국말을 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착각일 수도 있지만, 이 사람들의 말들을 웬만하면 알아듣는 것도 같다. 재즈카페의 점원, 사장님이나 재즈클럽의 연주자들과도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으면 거의 대화가 이루어진다. 잘 안 들리는 것은 상황으로 파악하고 반응하면 대화가 끊어지지 않았다. 음악이란 공통 주제가 대화의 절반을 이루어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매일 재즈음악 관련 장소들을 탐방하고 호텔 근처의 지하철역에서 호텔까지 걷는 한적한 길은 마치 내가 한국에서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것처럼 편안해진다. 이렇게 정들어 가는 도쿄를 이제는 서서히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이번 도쿄 여행을 마무리하기 전에 "스카이트리"라는 도쿄에서 제일 높은 전망대로 올라가 보았다. 전망대에서 본 도쿄의 전경은 도쿄가 거대도시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저 아래에 3천4백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전망대 안의 스크린에 표시된다.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한 나라의 인구수와도 맞먹는 규모의 도시이다. 저 아래의 공간에서 나도 하나의 점으로 불빛들 사이를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보다 젊었던 어느 시기에 재즈 음악에 관심을 가졌고 많이 듣고 읽었던 추억이 스쳐간다. 그냥 재즈가 뭘까 궁금하기도 했고, "이런 게 재즈인가 보다"라고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때 재즈와 다시 멀어졌고 인생의 시계가 흘러서 여기까지 와 버렸다. 그때 알게 된 재즈에 대한 지식과 들었던 재즈 스탠더드곡들이 이번 도쿄 재즈 여행에서 나에게 미천하지만 소중한 눈과 귀가 되어 준 것 같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버린 탓에 도쿄에서 듣게 된 재즈의 소리는 지평선에 떨어지는 태양과 밤하늘의 별들처럼 원숙하게 다가왔다.
재즈란 어려울 것 없이 바로 우리 인생이 아닐까 싶다. 도쿄의 재즈클럽, 재즈카페/바를 탐방하고 그들의 재즈를 이해하려고 했다. 클럽을 통한 재즈공연 문화가 반세기 넘게 팬들을 유지하며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들에게 재즈는 생활의 일부였기 때문에 반세기를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재즈에 관심이 없는 도쿄의 시민들이 더 많을 것이고, 그들은 재즈가 없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도쿄 인들의 일부는 재즈를 그들의 삶으로 받아들였고 반세기 넘게 자신들의 재즈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도쿄는 세계에서 몇 개 남지 않은 재즈의 도시로 지속될 수 있었다.
나의 인생은 내가 써가며 연주하고 있는 재즈라고 생각하며, 이만 도쿄를 떠나고자 한다. 도쿄는 대도시이지만 고독해 보였다. 하지만 보사노바 풍의 재즈가 어울린다고 느껴지는 도시이기도 했다. 그래서, 혼자서 Bossa Tokyo(보사 도쿄)라고 이름을 붙여 보았다. 도쿄를 떠나지만, 그들의 재즈에 대해 알고자 했던 일주일 동안의 여정을 소중히 여기며 마지막 재즈곡을 들어 본다.
https://youtu.be/9 cApx_UXnH4? si=U0 kPopIS1 yryATT9
귀국하는 하늘길이 아름답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