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목욕을 시켜봐야 진정한 승마인
일주일간 기승을 마친 후 승마 장비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여러분이 시간이 여의치 않는다면 간혹 가다 반드시 자신이 사용하는 장구를 손질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왜냐고요? 안전과 직결된 장구 손질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장구는 대부분이 가죽으로 되어 있기에 손질이 필수적입니다. 가죽 명품가방도 간혹 기름칠을 해주잖아요? 안 그럼 갈라지고 습하면 곰팡이 피고.. 시체 썩는 냄새가 나는 경우도... 아무튼, 제가 지금껏 사용된 가죽으로 된 안장이나 복대*, 장화, 굴레 등의 가죽으로 된 부분에 기름칠을 하고, 땀에 젖은 재킹**도 열심히 빨아 봅니다. 이렇게 깨끗하게 손질해 두면 다음 기승 시 기분이 좋고, 말을 못 하는 말도 스스로 좋아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뽀송뽀송하게 마른 재킹과 부드럽게 손질된 가죽으로 몸을 감싸면 얼마나 좋을까요?
문제는 말입니다. 장구는 열심히 요령껏 가죽소파 손질하듯 하면 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말은 어떻게 손질시켜 줘야 할까요.. 더군다나 몸무게도 500kg 이상 나가는 녀석들을요.. 자동차는 세차할 때 가만히 있기라도 하지요. 그런데 움직이는 말은 요령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말을 목욕시키려고 합니다. 그동안 날이 추워서 다리만 닦아주고 땀에 젖기 쉬운 안장 접촉 부위만 솔질로 열심히 손질했는데 오늘 갑자기 기온이 올라 말이 땀을 많이 흘렸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전신 목욕을 하기로 마음먹고 기승을 일찍 끝냈습니다.
우선 말을 손질하는 수장대에 말을 묶어 놓습니다. 수장용 굴레를 씌워 양쪽 기둥에 줄을 묶어 어느 정도 고정시킵니다. 그러곤 모든 장구를 몸에서 떼어놓습니다. 씻겨 볼까요? 발부터 물로 적신 후 엉덩이 부위인 후구부터 물을 뿌려줍니다. 사람이 수영하기 전 심장에서 먼 부분부터 물에 담가 심장마비 등의 사고에 대비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후구에서 점차 앞쪽으로 목욕을 시켜줍니다. 특히 머리는 수압이 약한 물로 씻기는데 만약 말이 싫어한다면 하지 않고 나중에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어도 좋습니다. 사실 말머리에 씌웠던 굴레 때문에 귀 뒤나 뺨 주변 등이 털과 땀으로 엉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닦아주면 좋아합니다. 솔직히 나는 꼭 얼굴 구석구석에 물을 부어서 세수를 뽀득뽀득시키고 싶지만, 지금까지 내가 탔던 말들은 얼굴에 물이 닿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젖은 수건이나 솔로 잘 닦아주는 것입니다. 만약 말을 묶어 놓은 상태에서 얼굴에 억지로 물을 뿌리다가 이를 너무 싫어하는 말은 뒤로 넘어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흠뻑 물을 뿌려 주었다면 다음은 약한 물을 틀어 솔질을 시작해 봅니다. 말 전용 샴푸가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열심히, 묵은 때를 쓱싹쓱싹 제거해 줍니다. 솔질을 마친 후에는 수건으로 닦아주거나 물 제거 솔을 사용해 물기를 제거합니다. 마지막으로 부드러운 솔로 문질러 주면 더욱 좋습니다. 말 목욕의 완성은 완전히 말린 후 마방으로 들여보내는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말을 씻긴 후 수장대***에 묶어 두기가 여의치 않아 물기가 다 마르지 않은 상태로 마방에 들여보냈다가 큰 코다 친적이 있습니다. 이 녀석이 등이 가려웠는지 마방에서 뒹굴었던 것이었습니다. 다음날 온몸에 흙과 변이 달라붙어 말 그대로 ‘똥말’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럴 경우 이물질로 인해 피부병이 생기거나 감기에 걸릴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소중한 친구인 말을 목욕시키면 서로 즐겁습니다. 목욕하는 말도 즐겁고 씻기는 나도
즐겁습니다. 다음에 탈 때 내 말에서 광채가 나고 있으면 얼마나 뿌듯한지 아마 아는
사람은 알 것입니다. 온갖 먼지로 뒤집어쓴 차보다 광이 번쩍번쩍 나는 차를 더 선호하는 심리와 같겠지요.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알게 되니 이제 진정한 승마인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 복대: 안장을 고정하는 큰 가죽 끈으로 기승자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조여야 한다.
** 재킹: 땀을 흡수하고 말의 등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며, 대개 안장보다 크기가 커 가죽 안장이 말에 직접 닿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 수장대: 말을 목욕시키거나 손질하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