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사귀기 4

18. 당근과 채찍

by 승마표류기


당근과 채찍.. 사실 승마 용어보단 보상과 처벌을 통해 일의 수행 능률이 증가할 수 있다는 20세기 경영이론 분야에서 많이 응용된 말입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채찍질로 협박하고 당근으로 유혹하는 전략이 단순 업무에 효과적이라서 이런 승마용어가 적합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의 창조적인 업무가 요구되고 MZ세대에겐 이런 논리는 효율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 관계에선 그런데 진짜 말과의 관계에서도 당근과 채찍이 통할까요?

승마에선 어떤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 보상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에선 일치합니다. 하지만 당근과 채찍은 잘 사용되면 달콤함이지만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한다면 미래의 독이 되어 돌아옵니다. 당근과 채찍은 말을 움직이게 할 수 있으나 가슴까지 움직이려면 많은 기술이 필요합니다. 나의 경험을 빗대어 말씀드리면 말이 내 명령에 즉각 반응했을 때 말을 탄 상태에서 목 부위를 손으로 툭툭 쳐 줍니다. 잘했다는 말 대신 몸으로 소통하는 것입니다. 더 말을 잘 들었을 때는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려 줍니다. 여기서 말이 특별히 자신의 목과 엉덩이를 쓰다듬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나의 팔 길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정해진 부위일 뿐입니다. 하지만 말은 반복된 학습 효과로 자신이 칭찬받는다는 사실을 정말 잘 알아듣습니다. 잘한 경우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좋은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잘못했을 경우 벌을 주어야 하는데, 누가 잘못했는지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만약 내 잘못인데 애꿎은 말에게 화를 내면 반항심만 생겨 역효과가 나기 때문입니다. 나의 경험상 거의 기승자의 잘못이 대부분입니다. 말이 잘못한 경우는 수년간 3번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래도 정말 말이 잘못한 경우라면 날카로운 소리로 야단을 치고, 아주 큰 잘못을 했을 때는 채찍으로 어깨나 엉덩이를 때리는 식으로 잘못을 알려줘야 합니다. 결국 채찍을 사용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제가 채찍을 사용해 혼을 냈던 적은 말이 장애물을 넘지 않으려 해 나를 위험에 빠뜨릴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나의 리듬과 부조가 정확했음에도 말을 듣지 않은 까닭을 추측해보면, 말이 나를 얕잡아 봤거나 단순히 장애물을 넘기가 싫었던 것 같습니다. 말과 기승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벌은 꼭 필요하며, 신중하게 벌하는 태도 또한 필요합니다. 이러면 반항심 없이 말의 가슴을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벌한 후 진심으로 나한테 동한다면 설탕 바른 당근이라도 하나 줘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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