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천둥이 무서운 쫄보
장마철이라 그런지 오늘 새벽에 말 타러 나가려는데 비가 옵니다. 평소 같았으면 비가 와도 실내마장에서 기승할 수 있기 때문에 고민 없이 나갔는데 갑자기 ‘꽈과광’하고 천둥이 치네요. 그래서 다시 자리에 누워 오늘은 깨끗이 포기합니다. 사실 전 말 탄 이후로 천둥을 무서워하게 됐습니다. 이유인즉슨 천둥이 치면 말들은 100% 놀라고, 이는 사고로 이어지는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은 예민하고 민감한 동물입니다. 작은 소리에도 크게 반응합니다. 말은 귀를 움직이는 근육이 여러 가닥으로 발달해 접시 안테나처럼 귓바퀴를 180° 회전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고기능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능력보다 더 성능이 좋아 멀리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초식동물이라 외부로부터의 적을 감시하기 위해 더 민감한 것 인 줄도 모릅니다. 그래서 말을 타고 있는 기승자에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더라도 간혹 말은 무슨 소리를 들은 듯 귀를 움직이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말은 암말이 1km 떨어져 있어도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답니다. 이런 우는 소리를 듣는 수말은 암말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한 선배가 아주 얌전하기로 소문난 말을 타던 도중 천장의 백열전구가 갑자기 ‘파지직’하고 터지는 바람에 낙마한 적이 있습니다. 엉덩이 뼈를 크게 다쳐 병원 신세까지 지고 말았는데 온순한 말이 고작 전구 깨지는 소리에 놀랐던 것이라 사람들이 의아해했습니다. 남보다 잘 들을 수 있는 예민한 말의 심정을 이해 못했던 것이겠죠.
그 이후로 저는 큰 소리가 나는 장소나 환경은 말을 불필요하게 긴장시키거나 놀라게 할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습니다. 오늘은 천둥 때문에 나의 말을 보진 못하지만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더 오래오래 승마를 재밌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