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사귀기 12

26. 말 근육을 느낀 감격의 순간

by 승마표류기


내 부츠의 안쪽 부분이 터져버렸습니다. 가죽과 가죽 이음새의 실이 그만 빠져 버린 것입니다. 참 난감한 상황입니다. 수선 업체에 맡겼지만 3~4일은 걸린답니다. 현재 갖고 있는 다른 부츠는 반부츠뿐. 여기에 같이 착용할 반챕*이나 롱챕**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망설여집니다. 말은 당장 타야 하는데. 에라, 모르겠다.(기승자는 정확한 승마 장비를 착용하는 게 정석이니, 다음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된다)

급한 대로 반부츠에 축구 양말을 두 겹 신었습니다. 참고로 난 승마 부츠를 신을 때 축구 양말을 신습니다. 승마용 양말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양말 목이 길어 다리를 불편하게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두 겹을 신은 이유는 추위를 견디는 데도 좋고, 종아리로 말을 감싸야하는데 양말을 두껍게 신으면 반챕 대신으로 괜찮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타 보니 말을 제어하는 데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가죽 부츠로 힘껏 눌러주거나 자극을 줄 수 있는 게 아니라 완벽하게 제압할 수는 없지만, 그 대신 고삐를 너무 당기지 않고 편하게 타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 등자에서 발을 빼고 타거나, 등자를 인위적으로 짧게 하고 타 본 적은 있지만 이처럼 반부츠만 신고 타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어색하기도 하고 양말의 특성 때문에 안장에 쓸리거나 미끄러져 복대 뒤 알맞은 위치에 발을 고정시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말이 기특하게 말을 잘 듣습니다. 한참 타면서 구보도 하고 속보, 평보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봅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어, 이건 뭐지?’ 그러던 어느 순간, 종아리가 따뜻해진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말의 걸음걸이가 바뀔 때마다 복근의 움직임이 전해졌습니다. 특히 구보를 할 때 바깥쪽 다리를 살짝 뒤로 빼거나 안쪽 다리로 감쌀 때 말의 네 다리가 움직이면서 육중한 근육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게 종아리에 느껴졌습니다. 처음엔 이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이롭습니다. 말이 달릴 때 근육들이 움직이는 건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실제로 느껴보니 굉장합니다.

승마가 끝난 후 교관님에게 자랑했다. “본의 아니게 오늘 반챕을 착용하지 못했는데 말 근육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어요.” 교관님이 말한다. “좋은 경험입니다. 그리고 부츠 신고도 그걸 느끼셔야 합니다.” 앗, 아직 갈 길이 멀구나.


* 반챕: 반부츠 위에 간단히 착용할 수 있는 종아리를 감싸는 가죽이다.

** 롱챕: 겨울에 입는 허리까지 오는 긴 가죽 바지로 말을 탈 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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