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사귀기 15

29. 후랑크 소시지 구부리기

by 승마표류기


오늘도 역시 춥네요. 밤새 내린 눈 때문에 서울이 온통 얼어붙었고, 나의 몸까지도 얼

어 붙었습니다. 차 안에 넣어 뒀던 가죽 부츠를 꺼내 신으니 마치 얼음을 신는 것 같습니다. 손도 얼어 부츠 지퍼를 올리기가 힘듭니다. 그래도 말과 함께 운동할 생각을 하니 실

내 마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오늘은 마장 안에 사람들과 말들이 많은 관계로 무리하지 않으면서 말의 몸을 제대로 한번 풀어주기로 했습니다. 말을 타기 전에 스스로 오

늘 할 연습에 대해 미리 생각해 두면 훨씬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실매에 말들이 많아서 구보를 하기는 어려워 보이네요. 날도 추우니 스트레칭 위주로 가 보기로 합니다.

전 말을 ‘후랑크 소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커다란 소시지 위에 탔다고 상상하며 소시

지를 좌우로, 또 위아래로 구부리려고 노력합니다. 말이 휘는 것을 표현하는 ‘벤딩’,‘내방자세’, ‘숄더 인’ 등의 전문 용어가 있지만, 결국엔 말을 일정한 방향으로 스트레칭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사람이 기지개를 켜거나 한쪽으로 몸을 기울이면 반대쪽이 펴지듯이, 말에게 스트레칭을 시키면 몸이 보다 유연 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4발 달린 말을 스트레칭시킨다는 게 머릿속으론 이해되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사람처럼 한쪽 근육이 뭉쳐있으면 찌뿌듯한 것처럼 말도 그럴 것입니다. 차이는 사람은 스스로 스트레칭을 할 수 있지만 말은 사람이 고삐와 다리, 체중 등을 이용해 휘게 해줘야 합니다.

말마다 또 기승자마다 다를 테지만 저는 우선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고삐를 살짝 당겨줍니다. 대부분의 말은 똑바로 가지 못하기 때문에 왼쪽 혹은 오른쪽을 선택합니다. 그 후 안쪽 다리를 기둥처럼 고정하는 동시에 가자고 추진 자극을 줍니다. 대신 반대편 다리는 말이 잘 휠 수 있도록 엉덩이 쪽으로 위치시켜 엉덩이가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구보 자세와 약간 비슷한데 이렇게 하면 말의 몸이 한쪽으로 휘면서 발걸음도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휘는 방향의 반대쪽 몸이 쭉 펴짐으로써 한쪽 몸을 늘리는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반대쪽도 똑같이 해주면 몸이 훨씬 이완됩니다. 처음에 배울 때는 잘 이해되지 않는 탓에 고민도 많이 하고 여러 서적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결론은 말 몸을 적당히 휘게 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다 보면 기승자가 자신의 다리를 잘 쓰게 되고, 말마다 적합한 고삐 조절도 터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승마의 기본은 교관이 가르쳐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 위에 올라타는 건 기승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체형과 말의 체형, 습성 등에 맞춰 제대로 타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야 합니다.

말을 스트레칭시킨다는 생각으로 평보, 속보, 경속보를 하다 보면 말이 굴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시지가 무지개 모양으로 휜다고 표현하면 맞을까요? 제가 타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글로 표현하자니 한계를 느끼네요. 어쨌든 나의 결론은 기승자 스스로 ‘어떤 방법으로 말을 스트레칭시킬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의 몸을 전체적으로 휘게 만드는 것과 더불어 말 목이 활처럼 휘는 것도 스트레칭의 일종입니다.

이건 매뉴얼이 아닌 어디까지나 저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요령입니다. 말이 똑바로 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끔 이렇게 몸을 인위적으로 휘게 하여 유연성을 높여 주는 것도 말을 ‘업그레이드’하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몸이 움츠러들기 쉬운 추운 겨울날엔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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