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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마표류기 Sep 21. 2021

말 사귀기 18

32. 슬기로운 마구 착용기(운동 후)


운동 후에는 말을 수장대에 잘 묶어둔 후 안장을 풀어야 합니다. 등자가 덜렁거리지 않도록

묶거나 짧게 등자 끈을 당겨 놓아 정리하기 쉽게 합니다. 아래에 있던 양털 깔개, 재킹, 젤리패드 까지 같이 벗기면 말 등에서 김이 모락모락 납니다. 이를 장비실 앞 통나무 위에 얹어 손질을 편하게 합니다. 소중한 안장이 변형되는 것도 막고 나중에 왁스칠을 하기 편해 1석 2조입니다. 이젠 말머리로 가서 굴레 옆에 조였던 끈들을 풀어주고 양손으로 살살 벗겨 쇠로 만들어진 재갈에 의해 이가 상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예전에 굴레를 벗기다 말이 놀라서 뛰쳐나가 혼쭐난 경험이 있습니다. 굴레까지 벗길 땐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운동이 끝난 후에는 말을 잘 손질해야 합니다. 겨울철에는 목욕을 시키기 어려워 발굽을 손질하고 몸에 묻은 때와 먼지 등을 깨끗이 없애줘야 합니다. 그리고 말을 살피면서 굽에 이상은 없는지, 박차로 인해 배에 상처가 생기지는 않았는지 등 건강 상태와 컨디션을 체크합니다.

말의 다리는 혈액이 엉키는 현상이 잘 생기기 때문에 털솔로 자주 솔질해 주면 좋습니다. 그러면 혈액순환에도 좋고 엉겨 붙은 때를 밀기에도 좋습니다. 특히 물로 샤워를 하다 보면 피부에 딱지처럼 엉겨 붙는 물때*로 인해 말의 피부가 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물때는 평소에 솔질로 제거해 줘야 합니다. 솔질할 때 한쪽 손은 꼭 말에 갖다 댄 채 해야 내 옆에 누가 있구나 하는 것을 말에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솔질하면서 나를 인지시키는 것은 중요합니다. 예전에 한번 손을 대지 않고 쪼그린 채로 말

을 털다가 녀석이 갑자기 움직이는 바람에 손이 밟힌 뻔한 적이 있습니다. 항상 말과의 컨택(contact)과 교감이 필수인 것 같습니다.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굽이나 털 사이에 낀 모래나 똥 같은 것은 물로 한 번만 헹궈줘도 잘 없어집니다. 거기에 솔질까지 더하면 금상첨화입니다. 한 손으로 다리를 든 채 물로 발굽 부분을 닦는 것은 어렵지만 이 또한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 후 부드러운 털솔로 말 전체를 솔질합니다. 안장을 제거하면 말 등이 안장 자국과 땀으로 더러워져 있을 겁니다. 복대 부분도 땀과 털이 엉겨 붙기 쉬워 이를 잘 닦아주지 않으면 하얀 때로 굳어 버립니다. 털 솔로 마사지하듯이 손질하고, 굴레나 안장처럼 가죽이 닿았던 부분은 땀에 절어 있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솔질을 해줘야 합니다. 제일 간지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나서 수건으로 구석구석 닦아줍니다.

 겨울에는 마의**를 입히는데, 먼저 반으로 접어둔 마의를 말 등에 걸치고 펼친 다음 위치를 잡고 팽팽하게 잘 입힙니다. 마의를 입히는 목적은 추운 날 말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데, 언젠가 말을 손질하다가 물에 떨어뜨린 마의를 그냥 입히는 바람에 말이 감기에 걸린 적이 있습니다. 젖은 옷을 하루 종일 입었던 것이었습니다. 마의는 반드시 건조해서 입혀야 뽀송뽀송하니 따뜻할 것입니다.


* 물때: 말의 다리 부분에 땀이나 이물질이 끼어 털과 엉겨 붙는 것을 말한다.

** 마의: 말이 입는 옷으로 겨울용과 여름용이 있다

출처: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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