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는 평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간혹 가다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나 혼자라면 묵묵히 앞으로 걸어가기만 하면 되지만 말과 함께라면 약간의 요령이 필요합니다. 제가 이용하는 마장은 마방보다 훨씬 낮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마장으로 갈 때는 내리막길로 가야 하고, 반대로 마방으로 돌아올 때는 오르막길을 올라야 합니다. 이럴 때 저와 말은 어떻게 이 지형을 빠져나가야 할까요?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말이 갑자기 낮아지면 꽤 당황스럽습니다. 이럴땐 내리막길에서는 기승자의 체중이 등자에 실려야 말이 편해합니다. 그리고 기승자는 등자에 몸을 싣고 내리막의 기울기만큼 상체를 뒤로 젖혀주는 게 요령입니다. 만약 내리막인데 기승자까지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 말의 뒷다리 움직임을 방해하면서 앞으로 쏠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언덕을 오를 때는 체중을 등자에만 의지하는 것은 오히려 불안합니다. 말이 뒤로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올라가기 위해서는 체중을 말의 목 쪽으로 기울여 말이 올라가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쏠리도록 해 줍니다. 정리하면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항상 기울어진 땅이 아닌 지구를 기준으로 지평선에 수직을 유지한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기울어진 지면이나 말의 위치에 관계없이 꼿꼿이 수직으로 세우고, 유연하게 자세를 유지하면 말이나 기승자 모두 편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요약정리하면 올라갈땐 앞으로 수그리고 내려갈땐 뒤로 제치면 됩니다. 제가 머릿속으로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갑자기 말이 기울어지면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갑자기 말의 두상이 올라가고 후구가 올라가는데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었습니다. 만약 오르막을 올라갈 때 기승자가 안장의 뒷부분에 겨우 걸터앉아 있다면 뒤로 미끄러져 고삐에 매달릴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말의 뒷다리가 움직이는 것을 방해해 말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 최대한 안장 앞으로 깊숙이 앉아야 할 것입니다. 반면 내리막길에서 무의식적으로 고삐를 잡아당길 경우 말이 가야 할 곳을 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도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