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승마를 시작했을 때는 말을 자동차나 자전거처럼 내 마음대로 조종하는 도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말과 고군분투하면서 즐겁고 신나는 기승
을 위해선 우선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얼마 전 ‘스파이스’라는 말을 배정받았습니다. 요즘 그 녀석의 눈치를 보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전 그 녀석의 주인이 아니라 집사입니다. 처
음 보자마자 녀석과 친해지려고 말을 걸면서 부드럽게 코와 목을 쓰다듬어 줍니다. 혹여나 나를 발로 차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항상 스파이스의 앞쪽으로 다가가 나의 존재를 알리고 겁먹지 않도록 합니다. 예전에는 친해지려고 녀석을 볼 때마다 각설탕을 주기도 했는데, 그러다 손을 물린 적이 있어 조심하고 있습니다. 누가 승마를 귀족 스포츠라고 했나요? 전 주인이 아니라 고상한 말로 말의 눈치를 보는 집사입니다. 말을 타다 보면 예기치 않은 말의 행동에 당황하게 되는데 이를 미리 알아차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방법은 여러분이 눈치 빠른 집사가 되는 요령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건 바로 "귀"입니다. 물론 꼬리나 발을 긁는 행동 등으로도 알 수 있으나 우리 같은 초보자는 눈앞에 보이는 귀가 가장 먼저 알아차리기 쉬운 신호등입니다. 신기하게도 귀의 모양으로 말의 감정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는데 먼저 귀를 뒤로 바짝 젖히고 있는 것은 공격적인 자세로 ‘저리 가’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귀를 뒤로 젖힌 상태에서 말의 엉덩이 부분이 사람을 향할 땐 ‘난 네가 싫으니 내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소리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사람의 행동과 비슷합니다. 반대로 귀가 앞쪽으로 향해 있을 때는 만족감이나 흥미로움을 나타내는 아주 좋은 상태입니다. 특히 굴요가 될 때 이런 상태라면 기승자의 명령에 즉각 반응하기 쉽습니다. 귀가 완전히 앞쪽을 향해 있을 때는 대개 앞에 있는 물체에 대한 의심을 나타냅니다. 마지막으로 한쪽 귀가 앞뒤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자신감 부족 상태입니다. 장애물을 넘을 때 이런 상태라면, 부조를 적절히 넣어 추진을 더 주는 방법으로 안전하게 장애물을 넘어야 합니다. 여러분 말이 안 통하는 녀석의 눈치를 보려면 우선 귀를 관찰하세요. 그럼 눈치 빠른 집사가 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