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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마표류기 Nov 06. 2021

승마 지식 편집실 17

56. 성깔 5종 세트


공포성, 군집성, 귀소성, 사회성, 모방성. 이는 말의 습성을 나열한 것입니다. 인간으로 치면 유치원생 수준의 습성과 같습니다. 어느 승마 책에나 나와 있는 말의 특징들입니다. 이런 특징을 외워두면 관련 시험에도 많이 나오고 여러분이 말에 대해 허세 부리고 싶을 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처음에 말의 이 같은 습성을 책으로 접했을 때는 ‘아 그런 게 있는가 보다’ 했는데 지금은 온몸으로 체득하고 있습니다. 뭐 이런 것까지 경험하고 싶진 않은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온몸으로 이런 습성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우선 공포성을 말하자면, 말은 예민하고 겁이 많아 약간의 소란이나 작은 소리에도 잘 놀랍니다. 이런 습성 때문에 저는 말에서 떨어진 경험이 많습니다. 이 공포성은 모든 말이 다 갖고 있고, 놀라는 빈도의 차이와 훈련을 통해 무뎌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즉 말의 종류에 따라 차이도 있고 어느 정도 훈련을 통해 개선이 가능 하긴 하지만 완벽하지 않습니다. 한번 배운 버릇 쉽게 고치기 어렵지 않잖아요? 중요한 것은 기승자가 이러한 습성을 숙지하고, 말이 갑자기 놀란 모습을 보였을 때 말 위에서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처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위에 앉아있는 사람도 같이 놀라버리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게 됩니다. 예전에 저는 날뛰는 말로 인해 깜짝 놀라 의도치 않게 박차로 말의 복부를 찬 적이 있는데 이것이 말을 더 날뛰게 만들었습니다. 그 이후는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군집성은 말이 외로움을 잘 타 무리 생활에 익숙하고, 특히 리더의 말을 잘 듣는 습성을 말합니다. 이를 수업에 활용하면 좋습니다. 강습 시 교관님이나 가장 잘 타는 사람 한 명이 좋은 말을 타고 선두에 섭니다.  그리고 나머지 초보 강습생들이 이를 따라 평보, 속보 등의 연습을 하면 뒤의 말들은 선두 말의 발걸음에 맞춰 따라갑니다. 이런 식으로 훈련하면 혼자 탈 때보다 발걸음 별 승마를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고, 말이 튀거나 다른 방향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줄어듭니다. 또한 군집성을 활용해 많은 말들이 일렬로 행진하거나 한꺼번에 제자리를 도는 등의 단체 군무를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실지로 해외에 유명한 Horse Show를 보면 이런 군무가 장관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저는 말의 귀소성 때문에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어떤 말은 실내마장의 궤적을 따라 도는 도중 출입구가 나타나면 그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고 나가려고 합니다. 갑자기 집에 가고 싶어지는 모양입니다. 출입구 가까이에서 유난히 말의 귀소성이 고개를 드는데, 초보자들은 이유도 모른 채 당황하게 되고 심할 경우 낙마하기도 합니다. 말은 날뛰다가도 본능적으로 자기 집을 찾아 들어갑니다. 말을 끌고 마방으로 가는 중에도 자신의 마방이 다가오면 발걸음이 빨라지곤 합니다. 어떻게 자기 집은 그렇게 잘 아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말에게도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그들만의 언어가 있습니다. 또 말끼리 모여 있으면 그들 사이에 서열이 생기고 사회를 형성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사회성입니다. 그래서 마장에 여러 마리 말을 넣어두지 않습니다. 서로 간의 영역이 침범되면 왕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말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더욱 쉽게 승마를 하거나 오해도 풀 수 있을 텐데, 모르니 추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말들의 행동이나 습성을 배우는 모방성이 있습니다. 기승자가 정말 주의해야 할 습성입니다. 좋은 말이 잘못된 습관으로 인해 ‘악벽마’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수장을 할 때 말들을 일렬로 세워놓은 경우, 옆 칸의 말이 뒷발을 차면 내 말도 똑같이 따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모방이라고 하는데 습관으로 만들면 안 됩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습니다. 말도 한번 나쁜 습관이 생기면 그것을 고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말의 습성을 이해하면 간혹 생길 수 있는 오해를 줄이고 이해심을 기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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